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4일 (금)

“살 찌는 것, 죽기보다 싫다”…‘다이어트 강박증’ 23세女의 굴곡진 삶

몸무게 늘까 무서워, 설사약(변비약) 매일 15알씩 복용…심장 정지 직전에 응급실로/심각한 저마그네슘혈증이 부른 심방조동, 정맥 내 전해질 보충으로 극적 회복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마른 체형의 여성이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체중 증가에 대한 극심한 강박적 공포에 사로잡힌 23세 미국 여성이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조동으로 큰 위험에 처한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3세 여성 환자가 가슴 두근거림과 어지럼증, 전신 쇠약감을 호소하며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의식은 뚜렷했지만, 심장 박동은 이상하게 빨랐다.

의료진은 12-유도 심전도(ECG) 검사를 했다. 그 결과 환자의 심장 상부 회로에 전기가 맴돌며 일정한 톱니바퀴 모양의 파형을 그리는 ‘심방조동’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조동은 주로 고령층이나 심장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심장이 빠르고 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상심실성 빈맥)이다. 심장이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과 다르다. 심장병을 앓지 않는 20대 젊은 여성에게 심방조동이 나타나는 것은 드물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의대, 메리트 헬스 웨슬리 병원 등 공동 연구팀에 의하면 응급실에 실려온 이 20대 여성 환자의 신체 상태는 대단히 나빴다. 키 165cm, 체중 42kg으로 체질량지수(BMI)가 15.4kg/m²에 그쳤다. 중증 영양실조였고, 관자놀이 근육이 패이고 뺨은 지방이 모두 빠져나가는 바람에 푹 꺼져 있었다. 모발은 푸석푸석하고 부서졌으며 피부는 마르고 차가웠다.

연구팀은 환자의 마음을 지배하는 ‘체중 증가에 대한 극심한 강박적 공포’에 놀랐다. 이 환자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과 함께 학업 및 대인관계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장애를 앓고 있었다. 환자에게 살이 찌는 것은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니었다. 일상적인 삶을 파괴하고 생명을 위협받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처절한 재앙이자 공포였다.

뼈만 남았는데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아직도 뚱뚱하다고 느끼는 심각한 신체 이미지 왜곡에 시달렸다. 특히 음식을 먹는 순간, 자신이 통제력을 잃었다는 심한 죄책감과 불안에 몸을 떨었다. 영양 상담을 받은 뒤에도 하루 섭취 칼로리를 500~700kcal로 엄격히 제한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음식 섭취량을 더 가혹하게 줄였다. 심한 피로로 몸을 가누기 힘든 날에도 체중이 늘까 봐 강박적으로 운동을 이어갔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환자의 강박 행동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섭취한 칼로리를 어떻게든 몸 밖으로 빼내야 살이 빠진다는 그릇된 믿음에 사로잡혔다. 이 때문에 환자는 최근 8개월간 자극성이 강한 설사약(변비약) 비사코딜을 매일 10~15정씩 마구 복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는 약물 남용이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고 몸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살이 찔지 모른다는 강박적 불안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

환자는 심초음파 검사(TTE) 결과 심장 구조와 좌심실 박출률(60~65%)이 정상이고, 부정맥의 흔한 원인인 갑상샘 이상이나 심장 근육의 염증(심근염)일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 대신 혈액 검사에서 혈청 마그네슘 수치가 0.8mg/dL로 정상 범위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저마그네슘혈증 상태였다. 혈청 칼륨 수치도 3.1mmol/L로 저칼륨혈증을 보였고, 대사성 알칼리증인 것으로 드러났다.

8개월간 계속된 설사약 남용과 극단적 식이 제한이 체내 수분과 핵심 전해질을 완전히 고갈시켰고, 이 때문에 심장 전도계에 큰 문제가 생긴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독한 항부정맥제나 전기적 심장 제세동술(전기 쇼크) 대신 원인 교정에 중점을 두는 보수적인 치료법을 택했다. 곧바로 정맥으로 황산마그네슘 4g을 주사하고 칼륨을 보충했다.

치료 효과는 놀라웠다. 정맥 주사를 시작한 지 약 6~8시간 만에 환자의 심장 리듬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항부정맥제를 전혀 투여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가슴을 짓눌렀던 두근거림과 어지럼증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입원 3일째까지 전해질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환자는 부정맥 재발 없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이 사례 연구 결과(Atrial Flutter Secondary to Severe Laxative-Induced Hypomagnesemia in Anorexia Nervosa: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마그네슘은 심장 세포막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나트륨-칼륨 펌프 작용을 조절하는 필수 미네랄이다. 마그네슘이 극도로 부족해지면 심장 불응기가 짧아지고 전기적 불안정성이 높아져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거식증·폭식증 등 섭식장애 환자가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설사약을 남용하면 소장과 대장을 통한 전해질 손실이 쌓여 심각한 대사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 설사약은 대장에서 수분과 전해질을 배출시킬 뿐 실제 칼로리 흡수를 막아주지 못한다. 체중 감량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신체 건강만 해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섭식장애(거식증·폭식증)로 진료받은 국내 환자 수는 연간 1만 명을 넘어서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체 환자 중 10대~20대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또한 부정맥으로 진료받는 사람은 연간 40만 명을 넘어섰다. 젊은 층도 무리한 다이어트나 설사약을 오남용하면 전해질 이상과 부정맥을 초래할 수 있다.

심장병을 앓지 않는 젊은 부정맥 환자는 침습적 치료나 항부정맥제 투여를 서두르기 전에, 설사약 남용이나 섭식장애로 인한 전해질 불균형 등 원인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해질 보충은 물론 섭식장애를 뿌리뽑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설사약(변비약)을 자주 복용하면 정말 심장에 무리가 가나요?

A1. 네, 그렇습니다. 설사약을 장기간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면 체내 수분과 함께 마그네슘·칼륨 등 필수 전해질이 대량 배출됩니다. 이로 인해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면 심장 세포의 전기 신호에 이상이 생겨 심방조동·심실부정맥 등 심장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Q2. 심방조동은 정확히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나요?

A2. 심방조동은 심장의 상부(심방)가 분당 250~300회로 매우 빠르게 뛰는 병입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심계항진, 어지럼증, 호흡 곤란, 전신 피로감, 실신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Q3. 마그네슘 부족으로 생긴 부정맥은 마그네슘만 보충하면 완치되나요?

A3. 응급 상황에서는 정맥 주사를 통한 마그네슘과 전해질의 보충으로 심장 리듬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약 남용이나 거식증 같은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전해질이 고갈돼 부정맥이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식습관을 고치면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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