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신부전 환자에게 가족이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혈액형이 다르다. 이식을 포기해야 할까? 아니면 서울 대형병원에 가서 수술해야 할까?
혈액형이 달라도 일부 환자는 신장이식을 받을 수 있다. 환자 몸속 항체를 낮추고 면역반응을 조절한 뒤 시행하는 ‘ABO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이다.

부산 봉생기념병원은 2026년 6월 30일 현재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167례를 기록했다. 부울경 최다 실적이다. '포괄2차종합병원'이지만, 어지간한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들보다 많다.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왜 ‘고난도 수술’일까?
혈액형 부적합 이식은 신장을 떼어내고 붙이는 수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자의 항체가 이식 신장을 공격할 수 있어 수술 전 항체 수치를 낮추고, 수술 뒤에는 거부반응과 감염을 함께 살펴야 한다.
신장내과와 수술팀, 마취과, 진단검사의학과, 투석실이 같은 일정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면역억제제를 너무 적게 쓰면 거부반응 위험이 커지고, 지나치면 감염에 취약해진다.
봉생기념병원의 167례가 특별한 이유다. 고난도 수술을 많이 했다는 뜻을 넘어, 환자 선별부터 수술 전 준비와 수술 후 면역관리까지 복잡한 과정을 반복해왔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생체·뇌사자 이식 경험도 그만큼 두텁다. 1995년 첫 수술 이후 지난 30년간 누적 1,452례(2026년 6월 30일 현재)가 이를 웅변한다. 그중 생체이식은 1,126례, 뇌사자이식은 326례다. 혈액형 부적합 이식은 생체이식에 포함된다.
봉생기념병원 김중경 명예이사(신장내과)는 “신장이식은 한 의사가 수술만 잘한다고 되는 분야가 아니다”고 말했다. 신장내과와 이식수술팀, 투석실, 검사실, 코디네이터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야 하는 팀 진료라는 점을 강조했다.

게다가 신장이식팀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더 쉽지 않다. 수술 기술뿐 아니라 수혜자와 기증자 평가, 면역억제 치료, 감염 관리, 응급 투석, 장기 추적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의료진이 자주 바뀌지 않고 같은 기준과 경험을 공유해온 시간도 중요한 자산이다. 신장이식이 단순한 수술을 넘어 고난도 치료로 불리는 이유다.
수술 건수가 다는 아니다⋯10년 뒤 생존 성적도 봐야
신장이식은 수술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식 환자는 면역억제제를 꾸준히 먹어야 한다. 열이 나거나 소변량이 줄고 몸이 붓는다면 거부반응이나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당뇨병, 고혈압 등 신부전을 불러온 만성질환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뒤따르는 것도 당연하다.
수술 받은 환자가 얼마나 오래 생존하는지, 그리고 이식받은 신장이 얼마나 오랫동안 기능하는지는 그런 치밀한 후속 관리의 증거이기도 하다.
봉생기념병원이 1995년부터 2025년까지 30년간 이식 수술했던 환자들 추적한 자료에 따르면 환자 생존율이 1년 98.5%, 5년 97.0%, 10년 95.3%를 기록했다. 수술을 받고 10년간 생존했던 환자가 95%를 넘었다. 20년 환자 생존율도 86.6%나 됐다.
봉생기념병원의 이같이 높은 생존율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데이터가 이식신장 생존율이다. 이식한 신장이 투석 없이 계속 기능하는 비율을 뜻한다. 봉생의 경우 1년 97.6%, 5년 92.6%, 10년 84.2%였다. 세월이 흘러 이식 신장이 기능을 잃어가더라도 환자는 다시 투석받을 수 있다. 환자 생존율보다 적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이식 후 기간 | 환자 생존율 | 이식신장 생존율 |
| 1년 | 98.5% | 97.6% |
| 5년 | 97.0% | 92.6% |
| 10년 | 95.3% | 84.2% |
| 20년 | 86.6% | 60.4% |
수술 뒤에도 전화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
약 복용과 검사 결과를 두고 갑자기 궁금한 일도 생긴다. 이때는 환자가 누구와 연결되는지가 무척 중요하다.
봉생기념병원은 검사 결과와 약 조절이 필요하면 코디네이터가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낸다. 다른 지역에 사는 환자에게 문제가 생겨도 먼저 코디네이터에게 연락하도록 한다. 코디네이터는 환자 상태에 따라 집에서 지켜봐도 되는지, 약을 조절해야 하는지, 병원에 와야 하는지를 안내한다.
김 명예이사는 “이식 환자는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연락하고 답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환자와 병원의 연결을 실시간 끈끈하게 유지하려 한다”고 했다. 환자의 검사 결과를 그때 그때 전화나 문자로 알려주고, 코디네이터가 환자와 의료진 사이를 오프라인으로 잇는 방식이 노년층 환자들에겐 더 친화적이다.
[FAQ]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이것이 궁금하다
혈액형이 다르면 신장이식을 받을 수 없나요?
일부 환자는 받을 수 있습니다. 항체 수치와 환자·기증자 상태를 평가하고, 수술 전 항체를 낮추는 치료가 추가 필요합니다.
신장이식은 반드시 대학병원에서 받아야 하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제 이식 경험과 다학제 협진, 투석·응급 대응, 이식 후 장기관리 체계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포괄2차'에서도 대학병원 이상의 전문성과 역량을 가진 곳이 있습니다.
신장이식을 받으면 치료가 끝나나요?
아닙니다. 면역억제제를 계속 복용하고 거부반응과 감염, 약물 부작용, 이식 신장 기능을 꾸준히 살펴야 합니다. 그런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환자와 이식신장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도움말=봉생기념병원 김중경 명예이사(신장내과). 연세대 원주의대를 나와 미국 콜로라도대학병원 신장이식센터에서 임상펠로우 과정을 마쳤다. 대한신장학회, 대한이식학회, 미국신장학회 활동을 해왔고, 부울경에서 탁월한 신장이식 증례를 만들어왔다. 다른 의사들과 함께 ‘신장이식 진료 지침서’와 ‘Kidney Transplantation in Sensitized Patients’를 공저했고, 환자를 위한 신장이식 가이드 ‘새 콩팥과 살아가기’를 단독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