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환자실에 가족을 두고 있으면, 낯선 검사 항목 하나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백혈구 수나 CRP 같은 익숙한 염증 수치 옆에, 최근에는 아연·셀레늄 같은 미량원소 검사 결과도 함께 적힌다. 두 성분 모두 몸이 병균과 싸우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꼭 필요하지만, 중환자에게서 부족할 때 염증 수치와 실제로 어떤 관계를 보이는지는 그동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 답을 한국 연구팀이 찾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중환자외상외과 오효석·이재명 교수와 이화여대 목동병원 외과 중환자의학과 백승민 교수 공동연구팀은 중환자의 혈중 아연·셀레늄 농도가 염증 수치와 독립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18일 밝혔다.
아연 살짝만 높아도, 프로칼시토닌은 2.7%씩 낮아졌다
연구팀은 2016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고려대 안암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성인 267명의 혈액검사 기록을 분석했다. 아연·셀레늄·구리·망간 등 미량원소 수치와 백혈구 수, 호중구 비율, CRP, 프로칼시토닌 같은 염증 수치를 나란히 견줘봤다.
결과는 뚜렷했다. 아연과 셀레늄 수치가 낮을수록 CRP와 프로칼시토닌 같은 염증 수치가 높았다. 나이나 질병 중증도, 다른 미량원소 수치를 감안해도 이 관계는 사라지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아연이 1㎍/dL 오를 때마다 프로칼시토닌 수치가 평균 2.7%씩 낮았고, 셀레늄이 1㎍/L 오를 때마다 CRP는 평균 0.87mg/L 낮았다.

오효석 교수는 이 결과가 단순한 수치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이번 연구는 중환자에서 미량원소와 염증반응을 함께 평가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구리만 반대로 움직였다
아연·셀레늄과 달리 구리는 염증이 심할수록 오히려 수치가 올라가며 정반대로 움직였다. 구리를 실어 나르는 혈액 속 단백질 자체가 염증이 생기면 자연스레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구리 수치 하나만 떼어놓고 "높으니 좋다"고 판단하면 오히려 오해할 수 있다. 망간과 백혈구 수의 연관성은 일부 분석에서만 나타났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결과다.
우연 아니라 입원 내내 이어진 흐름
연구팀은 이 관계가 입원 초기 한 번의 수치가 아니라, 치료 기간 내내 반복 측정한 값에서도 똑같이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우연히 한 번 잡힌 수치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재명 교수는 이번 발견이 앞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짚었다. 그는 "중환자에서 미량원소는 단순한 영양 지표를 넘어 면역과 염증반응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향후 미량원소 상태가 중환자의 임상 경과와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는 한 병원의 자료만 후향적으로 분석한 관찰연구다. 아연·셀레늄이 부족해서 염증이 심해지는 것인지, 반대로 염증이 심해지면서 두 성분이 줄어드는 것인지는 이 결과만으로 가릴 수 없다. 염증이 생기면 간이 아연·셀레늄을 붙잡아두면서 혈중 수치를 떨어뜨리는 경로도 이미 알려져 있다. 두 방향이 동시에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결국 관건은 이 관계를 실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느냐다. 부족한 미량원소를 채워줬을 때 염증이 실제로 가라앉고 회복도 빨라지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게 되면 중환자실 혈액검사지의 작은 숫자 하나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신호로 남을 수 있다.
이번 연구 'Serum Zinc and Selenium Are Independently Associated with Acute-Phase Inflammatory Markers in Critically Ill Patients: A Ret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