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 치료제가 알코올 사용장애에도 도움을 줄 가능성이 발견됐다. 다만 실제 음주량을 줄인 것이 아니라, 음주 관련 병원 방문 건수를 낮추는 방식이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는 약물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제품이다. 이들 약은 몸 안의 식욕 조절 호르몬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등이 대표적인 GLP-1 비만 치료제다.
GLP-1 약물은 과식을 막고 체중 감소를 기대할 수 있어 다양한 만성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심혈관질환·신장 질환·치매·뇌졸중 등 다양한 질병 위험 감소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포착된 것이다.
알코올 중독 치료제보다 효과가 더 좋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건강 데이터 분석회사 ‘트루베타’는 이와 관련된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총 4만703명의 데이터를 검토했는데, 이들은 제2형 당뇨병이나 비만 중 하나를 앓는 상태에서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을 추가로 받은 환자들이었다.
단, 연구팀은 음주량 자체를 추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봤다. 대신 음주 때문에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입원을 한 사례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살폈다.
연구팀은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친 비교분석을 설계했다.
첫 번째는 당뇨병 치료제와의 비교다. 혈당강하제 등 다른 당뇨병 치료제에 비해 위고비·마운자로는 당뇨병 환자들의 알코올 관련 병원 방문 위험을 약 22% 줄였다. 과거 가장 널리 쓰였던 혈당강하제인 ‘설포닐우레아’ 계열 약물과 비교했을 땐 위험이 약 26%까지 감소했다.
두 번째는 다른 종류의 비만치료제와의 비교였다. 펜터민 계열 비만약이나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등 초기 GLP-1 약물을 사용한 사람에 비해, 위고비·마운자로를 맞은 비만 환자들의 음주 관련 병원 방문은 약 32%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은 실제 알코올 중독 치료제와의 비교였다. 날트렉손·디설피람·아캄프로세이트 등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물보다 위고비·마운자로의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위고비·마운자로는 알코올 중독 치료제보다 당뇨병 환자의 음주 관련 병원 방문을 약 63% 억제했고, 비만 환자의 방문은 65% 억제했다.
인과 관계 확정은 아냐…보상회로에 영향 미쳤을 가능성
다만 연구팀은 “이 결과는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실제 음주량을 줄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알코올 관련 진단, 급성 음주와 알코올 금단 현상 관련 응급실 방문, 혈중 알코올 검사 등 관련된 의료 행위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확인했을 뿐이다.
해당 연구는 무작위 배정된 임상 시험 결과가 아니라, 단순히 의료 기록만 확인한 대조 연구라는 한계도 있다.
정리하면 아직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알코올 중독 치료에 적극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의학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에서 나타난 이들 약물(위고비·마운자로)이 전문적으로 알코올 사용 장애를 치료하는 약들보다 효과가 오히려 컸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GLP-1 계열 약물이 단순히 배고픔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물질에 대한 갈망이나 보상 욕구를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무작위임상시험 등을 거치면 치료 효과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의학저널(BMJ)이 발간하는 학술지 《BMJ Open》에 21일(현지시간)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