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3일 (목)

한국인 더 오래 살게 한 건?…심혈관질환 사망 감소였다

동남아, 설사병·결핵 사망 감소가 수명 연장 견인…1990~2023년 아시아 34개 국가·지역 분석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한국은 심혈관질환 사망 감소가 기대수명이 늘게 된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기대수명이 전체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수명 증가의 원인은 지역마다 크게 달랐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23일(한국 시간)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일본 등 고소득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심혈관질환 사망 감소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설사성 질환과 결핵 감소가 수명 증가의 주된 요인이었다.

연동건 경희대 교수, 강지승 고려대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GBD 2023 Asia Life Expectancy Collaborators)은 글로벌 질병부담연구(GBD 2023) 데이터를 활용해 1990~2023년 아시아 34개 국가·지역의 기대수명과 원인별 사망률, 위험 요인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모든 조사 대상 국가와 지역에서 기대수명은 꾸준히 증가했다. 다만 증가 속도와 기대수명을 끌어올린 요인은 지역마다 달랐다.

연평균 기대수명 증가 폭은 남아시아(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네팔·부탄)에서 가장 컸고, 고소득 아시아·태평양(한국·일본·싱가포르·브루나이)에서는 가장 작았다.

연구팀은 GBD 지역 분류 기준에 따라 기대수명 증가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카자흐스탄·몽골·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중국·북한·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 한국·일본·싱가포르·부르나이 등 고소득 아시아·태평양 국가로 분류된 지역에선 심혈관질환 사망률 감소가 기대수명 증가를 이끈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도·파키스탄·네팔·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와 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미얀마·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설사성 질환과 결핵 사망률 감소가 기대수명 연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같은 증가세에 제동을 건 요인으로 꼽혔다. 연구에 따르면 2019~2023년 여러 아시아 지역에서 기대수명이 감소했으며, 팬데믹 첫해에만 기대수명이 거의 2년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이상열 경희대 의대 내분비대사과·디지털헬스센터 교수는 “감염병 통제로 수명이 늘어온 저소득, 중소득 지역과 달리 한국 등 고소득 지역에서는 심혈관질환 사망 감소가 성장을 이끌었다”며 “이제는 고혈압과 흡연에 더해, 높은 공복혈당 등 대사위험이 새로운 부담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대수명에 도달했지만 연간 증가폭은 가장 작은 그룹에 속했다”며 “추가적인 수명 연장은 감염병이 아니라 당뇨병이나 비만 같은 대사·만성질환, 그리고 자살로 대표되는 정신건강 문제의 관리에 달려 있음을 이 연구는 시사한다”고 밝혔다. 

논문의 핵심 저자인 강지승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교수는 “기대수명 변화의 원인과 위험 요인이 국가와 지역마다 다른 만큼 모든 지역에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필요에 맞춰 개입 강도를 조절하는 ‘비례적 보편주의(proportional universalism)’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보건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저소득 국가에는 필수 의약품 보급과 위생·백신 프로그램 확충이 시급하며, 한국을 비롯한 고소득 국가 및 만성질환 급증 지역에서는 고혈압 관리, 금연 캠페인, 대기질 개선 등 맞춤형 예방 중심의 보건 정책이 추진되어야 아시아 전체의 건강 수명을 고르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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