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7일 (월)

두 달간 목소리 쉬고, 목에 사레 들린 70대男...후두 아닌 ‘심장’ 문제?

가슴속 대동맥에 이상...주머니처럼 부풀어 오른 큰 동맥류와 혈전(피떡)이 발견돼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남성이 목을 만지고 있다. 감기 증상이나 통증이 없는데도 목소리가 쉬고 목에 사레가 들린다면, 후두가 아니라 심장이나 심혈관에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별한 감기 증상이나 통증도 없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쉬고 목에 사레가 들린다면, 이비인후과 질병이 아니라 심장의 위험 신호일 수 있다. 목소리 변화를 단순 노화나 후두의 문제로 여겼다가, 가슴 속에서 치명적인 동맥류가 발견된 70대 남성의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인도 PSG 의과학연구소(PSG IMSR)는 최근 2개월간 점차 악화되는 쉰 목소리와 물과 음식을 삼킬 때 사레가 걸리는 증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76세 남성 환자의 사례를 발표했다. 이 환자는 심혈관 시술을 7년 전 받은 적이 있고, 담배를 30년간 피웠다.

정밀 검사 결과, 뜻밖에도 목이 아닌 가슴속 대동맥에서 주머니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거대한 동맥류(대동맥류)와 혈전(피떡)이 발견됐다. 이 동맥류가 주변을 지나가는 성대신경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성대 마비와 목소리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성대 마비를 일으켜 목소리를 변하게 하는 심혈관병을 ‘오르트너증후군(Ortner's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연구팀은 환자의 나이를 고려해 특정 수술(분지 절제술을 동반한 하이브리드 대동맥궁 수복술)을 권했다. 하지만 환자는 수술을 원치 않았다. 연구팀은 베타차단제(메토프롤롤 12.5mg)를 처방하고 혈압 목표치를 130/90 mmHg로 조절하면서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연구팀은 6개월 후 컴퓨터 단층촬영(CT) 대동맥조영술을 다시 시행하도록 권고했으나, 환자는 이후 병원을 찾지 않았다.

이 사례 연구 결과(The Silent Aneurysm Behind the Hoarse Voice: Ortner's Syndrome)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심장이나 대동맥의 병이 환자의 목소리를 쉬게 하는 것은 성대신경의 독특한 주행 경로 때문이다. 목소리를 조절하는 ‘왼쪽 되돌이 후두신경’(좌측 반회 후두신경)은 뇌에서 나와 목으로 바로 가지 않는다. 가슴 아래까지 내려가 대동맥궁(심장에서 나온 큰 대동맥이 활 모양으로 꺾이는 부위) 밑을 한 바퀴 감아 돌아 다시 목으로 올라간다.

이 때문에 대동맥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대동맥류가 생기거나, 판막병 등으로 심장 윗방향인 좌심방이 비대해지면 이 신경이 꽉 눌린다. 신경이 압박을 받으면 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마비되고, 발성할 때 틈이 벌어져 쉰 목소리가 나거나 소리가 새어나간다.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성대의 기능도 떨어진다. 음식을 삼킬 때 자주 사레가 걸리는 증상(액체 흡인 증상)도 나타난다.

대동맥류는 벽이 찢어지거나 터지면 급사할 수 있는 위험한 병이다. 하지만 파열 전까지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 등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례의 환자도 통증이 전혀 없었고 쉰 목소리와 삼킴곤란 증상을 보였다.

통증이 없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심장 시술을 받은 적이 있거나 고혈압, 혈관이 딱딱해지는 죽상경화증을 앓는 고령층, 장기 흡연자 등 심혈관병 위험이 높은 사람은 목소리 변화를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평소 감기나 목을 많이 쓰지도 않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음식을 삼키기 힘들다면, 즉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진찰과 함께 가슴속 혈관을 살펴보는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정밀 검사를 받으면 치명적인 화를 막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오른쪽 성대가 마비돼도 심장병을 의심해야 하나요?

A1. 오르트너증후군을 일으키는 성대신경 마비는 왼쪽 신경에만 해당합니다. 왼쪽 성대신경은 가슴 속 대동맥 아래를 길게 돌아가기 때문에 심혈관병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반면 오른쪽 성대신경은 가슴까지 내려가지 않고 목 주변 혈관(우쇄골하동맥)을 돌아서 올라갑니다. 오른쪽 성대 마비는 주로 갑상선 수술이나 경추 수술, 목 주변의 종양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Q2. 쉰 목소리가 나면 무조건 흉부 CT부터 찍어봐야 할까요?

A2. 아닙니다. 쉰 목소리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감기에 의한 후두염, 성대 결절(혹), 폴립(용종) 등 이비인후과 질병이나 위산 역류입니다. 목소리가 변했을 때는 먼저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후두경 검사로 성대의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후두경 검사에서 성대 자체에는 종양이나 염증이 없는데도 성대 한쪽이 마비되고, 환자가 심혈관병 고위험군일 때에는 흉부 CT 검사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Q3. 대동맥류로 인한 성대 마비를 치료하면 목소리가 되돌아오나요?

A3. 신경이 눌려 있었던 기간과 손상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대동맥류를 수술이나 시술로 치료해 신경을 누르던 압박을 일찍 제거하면, 목소리가 서서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경이 오랜 기간 심하게 눌려 마비가 굳어졌다면 혈관병을 치료해도 목소리가 완전히 돌아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성대 내에 필러를 주입해 발성 시 틈을 메워주는 성대 주입술 등으로 목소리와 삼킴 증상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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