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남자아이, 검지가 약지보다 길면 머리도 크다?”

신생아 225명 분석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태아기에 에스트로겐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아가 검지가 약지보다 길고, 출생 당시 머리둘레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AI생성 편집

손가락을 펴고 집게손가락과 약지의 길이를 비교해 보자. 태아기에 에스트로겐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아는 검지가 약지보다 길고, 출생 당시 머리둘레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스완지대 응용스포츠·기술·운동·의학(A-STEM) 존 매닝 교수팀과 튀르키예 이스탄불대 인류학과 연구진이 두 손가락의 길이 차이와 인류의 뇌가 커진 과정을 추적연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초기 인간 발달(Early Human Development)》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남아 100명과 여아 125명 등 신생아 225명을 대상으로 집게손가락과 약지의 길이 비율인 ‘2D:4D 비율’을 측정하고 머리둘레와 비교했다. 2D는 집게손가락, 4D는 약지를 뜻한다.

연구에서는 이 비율을 임신 초기 3개월 동안 태아가 노출된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의 상대적 균형을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지표로 사용했다. 테스토스테론보다 에스트로겐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되면 집게손가락이 약지보다 길어져 2D:4D 비율이 높아지는 관계는 이전 연구에서 알려진 바 있다.

이 연구에서 분석한 결과, 남아에서는 2D:4D 비율이 높을수록 머리둘레도 큰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의 해석에 따르면 태아기 에스트로겐 노출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남아가 더 큰 머리둘레를 보인 셈이다. 여아에게서는 이와 같은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머리둘레는 신생아의 전반적인 뇌 크기를 추정하는 지표로 널리 쓰인다. 이후의 인지 발달과 지능지수(IQ) 측정값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능은 유전·환경·발달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에스트로겐화 유인원 가설’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설은 인간의 뇌가 커지는 과정이 초기 조상보다 골격이 덜 견고해지고 신체적으로 여성적인 형태로 변화한 현상과 함께 나타났다고 본다.

매닝 교수는 “뇌 크기의 증가는 골격의 여성화와 함께 나타나며, 이를 에스트로겐화 유인원 가설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의 높은 2D:4D 비율이 심장질환 발생 증가, 정자 수 감소, 조현병 소인과 연관됐다는 기존 연구를 언급하며 “뇌 크기의 증가가 이런 문제를 상쇄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큰 뇌가 인류에게 중요한 진화적 이점을 제공한 반면, 그 발달과 연관된 호르몬 환경은 남성에게 심혈관계 문제나 생식 능력 저하 등의 생물학적 부담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인류가 더 큰 뇌를 얻는 과정에서 일정한 진화적 대가를 치렀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손가락 길이 비율이 뇌 크기와 연관이 있음을 발견한 것이고, 이 비율이 뇌 크기를 직접 결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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