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미국인 여성은 오른쪽 귀가 송곳으로 찌르듯 아프고, 목구멍이 타는 듯한 통증에 시달렸다. 밤마다 턱밑까지 번지는 통증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처음에 찾은 동네 병원에서는 외이도염(외이도 점막의 염증)이라며 귀에 넣는 약을 줬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환자가 찾은 다른 동네 병원에서는 위산 역류(후두인두 역류)라는 진단을 내렸다. 위산이 목구멍까지 거꾸로 올라와 점막을 자극하면 목이 타는 듯이 아프고, 이 자극이 신경을 타고 귀까지 번져 통증, 즉 전이성 이통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의사는 이비인후과에서 매우 흔한 이 병을 의심하고 위산 분비 억제제(오메프라졸 20mg)와 위산 차단제(파모티딘 20mg)를 처방했다. 환자는 두 달 넘게 매일 약을 먹었지만, 목과 귀를 짓누르는 통증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이 같은 과정을 약 3년 동안 되풀이하던 54세 여성 환자는 참다못해 큰 병원을 찾았다. 미국 브롱크스-레바논병원 연구팀은 정밀 검사를 위해 목 부위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했다. 조영제를 넣고 찍은 화면을 본 의료진은 깜짝 놀랐다.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던 통증의 진짜 원인은 엉뚱한 데 있었다.
위산 때문이 아니었다. 뇌로 피를 보내는 핵심 혈관인 오른쪽 내경 동맥(속목 동맥)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 목구멍(인두) 바로 뒤쪽 공간을 따라 위치해 있어 환자를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혈관과 목구멍 점막 표면 사이의 거리는 약 1mm밖에 안 됐다.
변형된 혈관이 목 뒷벽을 지나가는 뇌신경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듯 물리적으로 계속 압박했다. 뇌는 이 현상을 ‘귀와 목구멍 전체가 타 들어 가듯 아픈’ 것처럼 착각해 통증 신호를 보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환자의 병명은 ‘인두후방 내경 동맥에 의한 귀와 목구멍의 통증’이었다. 그런데도 위산 역류라는 엉뚱한 진단에 따라 염증치료제만 줄곧 먹었으니, 증상이 좋아질 리 없었다.
혈관 정밀 초음파 검사 결과, 다행히 환자에게는 혈관이 좁아지는 협착이나 동맥류 같은 합병증이 없었다. 연구팀은 수술 대신 보존적 치료를 권했다. 그 대신 전자의무기록(EMR)에 강력한 경고 알림을 등록하는 안전판을 마련했다. 앞으로 응급 수술이나 시술을 할 경우 의료진에게, 이 혈관을 절대 건드리지 않도록 당부했다.
또한 담당 의사와 마취과·치과에는 서면 통지서까지 전달했다. 환자는 의료 경보 카드를 지갑에 항상 넣고 다닌다. 6개월이 지난 뒤에도 별다른 신경학적 문제없이 건강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사례 연구 결과(Retropharyngeal internal carotid artery presenting as chronic otalgia and throat pain mimicking laryngopharyngeal reflux: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환자 사례는 흔히 유전자 변이나 유전 기형으로 오해를 받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독특한 해부학적 구조 변이와 후천적인 만성병이 결합해 나타난 현상이다. 의학계에선 이를 ‘인두후방 내경 동맥’이라고 한다. 내경 동맥(속목 동맥)이 인두(혀의 뒷부분부터 식도 사이에 위치한 짧은 관)의 뒷쪽에 있다는 뜻이다. 내경 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피를 뇌로 보내는 중요한 목 혈관 중 하나다. 뇌 전체에 대한 피 공급량의 80%를 담당한다.
대다수 사람은 이 혈관이 목구멍 벽에서 바깥쪽으로 안전하게 떨어져 지나간다. 하지만 일부 사람의 경우 이 혈관이 목구멍 뒤쪽 공간을 따라 위치해 있다. 이 같은 독특한 해부학적 구조는 부모에게 물려받는 유전병이나 유전자 돌연변이가 아니다.
쉽게 말해 혈관이 남들과 조금 다른 위치에 배치돼 있는, 신체적 개성이나 구조적 차이에 가깝다. 전체 인구의 약 1.5~2.6%에서 발견되므로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100명 중 1~2명은 몸속에 이런 독특한 구조를 갖고 살아간다.
각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 환자처럼 제2형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을 오래 앓은 사람의 경우, 이런 해부학적 구조 변화가 더 심해지거나 후천적으로 새로 나타날 수 있다.
높은 혈압이 수년 동안 혈관 벽을 밀어내면 혈관이 길게 늘어난다. 여기에 높은 콜레스테롤(고지혈) 때문에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겹치면, 늘어난 혈관이 직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고무줄처럼 구불구불 휘게 된다. 또한 높은 혈당은 혈관의 탄력 세포를 파괴해 노화를 앞당긴다.
이 때문에 사례 속 환자의 혈관이 좁은 목 안에서 비틀리며 목구멍의 뒷벽으로 밀려나면서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목구멍 뒤에 숨은 혈관은 평소 음식을 삼키거나 숨을 쉴 때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진짜 큰 문제는 이 혈관의 존재를 모른 채 목구멍 부위의 수술이나 시술을 받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의사가 이 맥박 치는 돌출부를 단순한 편도염, 목구멍 종양, 고름 주머니(농양) 등으로 오인하면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메스로 절개하거나 바늘을 찔러 조직검사(생검)를 시도할 경우 높은 압력의 동맥 혈관이 터지면서 감당하기 힘든 치명적인 대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편도선 절제술, 아데노이드 절제술, 응급 상황에서 기관 삽관을 할 때에도 이 혈관을 잘못 건드릴 위험이 매우 높다.
약을 먹어도 귀와 목의 통증이 낫지 않고 지속된다면 단순 염증이 아니라 몸속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정밀 검사를 미루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다. 또한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병을 철저히 관리해야 후천적인 혈관 변형 및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목 부위 시술 전에는 반드시 정확한 영상 검사로 안전성을 확인해야 치명적인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목구멍 뒤에 혈관이 있으면 수술을 통해 원래 위치로 되돌려 놓아야 하나요?
A1. 혈관벽이 부풀어 오르는 증상인 동맥류나 박리, 뇌졸중을 일으키는 심각한 혈관 협착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수술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혈관 자체는 정상적으로 피가 잘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이나 시술 때 의사가 이 위치를 미리 알고 피해 가기만 하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Q2. 목구멍 뒤에 있는 혈관 때문에 귀가 아플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목구멍과 귀는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망(제9뇌신경 설인신경, 제10뇌신경 미주신경)으로 아주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목구멍 뒤쪽으로 튀어나온 내경동맥이 이 신경줄기를 계속 압박하거나 자극하면, 뇌는 목이 아니라 '귀가 아프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이를 의학 용어로 '전이성 이통'이라고 합니다.
Q3. 이런 혈관 변이가 더 악화하지 않으려면 일상 생활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요?
A3. 혈관이 더 구불구불해지거나 변형되지 않도록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혈압과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혈관 내벽에 기름때(플라크)가 쌓이지 않도록 약을 잘 복용해야 합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아 혈관 건강을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