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1일 (금)

“채소 많이 먹어야겠네”…장내 세균, 식이섬유 부족하면 장 점막 먹기 시작한다

생쥐 실험서 장 점액층 단백질 분해 확인…소화 안 되는 식물성 단백질은 유익한 대사산물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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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세균도 먹이가 필요하다. 식단에 식이섬유와 식물성 단백질이 부족하면 장내 세균이 장 점액층의 단백질을 먹이로 삼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물성 단백질은 장내 세균의 먹이가 되고, 장내 세균은 이로부터 유익한 대사산물을 만들어낸다. 식단에 식물성 단백질이 부족하면 장내 세균이 장 점액층의 단백질을 먹이로 삼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식이섬유는 장내 세균으로부터 장 점액층을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루드비히암연구소 프린스턴지부의 제나 아부살림 연구원과 조슈아 라비노위츠 소장이 이끈 연구팀은 식물성 식품이 장내 미생물의 대사 활동을 어떻게 바꾸는지 분석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먼저 식물성 식품이 ‘페놀 대사산물’ 생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장내 세균은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과 티로신을 분해하면서 여러 페놀 대사산물을 만든다. 같은 페놀 계열이라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서로 다르다.

세균이 페닐알라닌을 처리할 때 생성하는 페닐프로피오네이트와 히푸르산은 장 건강과 적정 체중 유지에 긍정적인 관련이 있다. 티로신에서 만들어지는 p-크레졸 황산염과 페놀 황산염은 신장질환 환자의 전신 독성, 암 환자의 좋지 않은 치료 결과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장내 세균이 페놀 대사산물을 만들 때 어떤 단백질을 원료로 사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단백질에 방사성을 띠지 않는 안정동위원소를 표시했다. 이후 생쥐의 장에서 단백질이 분해되고 대사산물로 바뀌는 과정을 추적해, 최종 산물이 먹이에 든 단백질에서 나왔는지 생쥐 몸의 단백질에서 나왔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장 건강과 적정 체중에 긍정적인 관련이 있는 페닐프로피오네이트와 히푸르산은 거의 전적으로 소화되지 않은 식물성 단백질에서 만들어졌다. 소화기관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식물성 단백질이 장내 미생물까지 도달하면 세균이 이를 먹이로 이용하면서 페닐프로피오네이트와 히푸르산 등 유익한 페놀 대사산물을 더 많이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런 식물성 단백질을 ‘식이섬유 모방 단백질(proteins imitating fiber, 이하 Prif)’이라고 이름 붙였다.

p-크레졸 황산염과 페놀 황산염 등 해로운 페놀 대사산물은 장내 세균이 숙주인 생쥐의 단백질을 분해할 때 만들어졌다. 세균이 먹이로 사용한 숙주 단백질에는 장 안쪽을 덮어 보호하는 점액층의 단백질도 포함됐다.

식단으로 들어오는 먹이가 부족해지자 세균이 장 점액층에서 단백질을 가져다 쓰는 방향으로 대사 활동을 바꾼 것이다. 즉 장내 세균이 장을 보호하는 점액층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영양원으로 분해했다는 의미다.

식이섬유를 공급하자 장내 세균이 장 점액층을 분해하는 활동이 줄었고, 해로운 페놀 대사산물의 생성량도 감소했다. 연구진은 식이섬유가 세균이 숙주 단백질을 먹이로 삼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Prif와 식이섬유가 함께 공급되면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대사 활동이 바뀌면서 해로운 페놀보다 유익한 페놀의 생성이 늘었다. 소화되지 않는 식물성 단백질은 유익한 대사산물을 만드는 별도의 먹이가 되고, 식이섬유는 세균이 장 점액층의 단백질로 눈을 돌리지 않게 하는 셈이다.

아부살림 연구원은 “Prif와 식이섬유는 티로신에서 만들어지는 해로운 페놀보다 페닐알라닌에서 유래한 유익한 페놀이 더 많이 생성되도록 균형을 바꿨다”며 “Prif는 장내 미생물의 구성을 바꾸고 대사 건강에 폭넓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영양소 유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두 번째 연구에서 페놀과 함께 트립토판에서 생성되는 ‘인돌 대사산물’의 기원도 조사했다. 인돌 대사산물은 염증성 장질환과 신경퇴행성 질환, 암과 연관돼 있으며 암 전이와 항종양 면역반응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쥐와 쥐, 사람의 세포에 동위원소 추적법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장내 미생물만 만든다고 여겨졌던 여러 페놀과 인돌 대사산물이 포유류의 대사 과정에서도 생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돌-3-젖산과 인돌-3-아세트산도 여기에 포함됐다.

항생제로 생쥐의 장내 미생물군을 교란한 뒤에도 이들 대사산물의 혈중 농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암 환자를 포함해 항생제를 복용한 사람의 검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반면 장내 미생물만 만드는 인돌-3-프로피온산과 p-크레졸 황산염은 항생제 투여 후 감소했다. 두 번째 연구는 국제학술지《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식이섬유뿐 아니라 소화되지 않는 식물성 단백질도 장내 미생물의 먹이와 대사 활동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장내에서 발견되는 모든 대사산물이 미생물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다.

라비노위츠 소장은 “어떤 식품 성분이 어떤 미생물 대사산물을 조절하는지 알아야 효과적인 치료법을 설계할 수 있다”며 “식품과 장내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더 분명히 이해하면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식생활 지침도 한층 정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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