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간병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대안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간호 인력 부족 등으로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는 데다, 간병인의 교육과 서비스 질을 관리하는 기준도 따로 없어 환자 안전과 돌봄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코메디닷컴 취재 결과, 대한입원의학회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간병인 관리체계 도입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태영 대한입원의학회장(용인세브란스병원 입원의학과장)은 “현재 한국의 간병인은 별도의 국가 자격이나 통일된 관리 기준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병원에서 활동하는 개인 간병인에게 법적으로 요구되는 국가자격이나 면허는 없다.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이고 ‘간병사’는 등록 민간자격이지만, 개인 간병인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공통 자격은 아니다. 간병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이수해야 할 통일된 의무교육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어 경 회장은 “간병에 필요한 기본 교육도 받지 않은 고령·외국인 간병인이 급성기 병원에서 중증 환자 간병을 전담하다 보니 낙상이나 욕창, 감염, 섬망 관리 부실 등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정책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경 회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만성적인 간호 인력난으로 인해 급성기·중증 환자 병동 전체로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적 간병인들의 간병 서비스 질을 높이려면 국가가 그에 맞는 교육과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병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사적 간병 비용 부담은 월 평균 300만 원을 웃돌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간병 서비스의 질을 확인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경 회장은 “실제 의료 현장에선 한국어가 서툰 조선족 등 외국인 간병인들이 환자의 상태를 의료진에게 잘못 전달하거나 음압실 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는 등의 일도 다수”라고 전했다.
간병 인력의 고령화도 간병 서비스 질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통계에 따르면 요양병원 간병인의 경우 약 80%가 60대 이상으로 ‘노노(老老) 돌봄’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입원의학회 측은 간병의 질을 높이려면 간병인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이나 일본, 대만, 영국 등 해외에선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1994년 사적 간병인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병원이 간호보조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간호보조자 배치 비율이 높을수록 정부가 병원에 건강보험 수가를 높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나 간병인 부족 문제, 외국인 간병인 의존도 등의 측면에서 한국과 가장 유사한 국가인 대만도 최근 간병인 국가 공인 자격증 제도를 만들고 공동간병 모델을 제도화, 간병 비용을 낮추고 간병 서비스 질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간병은 전적으로 병원의 의료 서비스 영역에 속한다. 영국 또한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간호조무인력 예산을 전액 지급하는 체계다. 이들 국가에선 간병인이 되기 위한 커리큘럼과 교육 이수 시간이 구체적으로 지정돼 있다.
경 회장은 “한국에서도 미국이나 영국처럼 간병인에 대한 최소한의 표준 교육 요건이 정립되어야 한다”며 “간병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보다도 ‘간병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실습 교육 규정이 마련되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거나 체력적으로 간병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은 간병인 자격 취득이 쉽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해 인력 확보와 비용 부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경 회장은 “제도가 갑자기 시행되면 간병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간병비가 급상승할 여지가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관련 제도는 국가 지원을 통해 차근차근 과도기를 거쳐 연착륙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현재 요양병원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환자의 간병비 본인부담률을 30% 내외로 낮추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이는 공동간병을 전제로 한 간병비 지원으로, 일대일 개인간병 비용까지 일반적으로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