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0일 (월)

술 마실 때 무심코 시킨 이 행동⋯아이의 음주 습관에 영향?

아이에게 술 가져오게 하거나 따르게 하는 행동, 아이의 음주 인식에 영향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어른들이 술자리를 가질 때 아이에게 술을 가져오게 하거나 잔에 술을 따르게 하는 행동이 이후 아이의 음주 습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른들이 술자리를 가질 때 아이에게 술을 가져오게 하거나 잔에 술을 따르게 하는 행동이 이후 아이의 음주 습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모가 별다른 의도 없이 시킨 행동이라도 아이가 이를 ‘미성년 음주를 허용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어, 이른 시기 음주를 시작하거나 이후 위험한 음주 행태를 보일 위험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미국 버펄로대 연구진은 부모와 자녀 260쌍을 대상으로 가정 내 음주 환경이 아이들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에 참여한 아이들의 평균 연령은 약 11세였다.

가족 술자리에 관여한 아이들, 3명 중 1명

연구진은 부모와 자녀를 대상으로 가정 내 음주 빈도와 아이들의 관여 정도, 부모와 또래의 미성년 음주 허용 수준에 대한 인식,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인 감각추구 성향 등을 조사했다. 연구에서 말하는 ‘가정 내 음주 환경 관여’는 아이가 어른을 위해 술을 가져오거나, 술병을 열거나, 술잔에 술을 따라 주는 행동 등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전체 가정의 약 31%에서 아이가 가족의 음주 환경에 일정 부분 관여한다고 답했다. 가장 흔한 행동은 어른에게 술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이처럼 가족의 술자리에 자주 관여한 아이일수록 부모의 허락을 받고 술을 맛본 경험이 많았으며, 부모가 미성년자의 음주를 비교적 허용한다고 인식하는 경향도 더 강했다.

다만 부모의 허락을 받아 술을 맛본 경험 자체는 부모가 미성년자의 음주를 허용한다고 인식하는 것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었다. 연구진은 부모가 아이에게 술을 맛보게 하는 과정에서 음주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반면 술을 가져오게 하거나 술을 따르게 하는 행동은 일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에게 다른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자극과 모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사이에 연관성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개인의 성격적 특성보다 음주 노출을 허용하는 가정의 분위기가 향후 음주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부모의 태도가 아이의 첫 음주 시기 앞당길 수도

기존 연구에서는 부모의 허락 아래 술을 맛본 경험이 있는 아이일수록 더 어린 나이에 음주를 시작하고, 이후 청소년기와 성인기 초기에 문제가 되는 음주 행태를 보일 위험이 높다는 결과가 보고돼 왔다.

이번 연구 역시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술자리에 참여하면서 음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고, 부모가 음주를 허용한다고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부모와 자녀의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된 만큼 정확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화적 환경과 가족 분위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코올, 임상 및 실험 연구(Alcohol, Clinical and Experimental Research)》에 ‘Youth Involvement in Family Drinking and Parental Permission to Sip/Taste Alcohol: A Test of an Early Risk Pathway to Perceived Parental Approval of Underage Alcohol Us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가정의 음주 문화, 청소년의 첫 음주 경험에 영향

우리나라에서도 명절이나 제사, 가족 모임 자리에서 부모나 친척이 아이에게 술을 따르게 하거나 술병을 가져오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한 모금 정도는 괜찮다”며 아이에게 술을 맛보게 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의 음주 행동에 또래 관계와 가정환경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청소년의 음주 경험률 변화 및 음주 시작 선행요인’ 연구에서는 또래 관계와 흡연 경험, 가정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청소년의 음주 행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가 주목한 부분 역시 실제 음주 여부보다 아이가 부모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지점이다. 부모가 별다른 의도 없이 아이에게 술을 가져오게 하거나 술을 따르게 하더라도 아이들은 이를 부모가 미성년자의 음주를 비교적 허용한다는 신호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음주 행동이 개인의 선택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또래, 학교, 지역사회 등 다양한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아이에게 직접 술을 권하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술과 관련된 행동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 자체가 음주에 대한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