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가슴 안 여는 심장 판막 시술, 왜 흉부외과가 ‘구원투수’로 대기할까?

[삼성창원병원 TAVI] ③ 수술이냐 vs. 시술이냐⋯치료 방향부터 응급 대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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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쁘고, 가슴이 아프고, 자주 어지러운 증상을 불러오는 심장 대동맥판막협착증을 고치는 TAVI는 개흉 수술 못지 않은 난도의 치료법. 그래서 순환기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여러 의사가 함께 달라붙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60대 후반 여성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판막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나이만 보면 고령은 아니었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을 열고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을 먼저 검토할 만한 케이스.

하지만 환자 상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말기 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하고 있었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었고, 뇌경색 병력도 있었다. 부정맥 때문에 인공심장박동기를 달고 있었고, 협심증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은 적도 있었다.

게다가 고도비만까지 겹쳐 수술 접근 자체도 쉽지 않았다. 판막이 버티는 장기 내구성(耐久性)까지 생각하면 수술이 더 유리해 보였지만, 실제 수술과 마취 위험은 예상과 달리 무척 높았던 상황.

이에 다학제팀 논의 과정에서 결론이 바뀌었다. 심장초음파와 CT 영상을 다시 보고, 대동맥판막 모양과 혈관 접근 경로를 검토한 결과,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 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이 더 적절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과 시술의 장단점을 설명한 뒤, 결국 TAVI로 치료 방향을 정했다.

이런 장면이 TAVI팀의 본질을 보여준다. TAVI는 가슴을 직접 열지는 않지만, 간단한 시술은 결코 아니다. 심장 대동맥의 좁아진 판막 자리에 인공판막을 넣는 고난도 치료다. 그래서 한 명의 의사가 “이걸로 하자”고 정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심장초음파는 ‘판막’을, TAVI CT는 ‘길’을 본다

TAVI 후보 환자가 오면 먼저 봐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판막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그리고 그 판막까지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지다.

먼저 심장초음파로는 판막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심장이 피를 짜내는 펌프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본다. 삼성창원병원(병원장 오주현)에서는 심장초음파와 심장 이미징을 전문적으로 보는 이미래 교수(순환기내과)가 정밀 분석을 맡는다. 이를 통해 협착 정도가 중증인지, 심장이 얼마나 부담을 받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다음이 CT다. 그중 TAVI CT는 일반 CT와 다르다. 인공판막이 들어갈 길을 정밀하게 살펴보는 검사다. 영상의학과 장홍 교수는 “허벅지 쪽 대퇴동맥 지름이 충분한지, 혈관벽에 딱딱한 석회가 쌓여 있지는 않은지, 혈관이 지나치게 구불구불하지는 않은지를 두루 살핀다”고 했다.

그래서 TAVI CT는 심장 주변만 보는 검사가 아니다. 시술의 접근 경로인 대퇴동맥부터 대동맥, 관상동맥, 심장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혈관 상태를 넓게 촬영하고 3D로 재구성해 분석한다.

박익현 교수(순환기내과)는 “사전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쉽게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판막을 어디에 놓을지, 어떤 혈관으로 들어갈지, 관상동맥 입구가 막힐 위험은 없는지, 어느 판막이 더 적절한지를 정밀 계산해야 한다.

순환기내과 박익현 교수가 환자의 현재 심장과 대동맥판막 상황을 설명하며 가장 나은 치료법을 상의하고 있다. 사진=삼성창원병원

판막 종류도 여기서 갈린다. 풍선으로 강하게 펼치는 방식이 유리한 환자가 있고, 스스로 서서히 펼쳐지는 방식이 더 안전한 환자도 있다.

본래 판막의 모양, 석회화 위치, 관상동맥 입구 높이 등을 종합해 인공판막의 크기와 종류, 삽입 방법을 정한다. 환자가 보기엔 단순해 보여도, 실제로는 시술 전 영상 분석이 치료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판막이 펼쳐지는 순간, TAVI팀은 오케스트라처럼 움직인다

TAVI 시술실에 들어가면 각자 보는 것이 다르다. 순환기내과는 인공판막을 목표 위치까지 보내고 펼치는 과정을 맡는다. 박용환 센터장이 ‘메인 오퍼레이터’로 전체 흐름을 지휘한다. 그럴 때 박익현 교수(순환기내과)는 혈관 접근, 임시 심장박동기 거치, 판막 삽입 보조 등을 맡는다.

판막을 펼치는 순간에는 심장을 잠시동안 아주 빠르게 뛰게 한다(rapid pacing). 심박을 빠르게 올리면 심장이 순간적으로 피를 거의 짜내지 못한다. 그 찰나에 혈류가 잦아들어야, 인공판막이 혈류에 떠밀리지 않고 정확한 자리에서 펼쳐진다. 박익현 교수는 “메인 오퍼레이터가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한 단계씩 지시하고, 옆에서는 그 순서를 확인하며 같이 움직인다”고 했다.

마취팀은 환자의 호흡과 혈압, 의식 상태를 본다. 간호사와 방사선사는 기구와 영상, 동선을 맞춘다. 필요하면 ECMO를 포함한 응급 순환 보조도 준비한다.

그래서 TAVI팀은 오케스트라와 비슷하다. 지휘자 한 명만 잘한다고 음악이 완성되지 않는다. 각 파트가 자기 소리를 내되, 같은 박자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돌발상황 때는 누가 대응하나?

80세 이상 초고령이거나 수술 위험이 큰 환자에게 TAVI는 큰 장점이 있다. 6일부터 일정 조건이 되면 60대, 70대도 시술을 받을 수 있게 급여 기준이 완화되면서 TAVI 대상도 늘어났다.

하지만 전통적 외과 수술이 더 안전하거나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수술 위험이 낮은 환자, 비교적 젊은 환자, 앞으로 재치료 가능성까지 봐야 하는 환자들이다. 김명영 교수(심장혈관흉부외과)는 “환자의 남은 인생 전체를 보고 치료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는 응급 대비다. TAVI 시술 중 드물게는 대동맥 손상, 판막 위치 이탈, 관상동맥 입구 폐쇄 같은 심각한 상황이 갑자기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즉시 외과적 처치나 응급 전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흉부외과 의사인 김 교수는 자신의 역할을 야구의 ‘구원투수’에 비유했다. “선발투수가 잘 던지면 구원투수는 나설 일이 없겠지요. 하지만 위기가 오면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 불을 꺼야 합니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개흉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파트. 하지만 TAVI 시술에선 순환기내과와 팀을 이뤄 진단하고,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대비하는 '구원투 수' 역할을 맡는다. 사진=삼성창원병원

TAVI에서도 흉부외과는 그런 역할을 한다. 시술이 잘 진행되면 뒤에서 지켜보지만, 문제가 생기면 즉시 수술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삼성창원병원 TAVI팀(센터장 박용환)이 매주 수요일 오후를 TAVI 시술 시간으로 정례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흉부외과와 수술실, 응급 대응 체계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

김 교수는 “TAVI팀이 시술에 들어갈 때 여러 수술방들 중 하나는 바로 가동할 수 있도록 동시에 준비해둔다”고 했다. 흉부외과는 치료 방향을 함께 정하는 핵심 멤버이면서, 돌발상황에 대비한 최후의 안전망이기도 하다.

40년 전에 이미 개흉 심장수술 성공⋯경남 심장치료의 역사

TAVI는 인공판막을 넣는 손기술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심장초음파로 판막을 읽고, TAVI CT로 혈관 길을 재고, 흉부외과가 수술 가능성과 응급 전환 가능성을 판단하며, 마취·중환자 대응 체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삼성창원병원이 TAVI를 시작한 것은 2023년. 그런 다음 60례(2026년 7월 현재)를 시술했다. 하지만 이 병원 심장치료 역사는 오래다.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남에서 처음으로 심장센터를 열고 개흉 심장수술을 성공시켰다.

그런 심장수술의 맥이 흉부외과 쪽에선 현재의 김명영 교수로 이어졌다. 순환기내과 역시 오랫동안 관상동맥질환과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 중재시술 경험을 쌓아왔다. 여기에 박용환 심장혈관센터장과 박익현 교수의 심혈관 중재시술과 중환자 치료 경험, 이미래 교수의 심장초음파·이미징 전문성까지 모이면서 현재의 TAVI팀이 만들어졌다.

팀 성장도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초반에는 경험 많은 TAVI 프록터(proctor)가 함께 시술을 확인했다. 일종의 ‘현장 지도 전문의’다.

10례를 조금 넘긴 뒤에는 프록터 없이 독립 시술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마취 방식과 시술 동선이 안정되고, 정해진 프로토콜(protocol)이 몸에 익으면서 최근에는 하루 3명 시술도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박용환 센터장은 “최근에는 팀 역량이 충분히 올라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TAVI가 가슴을 열지 않는 시술이지만, 그 안전성은 개흉 심장수술과 심혈관 중재시술, 정밀 영상판독 경험을 함께 쌓아온 병원의 40년 심장치료 기반 위에서 확보된다. 결국 TAVI팀이 묻는 질문은 하나다. “이 환자에게 지금 가장 안전하고 오래 도움이 되는 길은 무엇인가?”

가슴을 열지 않는다는 장점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수술이 더 나은지, TAVI가 더 나은지, 아니면 먼저 다른 병부터 해결해야 하는지까지 머리를 함께 맞대고 깊게 따지는 이유다.

[FAQ] 환자가 많이 묻는 질문들

TAVI 전에는 왜 심장초음파와 CT를 모두 보나요?

심장초음파는 판막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심장이 얼마나 부담을 받고 있는지를 봅니다. TAVI CT는 인공판막이 들어갈 길을 보죠. 두 검사를 함께 봐야 TAVI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종류의 판막을 쓸지, 또 어느 혈관으로 들어갈지도 정할 수 있습니다.

가슴을 열지 않는데 왜 흉부외과가 필요한가요?

TAVI 중 드물게 대동맥 손상, 판막 위치 이탈, 관상동맥 입구 폐쇄 같은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즉시 수술 전환이나 외과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어 흉부외과가 처음 판단 단계부터 참여하는 거죠.

다학제 논의에서 치료법이 바뀌기도 하나요?

그렇습니다. 나이만 보면 수술이 맞아 보이지만 동반 질환과 마취 위험 때문에 TAVI가 더 적절한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엔 TAVI를 검토했지만 판막 구조나 혈관 상태가 불리해 수술로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환자에게 무엇이 더 맞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니까요.

왼쪽 순환기내과 박익현 교수, 오른쪽 심장혈관흉부외과 김명영 교수. 사진=삼성창원병원

도움말=삼성창원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익현 교수(순환기내과). 경상국립대 의전원을 나와 삼성창원병원에서 수련하고 임상강사를 거쳤다.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 고혈압, 고지혈증을 진료하며 TAVI팀에서 혈관 접근, 임시 심박동기 거치, 시술 중 순환·응급상황 대응을 함께 맡는다.

도움말=삼성창원병원 김명영 교수(심장혈관흉부외과). 고신대 의대를 나와 삼성창원병원에서 수련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강사를 거쳤다. 현재 심장외과 분야를 맡고 있다. TAVI 심장통합진료에선 수술 가능성, 응급 수술 전환 가능성, 장기 치료 전략을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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