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0일 (월)

정상 혈당 50세女, 음식 먹으면 되레 혈당 ‘뚝’…현기증·손떨림 10년?

평소 공복혈당·당화혈색소 정상인데도, 식후 2~4시간에 혈당 급격히 떨어지기 일쑤/‘반응성 저혈당’ 진단...다행히 당뇨병약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에 효과 있고, 살도 12kg 빠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노부부가 초콜릿을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다. 당뇨병 환자 중에는 느닷없는 저혈당 쇼크에 대비해 초콜릿이나 사탕을 상비약처럼 챙겨 넣고 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혈당의 정상 범위는 공복혈당 100 mg/dL 미만, 당화혈색소 5.7% 미만이다. 혈당이 지극히 정상인 사람이 식후 2~4시간이면 혈당이 오히려 뚝 떨어져 현기증 손떨림 가슴두근거림 식은땀 등 증상으로 10년 동안 고통받은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10년 동안 매일같이 음식만 먹으면 혈당이 뚝 떨어져 고통받는 50세 여성 환자가 있었다. 이 환자는 평소 단백질 위주로 식사하고 탄수화물을 멀리하는 등 식이요법을 철저히 지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식사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현기증과 손떨림, 가슴 두근거림에 시달렸다.

특히 최근 2년 동안에는 증상이 더 심해져 식사 후 2~4시간만 지나면 식은땀이 흐르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잦았다. 이 때문에 직장 생활은 물론 정상적인 사회 활동도 힘들어져 삶의 질도 뚝 떨어졌다.

이 환자를 가장 절망스럽게 만든 것은 병원 검사 결과였다. 당시 환자의 공복 혈당은 86.4mg/dL, 당화혈색소는 5.6%로 지극히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10년 동안이나 음식만 먹으면 찾아오는 저혈당과 실신에 시달렸다. 동네병원에서는 당뇨약 아카보스를 처방해줬지만, 심한 위염으로 복용을 중단해야 했다. 널리 알려진 당뇨약인 메트포르민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영국 돈캐스터 로열 인피르머리 종합병원, 인도 크리스천대 공동 연구팀은 각종 검사 결과와 증상을 토대로, 이 환자에게 ‘난치성 반응성 저혈당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연구팀은 이 환자에게 당뇨병약 및 비만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를 처방했다. 의료진 입장에서 쉽지 않은 전향적인 시도였다.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주당 6회의 저혈당 발작이 주 1회로 크게 줄었고, 연속 혈당 모니터링(CGM) 검사에서 하루 중 위험한 저혈당 상태(70mg/dL 미만)에 머무는 시간이 12%에서 1%로 대폭 감소했다. 게다가 체중이 70kg에서 58kg으로 12kg나 빠지는 부수 효과도 누렸다.

이 사례 연구 결과(Semaglutide for Refractory Reactive Hypoglycaemia: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저혈당증은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주사를 과도하게 맞거나 오랫동안 굶었을 때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당뇨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 중에서도 식사 후 혈당이 뚝 떨어지고 어지럼증 등 관련 증상을 나타내는 ‘반응성 저혈당증’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의 반응성 저혈당증 환자 수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단독 질병 코드가 명확하지 않고, 대다수 환자가 건강 검진의 공복 혈당, 당화혈색소 수치에서 정상 판정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상을 겪으면서도 진단이 되지 않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환자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환자는 식후의 극심한 피로감, 어지러움을 식곤증이나 만성피로, 기립성저혈압, 이석증 등으로 잘못 인식한 채 엉뚱한 치료를 받으며 고통을 겪고 있다.

반응성 저혈당증은 음식을 먹은 뒤 췌장에서 인슐린이 한꺼번에 과도하게 분비되거나, 혈당이 오르는 속도보다 한발 늦게 인슐린이 분비되면서 발생하는 대사 혼란이다. 특히 정제 탄수화물이나 당류가 많은 식사를 하면 혈당이 치솟는 ‘혈당 피크’가 발생하며, 췌장은 이에 놀라 인슐린을 과다 배출한다. 그 결과 식사 후 2~4시간이 지나 소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때가 되면 혈당이 정상 범위 밑으로 뚝 떨어진다. 하지만 평소 공복 혈당이나 당화혈색소 검사를 하면 모두 정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원인을 찾지 못한 가운데 환자가 방치되기 일쑤다.

저혈당 상태가 되면 몸속 세포와 뇌에 공급될 포도당이 급격히 고갈된다. 이에 따라 손떨림, 가슴두근거림, 식은땀 등 경고 신호를 시작으로 극심한 피로감, 어지러움이 나타난다. 심하면 뇌 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추며 실신한다. 이런 난치성 반응성 저혈당 환자에게 위 배출 속도를 늦추고 인슐린 분비를 포도당 농도에 맞춰 조절해 주는 대사 약물을 ‘적응증 외(Off-label)’로 처방해 혈당 변동성을 잡는 연구가 의학계에서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공복 혈당이나 당화혈색소가 정상이라고 해서 내 몸의 대사 시스템이 완전히 건강하다고 과신해서는 안 된다. 식사 후 참기 힘들 정도의 피로감이 밀려오거나 비정상적인 배고픔, 어지러움, 손떨림 등 증상이 되풀이된다면 내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 연속 혈당 측정으로 식후에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가 정상인데도 식후 저혈당증이 생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공복 혈당은 8시간 이상 금식했을 때의 기준이고, 당화혈색소는 최근 3개월의 평균 혈당 수치입니다. 식후 반응성 저혈당증은 평소에는 혈당이 정상이지만, 음식을 먹은 직후에만 혈당이 치솟았다가 인슐린 과다 분비로 급격히 떨어지는 병입니다. 평균치나 공복 수치만 보는 일반 혈액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Q2. 평소 식후 저혈당을 예방하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규칙이 있을까요?

A2. 식사 때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변동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 채소(식이섬유)를 먼저 먹고, 이어 고기나 생선(단백질 및 지방), 마지막에 밥이나 면(탄수화물)을 먹는 ‘거꾸로 식사법’이 큰 도움이 됩니다. 한 번에 과식하기보다 소량씩 자주 나눠 먹는 것이 췌장의 인슐린 과반응을 예방하는 지름길입니다.

Q3. 식후 어지러움이 느껴질 때마다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으면 도움이 되나요?

A3. 당장 어지러워서 쓰러질 것 같은 응급 상황(혈당 70mg/dL 미만)에서는 즉시 주스나 사탕을 먹어 혈당을 올려야 합니다. 그러나 평소에 어지럽다고 해서 습관적으로 단것을 찾아 먹으면, 일시적으로는 몸이 편해질지 몰라도 잠시 후 췌장을 다시 자극해 또다시 인슐린 과다 분비를 일으킵니다. 이는 혈당이 더 많이 떨어지게 하는 ‘저혈당의 악순환’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정제 탄수화물을 끊고 병원 진단을 받아 대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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