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2일 (수)

급여 신청 550일째…폐동맥고혈압 신약 ‘윈레브에어’ 100일 신속등재 촉구

대한폐고혈압학회 등 4개 단체, 복지부·한국MSD에 시범사업 전환 요구…정부, 8월 말까지 참여 약제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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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소파에 앉아 가슴을 붙잡고 통증과 숨가쁨을 호소하고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폐혈관 저항이 높아지면서 호흡곤란과 흉통, 피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폐동맥고혈압 치료 신약 ‘윈레브에어(성분명 소타터셉트)’의 건강보험 적용이 늦어지자 관련 학회와 환자단체들이 정부의 새 ‘100일 신속등재’ 제도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폐고혈압학회와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12일 공동성명을 내고 윈레브에어를 기존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으로 전환, 추진할 것을 보건복지부와 한국MSD에 촉구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윈레브에어는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한 지 550일이 지났지만 아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신약을 환자에게 더 빨리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시범사업에 선정됐는데도 실제 급여 절차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윈레브에어는 2024년 12월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됐다. 이 사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와 심평원의 급여평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을 순차적으로 밟는 대신 일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 건강보험 등재 시기를 앞당기는 제도다.

윈레브에어는 이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2025년 7월 23일 한국 허가를 받았다. 다만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기존 시범사업 지연…이번엔 ‘100일’ 제도로

학회와 환자단체가 새 대안으로 지목한 것은 정부가 올해 도입한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이다.

핵심은 희귀질환 치료제가 건강보험에 들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일부 비용효과성 평가는 급여 적용 뒤 실제 사용 결과를 토대로 다시 평가하고, 약가와 전체 약제비 협상에는 사전에 정한 계약 조건을 활용해 절차를 간소화한다.

정부 목표는 현재 약 240일인 등재 기간을 최대 100일 이내로 줄이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부터 참여 기업과 약제를 모집하고 있으며 신청은 이달 31일까지 받는다. 공모가 끝나면 대체약제 유무와 질환의 중증도, 건강보험 재정 영향, 안정적인 치료 보장 계획 등을 따져 5개 범위 내에서 시범사업 약제를 선정한다.

다만 윈레브에어가 자동으로 새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제약사가 참여를 신청한 뒤 정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단체들이 복지부뿐 아니라 윈레브에어를 공급하는 한국MSD에도 제도 전환을 요구한 이유다.

단체들은 “이미 신속한 등재를 목표로 한 시범사업에 선정됐지만 급여가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며 "윈레브에어를 새 신속등재 사업의 우선 검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폐혈관 자체를 겨냥한 새 치료법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피를 보내는 폐동맥이 좁아지고 혈관 벽이 두꺼워지면서 폐혈관 저항이 높아지는 희귀질환이다. 병이 진행하면 오른쪽 심장이 폐로 혈액을 보내기 위해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되고 결국 우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 성적은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필요한 약을 충분히 쓰지 못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질병관리청이 올해 2월 발표한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 추적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1년 생존율은 96%, 3년 생존율은 87%였다. 여러 종류의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는 환자도 3년 뒤 절반까지 늘었다. 하지만 권고 기준에 맞는 치료를 받은 환자는 4명 중 1명 정도에 그쳤다. 3년 추적 시점에도 그 비율은 26%였다. 질병관리청은 건강보험 급여 기준 등 국내 의료환경이 필요한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윈레브에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약과 작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는 주로 폐혈관을 넓혀 혈류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윈레브에어는 폐혈관 벽을 이루는 세포가 지나치게 늘어나 혈관이 두꺼워지는 과정에 관여하는 ‘액티빈 신호’를 조절한다. 단순히 혈관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폐혈관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기존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와 함께 사용해 세계보건기구(WHO) 기능분류 II~III 단계 성인 환자의 운동능력을 개선하는 치료제로 허가됐다.

국제 3상 임상시험 ‘STELLAR’에는 기존 치료를 받고 있던 폐동맥고혈압 환자 323명이 참여했다. 24주 뒤 6분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의 개선 폭은 소타터셉트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40.8m 컸다. 사망 또는 임상적 악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포함한 주요 2차 평가지표도 개선됐다.

다만 코피와 어지럼증, 모세혈관확장, 헤모글로빈 증가, 혈소판 감소, 혈압 상승 등이 위약군보다 더 자주 보고됐다. 치료 중에는 혈액검사 등을 통한 안전성 관리가 필요하다.

학회와 환자단체들은 이번 성명에서 윈레브에어뿐 아니라 한국 도입이 늦거나 급여 범위가 제한된 다른 폐고혈압 치료제의 접근성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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