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2일 (수)

택배로 온 '백옥주사', 정체는 신경계 예방약이었다

병원 납품량 부풀려 빼돌려 156명에 판매...식약처, 판촉영업자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사진=식약처

병원에서만 처방받을 수 있는 주사제를 온라인 카페에서 사들인 사람들이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받지 않은 채 판매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 이른바 '백옥주사'로 불리는 글루타티온 주사제 등을 1억6000만 원어치 몰래 판매한 A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약사법 제44조 1항은 약국 개설자가 아닌 사람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원에 납품한다더니, 왜 물량 남았나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병원에서 피부미용 시술에 쓰이는 '백옥주사', '신데렐라주사' 등이 여성미용·간호사 관련 정보공유 온라인 카페를 통해 불법 판매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수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A씨는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판매촉진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의약품 판촉영업자였다. 그는 거래처 병원에 납품한다는 명목으로 실제 필요한 수량보다 많은 의약품을 도매상에 발주한 뒤, 일부만 병원에 넘기고 나머지를 구매자들에게 되판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방식으로 2025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의사 처방이 필요한 주사제 전문의약품 100여 종 2293 개를 도매상과 병원에서 빼돌려, 구매자 156 명에게 현금 또는 계좌이체로 대금을 받고 택배나 직거래로 넘겼다. 이렇게 불법 판매된 금액은 총 1억6000만 원에 이른다.

식약처가 공개한 압수 의약품 실물 사진=식약처

식약처가 공개한 압수 의약품 실물 사진과 주요 판매 품목 자료를 보면 이른바 '백옥주사'로 불리는 바이온주와 디톡시온주, '신데렐라주사'로 불리는 아이델라주 외에도 '마늘주사'로 불리는 포비원주,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주, '태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주가 포함돼 있었다. 이 밖에 별다른 속칭 없이 유통된 예나스테론주, 에페드린염산염주, 삐콤헥사주, 아스코르브산주까지 더하면 불법 판매된 주요 품목만 10종에 이른다.

미용이나 피로회복에 좋다고 입소문 난 이런 '~주사'들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쓸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처방전 없이 사서 어디에 썼나

구매자들은 대부분 의사 처방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미백·항산화 등 피부미용 목적으로, 또는 운동할 때 각성 효과와 피로 회복을 노리고 이들 전문의약품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불법 판매된 10개 품목의 실제 허가 효능은 제각각이었다. 신경성 질환 예방(백옥 주사)과 내이성 난청(신데렐라 주사)부터 비타민 결핍, 간기능 개선, 호르몬 결핍, 기관지천식까지 다양했다. 미백·항산화나 운동 중 각성·피로회복은 이 가운데 어느 품목의 허가 용도와도 무관한 임의 사용이었다.

식약처는 이런 의약품을 오남용할 경우 심폐정지, 의식소실, 호흡곤란으로 인한 쇼크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번에 불법 유통된 주요 품목의 허가 효능과 부작용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사진=인공지능 가공이미지

'백옥주사'나 '신데렐라주사'처럼 미용에 좋다고 알려진 제품조차 실제 부작용은 혈압저하, 심계항진, 발진 등으로 가볍지 않다. 미용이나 컨디션 관리 목적이라도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는 게 식약처의 당부다.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A씨가 이번 범죄로 챙긴 범죄수익 7000만 원에 대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검찰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의약품 불법판매 행위를 적극 단속하고 엄중 처벌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처방 없이 온라인 카페나 지인을 통해 유통되는 주사제는 정식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은 만큼 보관·품질 상태를 담보할 수 없다. 미용이나 피로회복이 목적이라도 이런 경로 대신 의료기관에서 정식 처방을 받는 편이 안전하다.

한편 식약처는 "보도자료에서 공개된 범죄사실은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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