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이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우리 몸은 그것을 영양소로 반갑게 맞이하기보다 우선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로 인식한다. 우리가 매일 삼키는 밥과 반찬은 몸의 처지에서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의 이물질이다. 세포들이 이를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철저하게 부수고 해체해 아군인지 적군인지 확인하는 치열한 검문검색 과정을 거쳐야 한다.
흔히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실제 적군이 최전방을 뚫고 들어와야만 면역세포들이 전투를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몸은 늘 먹는 음식에 대해서도 매번 깐깐하게 안전한지 확인한다. 이처럼 우리 몸의 면역계는 외부의 적이 침입하지 않아도 한순간도 쉬지 않는 가운데 군대처럼 경계태세를 유지한다. 우리 몸의 면역계를 외적 침입이 없어도 가상훈련을 꾸준하게 치르는 군대에 비유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외부의 적이 침입하지 않은 평화로운 시기에, 우리 몸속 면역 군대가 수행하는 가상훈련의 진짜 내용은 무엇일까? 부대 활동이 계속되면 부대 안에 각종 폐기물이 쌓이고 장비가 마모되듯, 우리 세포도 끊임없는 대사 활동 과정에서 쓰레기를 남긴다. 결국, 면역 군대의 일상적인 훈련이란, 몸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세포 잔해와 노폐물을 치우고, 내부를 단장하는 '부대 정비 작업'인 셈이다.
이 청소 작업, 즉 군대의 내부 정비 작업을 지휘하는 핵심 물질이 바로 아이코사노이드(eicosanoids)와 레졸빈(resolvins)이다. 우리 몸에서는 대사가 계속되는 한 아이코사노이드 신호도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이는 청소와 정비가 필요한 곳으로 면역세포를 불러 모으는 호출 신호와 같다. 이 신호를 받은 호중구(neutrophil)나 대식세포(macrophage) 같은 면역 청소부들이 혈관을 타고 이동해서 일제히 현장에 투입된다. 이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대사 찌꺼기들을 부지런히 집어삼키며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청소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이번에는 레졸빈이라는 물질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레졸빈은 현장의 면역 군대에 이제 임무를 마치고 안전하게 부대로 복귀하라는 퇴각 신호를 보낸다. 만약 레졸빈이 제때 작동하지 않으면 면역세포들은 현장에 계속 남아 활동하게 된다. 군대가 철수하지 못하고 한곳에 오래 주둔하면 긴장이 계속 유지되고 불필요한 소모가 커지듯, 지속된 면역 활동은 주변의 정상 조직에도 부담을 주고 기능 이상을 일으킨다. 이러한 상태가 바로 ‘침묵의 염증(silent inflammation)’이다.
결국, 우리가 먹은 음식을 바탕으로 대사가 계속되는 한, 우리 몸에서는 끊임없이 세포 잔해와 대사 부산물이 발생한다. 면역세포는 이를 처리하기 위해 매 순간 투입과 철수를 반복한다. 따라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은 단순히 에너지를 채우는 자리가 아니라, 몸속 면역계가 거대한 청소와 정비 작업을 시작하게 만드는 시발점이다. 살아있는 한, 그리고 음식을 먹는 한, 면역계의 청소와 정비 작업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