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2일 (수)

기분 나쁠수록 폭력 드라마에 끌린다?…‘김부장’·‘참교육’ 흥행 이면의 심리

"최근 대중들 분노 반영" vs "크게 새로운 유행은 아냐"…전문가 해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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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 포스터. 정의를 위해 폭력도 불사하는 콘텐츠들의 유행세가 뜨겁다. 사진=SBS·넷플릭스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소지섭 주연의 김부장은 ‘딸바보’ 아빠가 위험에 빠진 딸을 찾아나서는 복수극이다. 8회가 방송된 지난 18일, 김부장의 시청률은 23.1%로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SBS 금토드라마 역대 1위인 '펜트하우스2'(29.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으로, 앞서 6회(22.3%)에서 세운 자체 최고 기록을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참교육’도 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최근 넷플릭스에 따르면, 참교육은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드라마의 가장 큰 공통점은 폭력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부장에서는 딸을 되찾는 복수란 목적 달성을 위해 유혈이 낭자하는 장면이 거의 매회 나온다. 두피를 도려내는 등,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신체 훼손 장면도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참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산하 ‘교권국’ 소속의 두 주인공(김무열·진기주)은 학생들을 올바르게 지도한다는 명분 아래 폭력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한다. 오죽하면 “드라마가 제시하는 ‘참된 교육’이 폭력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거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폭력물 전성시대’…국민들 분노가 치솟아서?

서울시 강남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A 전문의는 최근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콘텐츠 이용자의 정서가 부정적일수록, 우울하고 부정적인 콘텐츠를 더 많이 찾아본다는 것이다.

A 전문의가 인용한 연구는 2025년 1월 네이처 자매지에 실린 심리학 실험이다. 미국 스탠포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이 실험에서 총 1145명의 인터넷 이용 습관과 정신건강 사이의 관계를 살폈다.

5일간 하루에 20분씩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하게 한 뒤 자가 설문조사를 통해 정신건강을 평가한 결과,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부정적인 정보를 많이 보는 참가자일수록 정신건강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정반대의 상관관계도 관찰됐다. 인터넷을 보기 전에 기분을 측정했을 때, 기분이 나쁘다고 응답한 참가자일수록 부정적인 웹사이트를 방문할 가능성이 더 커졌던 것이다. 부정적인 정보를 접한 뒤 우울해지면 또다시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콘텐츠에 눈이 가는, 일종의 악순환이 발견된 셈이다.

A 전문의는 “이 실험의 인과관계에 대한 검증은 아직 진행 중인 걸로 안다”면서도 “다만 콘텐츠 이용자의 심리가 부정적일수록,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다수의 심리학자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지만, 결국 대중의 취향은 현 심리상태를 반영하기 마련”이라며 “김부장이나 참교육 등 폭력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의 유행세를 마냥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권선징악·폭력물 유행, 최신 트렌드 아냐” 반론도

반면 미디어 전문가의 견해는 달랐다. 폭력과 정의구현을 앞세운 작품이 인기가 높은 흐름은 비단 최근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유경한 전북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분노와 폭력을 다룬 작품들이 최근 인기가 많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다. 현실에 대한 분노, 정의 구현에 대한 갈망 등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잘 팔린 히트상품 아닌가. 당장 홍길동전만 해도 공유하는 정서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 더 이상 TV에서 틀어주는 드라마를 시청자들이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아니다. 시청자가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찾아 나서는 시대에서, 흥행 이유를 대중의 분노에서 찾는 것은 지나치게 상황을 단순화하는 접근”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같은 ‘정의구현’식의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을 잘 파악해 현실에 반영하는 것이 각계 전문가들의 역할이라고 봤다.

“김부장과 참교육의 흥행 이유요? 원래부터 잘 팔리는 스토리니까요. 역사적으로 가장 잘 먹히는 정서죠. 하지만 시청자들이 어떤 점에 공감하고 어떤 점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카타르시스는 드라마 주인공이 이것저것 때려부수는 걸 보고 느끼는 게 아니라, 드라마에서 구현된 정의가 현실로 이어질 때 느끼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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