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바이오벤처기업이 개발한 첫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을 위한 주요 관문을 넘었다. 두 차례 이상 치료를 받고도 재발하거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림프종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8일 열린 ‘2026년 제6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큐로셀의 ‘림카토주’(성분명 안발캅타젠오토류셀)에 대해 급여기준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을 보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및 원발성 종격동 거대 B세포 림프종(PMBCL) 성인 환자다.
림카토는 신약 벤처 큐로셀이 개발한 CD19 표적 CAR-T 치료제다. CAR-T 치료제는 환자에게서 T세포를 채취한 뒤 암세포를 알아보도록 유전자를 조작하고, 이를 다시 환자에게 투여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개인 맞춤형 세포유전자치료제다. 기존 항암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혈액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으로 쓰이고 있다.
국제 학술지 근거 보완…후속 급여 절차 남아
이번 결정은 림카토가 지난 5월 열린 제5차 암질심에서 급여기준을 인정받지 못한 뒤 한 달 만에 나온 결과다. 당시에는 치료제의 유효성이나 안전성 자체보다 임상 결과를 뒷받침할 국제 학술지 게재 자료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이 심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봤다. 큐로셀은 이후 림카토 임상 2상 결과를 미국혈액학회 공식 학술지 《블러드(Blood)》에 게재하며 근거 자료를 보완했다.
보완된 임상 근거도 긍정적이다. 블러드에 게재된 임상 2상 자료에 따르면 림카토는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7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독립심사위원회 평가 기준 전체반응률 75.3%, 완전관해율 67.1%를 보였다. 전체반응률은 치료 후 암이 일정 기준 이상 줄어든 환자의 비율이고, 완전관해는 검사상 암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CAR-T 치료제에서 주의해야 하는 주요 이상반응인 3등급 이상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은 8.9%, 신경독성은 3.8%로 보고됐다.
림카토의 차별점은 큐로셀의 독자 플랫폼인 ‘오비스’(OVIS·Overcome Immune Suppression)에 있다. 오비스는 CAR-T 세포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신호인 PD-1과 TIGIT을 동시에 낮추도록 설계한 기술이다. 암세포 주변에서는 면역세포의 힘을 떨어뜨리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오비스는 이런 환경에서도 CAR-T 세포가 쉽게 지치지 않고 항암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암질심 통과가 곧바로 최종 급여 확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암질심은 항암제의 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심의하는 절차로, 신약이 급여권에 들어가기 위한 핵심 관문으로 꼽힌다. 림카토는 이번 심의에서 급여기준 설정 결정을 받았지만, 앞으로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등 후속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마치고 최종 급여 등재까지 이어지면 림카토는 국내 개발 CAR-T 치료제가 실제 환자 치료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아 쓰이는 대표적 CAR-T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다.
이번 암질심에서는 림카토 외에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에 쓰이는 DCEP 요법이 급여기준 설정 결정을 받았다. DCEP는 덱사메타손, 시클로포스파미드, 에토포시드, 시스플라틴을 함께 쓰는 화학항암요법이다.
반면 한국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는 급여기준 확대 안건에서 재논의 결정이 내려졌다. 로슈는 국소진행성, 염증성 또는 초기 단계의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트라스투주맙 및 화학요법과 병용하는 방안에 대해 급여 확대를 신청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 설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