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 전 왼쪽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70대 여성은 유방 절제술과 항암 화학요법, 보조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암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유방을 잘라냈던 부위에 혹(종괴)이 생겼고 암으로 의심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3년 전 병원에서 들었다. 다행히 당시 조직 검사에서는 악성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던 왼쪽 가슴 부위의 혹이 최근 무서운 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신체 검사 결과 피부가 위로 솟아오를 정도로 크고 염증을 동반한 종괴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유방암이 재발한 것으로 의심하고, 즉시 암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검사(생검)를 했다.
정밀 조직 검사 결과는 반전이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세포는 기존 유방암 세포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면역조직화학 분석 결과, 암 세포는 평활근 액틴(SMA)에 강한 양성 반응을 보인 반면 유방암 계열의 단백질 반응은 모두 음성이었다. 유방암이 재발한 것이 아니었다. 암 치료를 위해 쬐었던 방사선이 원인으로 작용해 완전히 새로운 피부암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튀르키예 알틴바시대 병원 등 연구팀은 이 78세 여성 환자에게 괴사를 동반한 높은 등급의 악성 피부암인 ‘다형성 진피 육종’이라는 최종 진단을 내렸다. 육종의 크기는 8.5×6.5×5.5cm였다.
환자는 진단 직후 젬시타빈과 도세탁셀을 투여하는 전신 항암 화학요법에 들어갔다. 하지만 치료 후 시행한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CT)’에서 암세포가 약물에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대사 활동을 넓히며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암이 새로 발생한 흉벽과 폐 일부를 함께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 인공 구조물로 가슴을 재건했다. 수술 후 폐렴 증상과 가슴에 물이 차는 증상(흉막삼출)이 나타났고, 수술 부위가 세균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검사에서 대동맥 주위 림프절과 흉막 등으로 암이 번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척추와 대퇴골 전이 부위에 5회에 걸쳐 완화 목적의 강도조절방사선치료(IMRT)를 시행하며 지지 요법을 이어갔다. 환자의 통증을 줄이고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사례 연구 결과(Radiation-Induced Pleomorphic Dermal Sarcoma of the Chest Wall 25 Years After Breast Cancer Radiotherapy: A Case Report and Literature Review)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유방암 환자의 장기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과거에 받았던 암 치료 때문에 수십 년 뒤 새로운 암이 생기는 후기 합병증 사례도 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유방암 유병자는 약 30만 명을 넘어섰고 매년 2만5000~2만8000명의 유방암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이들 중 약 60~70%가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국내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은 유방암 생존자는 약 18만~21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사례 속 환자에게 발생한 방사선 유발 육종(RIS)의 발병률은 0.03~0.2% 수준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RIS 환자는 약 63~420명에 그치지만 예후가 썩 좋지 않다. 특히 유방암 외에도 각종 암 환자가 매우 많아, 방사선 치료 후 합병증이 수많은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방사선 유발 육종의 통상적인 잠복기는 5~15년이지만, 이번 환자처럼 25년이 흐른 뒤 늦게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부위에 한참 뒤 원인 모를 덩어리가 생긴다면 반드시 정밀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방사선 치료를 받았던 가슴이나 흉벽 부위에 원인 모를 멍울, 딱딱한 종괴, 피부 이상 등이 새로 나타난다면 단순 피부병이나 노화 현상으로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영상 검사만으로는 재발암과 방사선 유발 육종을 분별할 수 없다. 따라서 이상 징후를 느끼는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조직 검사(생검)와 면역조직화학 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내 전체 암 유병자는 270만 명을 넘어섰고, 수술·항암 치료와 함께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 환자 비율은 전체의 30~40%나 된다. 유방암 외에도 폐암, 두경부암, 전립선암, 자궁경부암, 뇌종양 등 각종 암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방사선에 노출된다.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를 넘어서면서 장기 생존자도 크게 늘었다. 그런 만큼 피부암은 물론 방사선 섬유화, 림프부종, 장기 손상, 이차 암 등 만성 합병증 위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경계가 매우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과거에 유방암 방사선 치료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이 암에 걸리나요?
A1. 아닙니다. 방사선 유발 육종은 전체 연조직 육종의 1% 미만이며, 유방암 방사선 치료 환자 중에서는 약 0.03~0.2%에서 발생하는 희귀한 병입니다. 발생 확률이 낮으니 지나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방사선을 쬔 부위에 한참 뒤 새로운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Q2. 영상 검사(CT나 PET/CT)만으로는 유방암 재발과 육종을 구분할 수 없나요?
A2. 네, 그렇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나타났듯 종양의 모양이나 대사 활성도를 보여주는 첨단 영상 검사만으로는 이것이 원래 있던 유방암이 재발한 것인지, 새로 생긴 육종인지 명확히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암세포의 단백질 발현 종류를 확인하는 면역조직화학 검사를 포함한 ‘조직 검사’를 시행해야만 정확한 감별 진단이 가능합니다.
Q3. 방사선 유발 육종은 어떻게 치료하며 예후는 어떤가요?
A3. 방사선 유발 육종은 주변 조직을 잘 파고들고 전이와 재발률이 높아 예후가 나쁜 편입니다. 특히 일반적인 항암 화학요법에 잘 반응하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암 조직 주변의 정상 조직까지 충분히 포함해 완전히 도려내는 ‘외과적 광범위 절제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가 진행된 경우에는 증상 완화를 위한 방사선 치료나 지지 요법을 시행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