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의 합성의약품 중추 생산기지에서 '품절'이 크게 줄었다. 여기서 품절이란 물건이 모두 팔리고 없다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다. 공장에서 약을 못 만들었다는 뜻과도 거리가 있다.
생산은 물론 재고 운영, 물류, 수요 예측까지 어느 한 곳에서 삐끗해도 주문한 약이 제때 나가지 못하면 품절로 잡힌다. 5일 초과 품절 건수는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약 57% 감소했다. 위탁 생산(CMO) 품목의 품절 건수도 약 48% 줄었다.
한미약품은 팔탄 스마트 플랜트의 품절 지표 개선을 13일 공개하면서 종전보다 생산·공급 관리 체계가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선 방법으로 수요 변동에 따른 생산계획 조정, 재고 운영 효율화, 설비 안정화, 품질 이슈 선제 대응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이런 개선을 뒷받침한 건 조직개편이었다. 한미약품은 지난 5월 1일 조직을 혁신성장·지속성장·미래성장·성장지원 등 4개 부문 체제로 재편했다. 팔탄제조센터는 이때 '성장지원부문'에 배치돼 각 성장 부문의 운영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새로 맡았다. 뒤이어 6월에는 본사와 제조 현장을 잇는 '생산성개선TF'가 출범했다. 이번 상반기 지표는 이 두 조치가 현장에 자리 잡기 시작한 시점과 겹친다.
실제로 팔탄 스마트 플랜트는 생산·포장·물류 등 주요 공정의 자동화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관리하는 시스템도 구축, 미국식품의약국(FDA)·유럽의약품청(EMA) 등 해외 규제기관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실사에도 대응하고 있다.
품질 지표도 개선됐다. 시험 결과가 기준이나 경향을 벗어나는 OOS(규격이탈)·OOT(경향이탈) 발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9% 감소했다. 생산 설비가 멈춰 있던 시간(고장정지시간)도 약 33% 줄었다. 팔탄 스마트 플랜트는 국제제약기술협회(ISPE)의 품질 지표 'Quality Metrics' 기준으로, 내용고형제 업계 평균 일탈 발생률(12~14%)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품질 관리는 정부 정책 흐름과도 맞물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동안 제약업계를 대상으로 QbD(설계기반 품질고도화), 연속공정, 제조공정 디지털화, 의약품품질시스템 구축 등 국내외 제약 혁신기술의 동향과 적용 사례를 공유해왔다. 한국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수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였다. 한미약품은 이런 산업 흐름에 맞춰 데이터 기반 제조 관리와 현장 중심 개선 활동을 계속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모든 성과를 만들어낸 팔탄 스마트 플랜트는 기존 팔탄공단 부지에 2015년 착공해 2017년 완공된 한미약품의 4세대 고형제 전용 공장이다. 지하 1층~지상 8층, 연면적 3만6492㎡ 규모로 연간 최대 60억정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원자재 운반부터 제제·생산·포장까지 무인궤도차량과 자동화 설비로 연결했다. 가동 이후에는 각국 보건 당국 관계자와 해외 약대생들의 견학이 이어지며 한국 제약업계 스마트 팩토리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
황상연 대표는 지난 4월 1일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이곳을 택했다. 창사 53년 만에 처음 영입된 외부 출신 대표인 그는 당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공정과 GMP 운영 노하우를 현장에서 직접 점검했다. 이번 발표는 그로부터 4개월여 만에 나온 결과다.
황 대표는 "올해 상반기 품절 및 품질 지표 향상은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위해 모든 임직원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며 "하반기에는 RFT(Right First Time)를 포함한 전반적인 생산성 지표에서 더욱 의미 있는 성과 달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하반기에도 생산성개선TF를 중심으로 제조 경쟁력 고도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팔탄 스마트 플랜트와 평택 바이오 플랜트 등 주요 사업장에서 환경·보건·안전(EHS)과 품질·생산 운영 전반의 관리 체계도 계속 다져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