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일과를 마치고 늦은 밤 스마트폰을 보다 보면 어느새 배달앱을 열게 된다. 한두 번 야식을 먹는다고 병은 아니다. 하지만 밤마다 음식 생각이 간절하고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식탐이나 습관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18일 반복적인 야간 음식 섭취가 ‘야식증후군(Night Eating Syndrome)’의 신호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야식증후군은 1955년 처음 학계에 보고됐다.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기준 DSM-5에서 ‘기타 명시된 급식 및 섭식장애(OSFED)’에 포함돼 있다. 해외 연구에서는 일반 인구의 약 1~2%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으며, 비만한 사람에게 더 흔한 경향이 있다. 다만 연구 대상과 진단기준에 따라 차이가 크다.
저녁 뒤 25% 이상 먹거나, 자다 깨 주 2회 먹는다면
평범한 야식과 야식증후군은 어떻게 구별할까. 국제 연구진이 제시한 합의 기준에 따르면 하루 전체 섭취량의 25% 이상을 저녁 식사 뒤에 먹거나, 잠든 뒤 깨어 음식을 먹는 일이 일주일에 2회 이상 나타날 때 야식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상태가 3개월 이상 이어지는지도 살핀다.
숫자만 맞는다고 바로 야식증후군으로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밤에 먹은 사실을 본인이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행동 때문에 괴롭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지도 함께 살핀다.
박형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밤마다 음식을 찾는 행동을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라고 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와 수면, 식욕을 조절하는 생체리듬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쌓인 밤, 왜 음식이 더 당길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는 코르티솔을 비롯한 여러 호르몬에 변화가 생긴다. 잠자는 시간과 식사 시간까지 흐트러지면 식욕을 조절하는 렙틴과 그렐린의 균형도 깨질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런 변화가 겹치면 밤에 음식을 찾는 욕구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야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일이 반복되면 음식 자체가 일종의 보상 수단이 될 수 있다.
늦은 밤까지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도 생활 리듬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 밝은 화면을 오래 보면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고,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음식을 찾을 기회도 늘어난다.
다만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가 야식증후군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늦게까지 깨어 지내면서 수면과 식사 시간이 함께 뒤로 밀리는 생활습관이다.
야식→숙면 방해→피로…다시 야식 찾는 악순환
반복되는 야식의 문제는 체중 증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늦은 시간 많은 음식을 먹고 바로 누우면 위산이 역류하기 쉽다. 소화가 계속되는 동안 깊은 잠을 자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체중이 늘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다음 날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인다. 다시 밤이 되면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질 수 있다. 야식이 잠을 방해하고, 부족한 잠이 다시 야식을 부르는 악순환이다.
늦은 시간 과식이 반복되고 하루 전체 섭취 열량까지 늘면 내장지방과 복부지방이 쌓일 가능성도 커진다. 비만뿐 아니라 지방간,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같은 대사질환 관리에도 좋지 않다.
야식증후군과 비만, 수면 문제, 대사질환 사이의 관련성은 여러 연구에서 보고됐다. 다만 야식증후군 하나가 이런 질환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루 세 끼 규칙적으로 먹는 게 출발점
야식증후군을 고치겠다고 밤마다 먹는 것을 억지로 참는 것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박 교수는 오히려 낮 시간의 생활부터 규칙적으로 되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쁘더라도 끼니를 거르지 않고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출발점이다. 저녁에는 과식을 피하고, 가능하면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는 것이 좋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잠드는 시간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늦은 밤 배가 고프다면 먼저 물 한 잔을 마셔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도 허기가 남는다면 많은 음식을 주문하기보다 따뜻한 우유나 소량의 견과류처럼 위에 부담이 덜한 음식을 고르는 편이 낫다.
음식 말고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술이나 담배처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임시방편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듯, 야식과 폭식을 대신할 활동을 함께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창한 방법보다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심호흡처럼 간단한 것부터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여러 가지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바쁘더라도 낮 시간에 끼니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려는 노력이 핵심”이라며 “규칙적인 운동과 일정한 취침 시간으로 무너진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야식을 줄이고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밤에 먹는 행동이 3개월 이상 되풀이되고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거나 수면과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준다면 ‘내가 식탐이 많아서’라고 넘기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해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