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아침에는 단호박죽 한 팩으로 편리하게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용기나 팩에 담긴 제품은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되고, 바로 먹기 좋게 나온 파우치 형태도 많다. 곱고 부드러운 질감에 은은한 단맛이 나 입맛이 없거나 속이 불편한 날 먹기도 좋다. 단호박이니까 빵이나 과자 같은 음식보다 훨씬 건강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혈당에는 어떨까. 시판 단호박죽 한 팩의 영양정보를 살펴보면 예상 밖의 숫자가 나온다. 제품에 따라 초코파이 한두 개보다 많은 당류가 들어 있고, 총탄수화물은 40g을 훌쩍 넘는다. 달콤한 맛이 강하지 않아도 설탕과 곡물가루 등이 들어간 제품이 많아서다. 단호박을 원료로 만들었다고 혈당 부담이 적지 않은 이유다.
단호박죽 한 팩 당류 19~29g…초코파이류 과자 2.4개분
시판 단호박죽 A제품 한 팩(267g)에는 탄수화물 47g과 당류 19g이 들어 있다. 비교 대상으로 삼은 초코파이류 과자 한 개(39g)에는 탄수화물 23g과 당류 12g이 들어 있다. 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A제품에 약 1.6개분의 당류가 들어 있는 셈이다. 탄수화물도 초코파이류 과자 한 개에 든 23g의 두 배를 조금 넘는다.
B제품 한 팩(330g)에는 탄수화물 44g과 당류 29g이 들어 있다. 당류만 놓고 보면 초코파이류 과자 약 2.4개분이다. 다만 A제품과 B제품은 한 팩의 용량이 각각 267g과 330g으로 다르다. 그래서 100g당 당류로 환산하면 A제품은 7.1g, B제품은 8.8g 수준이다. 같은 양으로 맞춰도 B제품에 든 당류가 더 많다.
두 제품은 용량이 다르지만, 한 팩을 아침 식사로 모두 먹는다면 당류 섭취량이 각각 19g과 29g이다. 따라서 같은 양을 비교하는 100g당 수치와 실제 한 번에 먹는 한 팩 전체의 수치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류·탄수화물 예상보다 높은 이유?…쌀가루·설탕도 들어가
단호박죽의 당류와 탄수화물이 예상보다 높은 것은 단호박만 들어간 게 아니기 때문이다. A제품의 원재료명을 보면 단호박과 호박 외에 설탕과 올리고당, 건식 쌀가루, 변성전분 등이 표시돼 있다. B제품도 스팀단호박과 단호박페이스트에 설탕, 생미분, 혼합분유 등이 들어 있다. 생미분은 물에 불린 쌀을 분쇄해 만든 쌀가루다.
두 제품 모두 설탕을 넣어 단맛을 냈고, A제품에는 올리고당도 들어 있다. 여기에 쌀가루와 전분 같은 탄수화물 원료가 죽의 농도와 질감을 만든다. 단호박 자체에도 당류가 들어 있지만, 설탕을 첨가하면 당류 함량이 더 늘어난다. 쌀가루와 전분은 총탄수화물 함량을 늘리는 요인이 된다.
혈당을 관리할 때는 영양정보에 표시된 당류만 봐서는 안 된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식후 혈당은 한 끼 식사의 ‘총탄수화물 양’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또 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해도 실제 혈당이 똑같은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혈당 반응은 전분의 성질과 조리·가공 방법, 식품의 형태, 식이섬유 함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당류가 적은 호박죽을 선택하더라도 총탄수화물까지 확인해야 한다. 쌀가루와 전분에 든 탄수화물 역시 소화 과정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당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제품을 고를 때는 한 팩 전체의 당류와 탄수화물을 먼저 비교하고, 원재료명에 설탕·올리고당·쌀가루·전분 등이 어떤 순서로 표시돼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무가당’ 제품도 당류를 별도로 넣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단호박과 쌀가루에서 유래한 탄수화물은 들어간다.
탄수화물 44~47g인데 단백질 3g…한 끼 영양 편중
단호박죽을 아침으로 먹을 때는 영양 균형도 살펴야 한다. 앞서 살펴본 A제품과 B제품은 탄수화물이 각각 47g과 44g이지만 단백질은 한 팩에 3g이다. 호박죽만 먹으면 영양 구성이 탄수화물에 치우치고, 한 끼에 필요한 단백질도 충분하지 않다.
이럴 때 호박죽의 양을 조절하고 삶은 달걀이나 두부처럼 단백질이 들어 있는 식품을 곁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또 호박죽 위에 견과류를 소량 올리면 씹는 식감을 더하고 지방과 단백질도 보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