2026년 08월 19일 (수)

수술 어려운 암·이미 방사선 받은 재발암까지…중입자치료 대상 확대

연세암병원 두경부암·육종·재발성 직장암 추가…회전형 치료기 2대 본격 가동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금웅섭(왼쪽) 중입자치료센터장 등 의료진이 중입자 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수술하기 까다롭거나 기존 방사선치료가 잘 듣지 않는 암. 이미 방사선치료를 받아 다시 치료하기 부담스러운 재발암. 이런 환자들에게 중입자치료의 문이 더 넓어진다.

중입자치료는 탄소이온을 암에 쏘는 방사선치료다. 일반 엑스선보다 무거운 탄소이온을 이용해 암이 있는 깊이에 방사선 에너지를 집중하고, 그 뒤 정상 조직에 전달되는 선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암세포의 DNA에 강한 손상을 줄 수 있어 수술이 어렵거나 기존 방사선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일부 암에서 치료 선택지로 활용된다.

연세암병원은 중입자치료 적용 암종을 두경부암과 육종, 재발성 직장암으로 확대한다고 19일 밝혔다.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2호기도 본격 가동한다.

연세암병원은 2023년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처음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췌장암과 간암, 폐암으로 치료 범위를 차례로 넓혔다. 이번에는 수술이 어렵거나 기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암까지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다만 두경부암이나 육종 진단을 받았다고 모두 중입자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암의 종류와 위치, 수술 가능 여부, 과거 방사선치료 여부 등을 종합해 치료 대상을 정한다.

두경부엔 뇌·시신경·척수까지…암 잡으며 기능도 지켜야

두경부암은 뇌 아래부터 쇄골 위까지 머리와 목 부위에 생기는 암을 통틀어 말한다. 입안과 인두·후두, 코와 부비동, 침샘 등 발생 부위도 다양하다.

치료가 까다로운 이유는 주변에 중요한 기관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말을 하고 음식을 삼키는 기관은 물론 뇌와 척수, 시신경, 주요 혈관과 신경이 촘촘히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할 때 암을 없애는 것만큼 치료 뒤 기능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호흡과 발성, 삼킴 기능뿐 아니라 외형까지 고려해야 한다.

연세암병원이 우선 중입자치료 대상으로 삼는 것은 비강·부비동, 두개저, 침샘 등에 생긴 수술이 어려운 비편평세포암이다. 선양낭성암과 점막악성흑색종처럼 기존 방사선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암이 대표적이다.

탄소이온은 몸속을 지나면서 에너지를 내다가 특정 깊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낸 뒤 선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를 ‘브래그피크(Bragg peak)’라고 부른다. 빔 가장자리에서 방사선이 옆으로 퍼지는 범위도 비교적 좁다. 덕분에 뇌·시신경·척수·침샘처럼 지켜야 할 정상 조직이 받는 방사선량을 줄이면서 암에는 방사선을 집중하기 유리하다.

일본 다기관 연구에서 수술이 어려운 선양낭성암 환자의 중입자치료 후 5년 국소제어율은 68%였다. 점막악성흑색종은 2년 83.9%, 점액표피암은 3년 95%의 국소제어율이 보고됐다. 국소제어율은 치료한 부위에서 암이 다시 자라지 않은 환자의 비율을 뜻한다.

연세암병원은 두경부암 환자에게 통상 4주 동안 16차례에 걸쳐 중입자치료를 시행할 계획이다.

수술 힘든 육종…방사선 세게 쏘기도 어려워

육종도 중입자치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암이다. 육종은 뼈나 근육, 지방, 혈관, 신경처럼 몸을 지지하고 연결하는 조직에서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척추와 골반, 천골, 두개저처럼 수술하기 어려운 곳에 생기기도 한다. 주요 혈관이나 신경까지 침범하면 종양을 완전히 떼어내기가 더욱 힘들다.

수술하기 어렵거나 수술 뒤 암이 남은 경우, 또는 재발했을 때는 방사선치료를 고려한다. 하지만 일부 육종은 기존 엑스선 방사선에 잘 반응하지 않아 더 높은 방사선량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방사선을 무작정 세게 쏠 수도 없다. 종양 바로 옆에 척수와 장, 주요 신경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입자는 정상 조직이 받는 방사선량을 줄이면서 암에는 높은 선량을 집중할 수 있다. 엑스선보다 암세포의 DNA에 더 큰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일본 등에서는 수술이 어려운 골육종과 척추·천골 부위 육종에 중입자치료를 활용해 왔다. 일본 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 등의 연구에서도 골육종과 연부조직육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치료 결과가 보고됐다.

방사선 이미 받은 직장암 재발…다시 치료하려니 부담

재발성 직장암은 과거 골반에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특히 치료가 까다롭다.

직장암 수술 뒤 골반 안에서 암이 다시 생기면 천골과 골반벽, 방광, 요관, 신경 등을 침범할 수 있다. 다시 수술하려면 절제 범위가 커질 수 있고, 신경 손상이나 배뇨·배변 기능 저하 같은 후유증도 부담이다.

방사선치료도 쉽지 않다. 골반 안에는 소장과 대장, 방광이 밀집해 있다. 특히 첫 치료 때 이미 방사선을 받은 환자는 정상 조직이 견딜 수 있는 누적 방사선량까지 따져야 한다.

이때 중입자를 이용하면 재발한 암에는 높은 선량을 집중하면서 주변 장과 방광, 신경이 받는 방사선량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

일본 중입자방사선종양학연구그룹이 국소 재발성 직장암 환자 224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3년 국소제어율 93%, 5년 88%, 3년 생존율 73%로 나타났다.

연세암병원과 일본 QST가 함께 진행한 연구도 있다. 과거 골반 방사선치료를 받은 재발성 직장암 환자 중 중입자로 재치료한 35명과 엑스선으로 재치료한 31명을 비교했다.

환자 특성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보정한 결과, 중입자치료군은 엑스선 재치료군보다 국소 치료 실패와 사망, 심한 후기 부작용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

다만 환자를 무작위로 나눠 비교한 연구가 아닌 후향적 연구다. 중입자치료가 엑스선 재치료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환자 주변 360도 회전…두 번째 회전형 치료기도 가동

치료 암종이 늘어난 데 맞춰 장비도 모두 가동된다. 중입자치료기는 빔을 쏘는 장치가 움직이지 않는 고정형과 치료기가 환자 주변을 360도 도는 회전형으로 나뉜다.

회전형은 환자가 치료대에 누운 상태에서 여러 방향으로 중입자선을 보낼 수 있다. 종양의 위치와 모양, 주변 정상 장기의 위치를 따져 적절한 조사 방향을 고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종양 모양이 복잡하거나 주변에 중요한 장기가 많을수록 피해야 할 곳은 피하고 암에 방사선을 집중하기 쉽다.

연세암병원은 이번 2호기 가동으로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 등 중입자치료기 3대를 모두 운영하게 됐다. 연세암병원 연구진이 2024년 발표한 중입자치료센터 보고서에서도 이 센터는 고정형 1대와 초전도 회전형 치료기 2대를 갖춘 세계 첫 시설로 소개됐다.

병원 측은 회전형 치료기 2대를 동시에 가동하는 것도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세 장비를 모두 가동하면 하루 약 40명을 치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은 “주요 장기가 밀집해 수술이 어렵거나 기존 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는 난치성 종양은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회전형치료기 2호기 전면 가동을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확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길 연세암병원장은 “중입자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 적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며 “중입자치료와 수술·항암화학요법·방사선요법을 환자 상태와 암의 진행 정도에 맞춰 적용해 최선의 치료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