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0일 (월)

부모님 손잡았는데 힘 예전 같지 않다면…80세 이상 4명 중 1명 '근감소증'

질병청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65~74세 악력 저하군 우울장애 유병률 14.3%, 정상군 2.0%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딸이 어머니를 다정하게 안고 있다. 부모의 손힘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약해졌다면 근력 저하나 근감소증의 신호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모님 손을 잡았을 때 예전보다 힘이 부쩍 약해졌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페트병 뚜껑을 열거나 물수건을 짜는 일이 전보다 힘들어졌다면 근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80세 이상 한국 노인 4명 중 1명은 근감소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아귀 힘인 ‘악력’이 떨어진 노인은 씹기와 걷기 등 일상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65~74세에서는 우울장애 유병률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청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65세 이상 노인의 근감소증 현황과 악력 저하에 따른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80세 이상 근감소증 26.9%…65~69세는 여성 더 많아

분석 결과 80세 이상 노인의 근감소증 유병률은 26.9%였다. 4명 가운데 1명꼴이다.

성별 양상은 연령에 따라 달랐다. 65~69세에서는 여성의 근감소증 유병률이 5.8%로 남성 2.6%보다 높았지만, 70대부터는 남성이 여성을 앞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근감소증은 단순히 근육량이 적은 경우를 뜻하지 않는다. 양손 또는 한손의 악력을 두 차례 측정한 값 가운데 최대값이 남성 28㎏, 여성 18㎏ 미만이면서,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으로 측정한 키 대비 사지근육량도 기준보다 적은 경우를 근감소증으로 분류했다. 근육량 기준은 남성 7㎏/㎡, 여성 5.4㎏/㎡ 미만이다.

악력 저하는 이 가운데 손아귀 힘만 기준으로 삼은 지표다. 남성은 최대 악력이 28㎏ 미만, 여성은 18㎏ 미만이면 악력 저하에 해당한다.

질병청 분석에는 악력 저하군의 85.0%에서 근감소증이 함께 나타났다. 다만 근감소증의 분류 기준 자체에 악력 저하가 포함돼 있는 만큼, 이 수치를 ‘손힘이 약하면 근감소증일 확률이 85%’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질병청은 악력계를 이용하는 것이 정확한 측정법이지만, 일상에서는 손을 맞잡아 쥐는 힘이 예전과 달라졌는지 살피거나 페트병 뚜껑 열기, 물수건 짜기 등을 통해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법은 진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근력이 달라졌는지를 살피는 생활 속 신호에 가깝다.

인포그래픽=질병청

손힘 약한 65~74세, 우울장애 지표 7배 이상

악력이 약한 노인은 정신건강과 일상 기능에서도 취약한 모습이 나타났다.

65~74세에서 악력 저하군의 우울장애 유병률은 14.3%로 정상 악력군의 2.0%보다 7배 이상 높았다.

여기서 우울장애 유병률은 의사가 우울증을 진단한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 선별도구인 PHQ-9에서 총점 27점 가운데 10점 이상을 받은 사람의 비율이다. 악력 저하가 우울증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 없고, 두 지표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씹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비율도 차이가 났다. 65~74세 악력 저하군의 저작 불편 호소율은 37.7%로 정상군 24.1%보다 높았다. 저작 불편은 치아나 틀니, 잇몸 등 입안 문제 때문에 음식을 씹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75세 이상에서는 걷기와 씹기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악력 저하군 가운데 걷기 실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비율은 64.4%로 정상군 54.1%보다 높았다. 저작 불편 호소율도 각각 42.0%, 32.6%였다.

걷기 실천은 최근 1주일 동안 한 번에 적어도 10분 이상 걷고, 하루 총 30분 이상을 주 5일 이상 실천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악력 떨어지고 체중·활동량까지 줄었다면 ‘노쇠’ 살펴야

질병청이 악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근감소증뿐 아니라 ‘노쇠’를 일찍 알아차릴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쇠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생리적·인지적 기능이 떨어져 감염이나 수술 같은 외부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몸이 회복하는 힘이 약해진 상태를 말한다.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와 피로감, 신체 활동량 감소, 느려진 보행 속도, 근력 저하 등이 주요 특징이다.

박기수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는 “어르신들은 건강한 상태에서 매우 심한 노쇠 단계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진행되므로 예방과 함께 회복 가능한 단계에 조기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악력 저하는 근감소증을 비롯한 다양한 노쇠 위험 요인이 함께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인 만큼 평소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악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 손힘만 볼 것이 아니라 식사량과 체중, 걷는 속도, 활동량, 기분 변화 등을 함께 살펴보라고 권고했다. 한국형 노인노쇠 진단척도(K-FRAIL)를 활용하면 간단한 설문을 통해 노쇠 위험도 확인할 수 있다.

씹는 데 불편함이 있다면 치과 진료와 함께 영양 상태도 챙길 필요가 있다. 계란찜이나 두부처럼 씹기 비교적 편하면서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활용할 수 있다. 노쇠 전단계가 의심될 때는 금연·절주와 함께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노쇠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건강한 노년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부모님을 뵐 때마다 손을 맞잡으며 악력의 변화를 살펴보고, 식사나 활동량, 기분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작은 실천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