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서 일부 호르몬 피임제에 뇌수막종 위험 경고가 추가된다. 피임제를 이용 중인 여성이라면 복용 중인 제품의 성분과 사용 기간을 확인하고, 시야 변화나 두통 악화 같은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의료진과 상담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피임제는 먹는 피임약뿐 아니라, 호르몬 성분을 이용한 질내 피임 링과 체내 이식형 피임 장치 등을 포함한다.
다만 모든 피임제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데소게스트렐(desogestrel)' 또는 ‘에토노게스트렐(etonogestrel)’ 함유 피임제에 대해 뇌수막종 위험 경고를 추가하기로 했다. 특히 프랑스 연구에서는 데소게스트렐 성분의 경구 피임약을 5년 넘게 사용한 여성에서 수술이 필요한 두개내 뇌수막종 위험 증가가 관찰됐다. 반면, ‘레보노르게스트렐’ 성분은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에스트로겐과 함께 사용한 경우 모두에서 뇌수막종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EMA 산하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PRAC)는 최근 데소게스트렐 또는 에토노게스트렐 함유 피임제와 관련해 의료진 안내문을 발송하기로 했다. 해당 제품의 안전성 정보도 개정된다.
데소게스트렐과 에토노게스트렐은 피임 효과를 내는 3세대 프로게스토겐 계열 성분이다. 프로게스토겐은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합성 호르몬을 말한다. 데소게스트렐은 주로 먹는 피임약 형태로 쓰이고, 에토노게스트렐은 체내 이식형 피임제나 에티닐에스트라디올과 함께 사용하는 질내 피임 링 등에 포함될 수 있다.
5년 넘긴 데소게스트렐서 위험 증가…절대위험은 낮아
이번 조치는 프랑스 국가건강자료를 활용한 대규모 환자-대조군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국제학술지 《BMJ》에 발표된 이 연구는 2020~2023년 사이 두개내 뇌수막종으로 수술이 필요했던 여성 8391명과 뇌수막종이 없는 대조군을 비교했다.
뇌수막종은 뇌와 척수를 둘러싼 막에서 생기는 종양이다. 대부분 양성이고 천천히 자라지만, 생기는 위치나 크기에 따라 시야 이상, 청력 저하, 두통, 발작, 팔·다리 힘 빠짐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연구에서는 데소게스트렐 75㎍ 함유 경구 피임약을 짧게 사용한 경우 두개내 뇌수막종 위험 증가가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5년 이상 장기간 사용한 경우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5~7년 사용한 경우 위험비는 1.51, 7년 이상 사용한 경우 2.09였다. 이는 7년 이상 사용한 여성에서 수술이 필요한 두개내 뇌수막종 위험이 비교군보다 두 배 이상 높게 관찰됐다는 의미다.
다만 절대 위험은 낮은 편이었다. 프랑스 연구진은 데소게스트렐 사용 여성 6만7300명당 수술이 필요한 두개내 뇌수막종이 1건 더 발생하는 수준으로 추정했다. 또 데소게스트렐 사용을 중단한 지 1년이 지나면 위험 증가가 더 이상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레보노르게스트렐(levonorgestrel) 성분은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에스트로겐과 함께 사용한 경우 모두에서 뇌수막종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뇌수막종 병력자는 사용 금기…두통 악화·시야 변화 확인
PRAC는 데소게스트렐 또는 에토노게스트렐을 처방하기 전 과거 프로게스토겐 사용 이력을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뇌수막종이 있거나 과거 뇌수막종을 앓은 적이 있는 여성에게는 이들 성분 사용이 금기다. 사용 중 뇌수막종이 진단되면 처방을 중단해야 한다.
사용 중인 여성은 의심 증상에도 주의해야 한다. 시야 변화, 청력 저하, 이명, 후각 소실, 두통 악화, 기억력 저하, 발작, 팔이나 다리의 힘 빠짐 등이 나타나면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이번 경고를 피임제 사용을 무조건 중단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위험 증가는 특정 성분과 장기 사용에서 관찰됐고, 전체 발생 위험은 낮은 편이다. 피임제를 장기간 사용하고 있거나 뇌수막종 병력이 있는 여성이라면 복용 중인 제품의 성분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진과 피임 방법을 다시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