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RAS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로슈가 기존 치료제와 직접 비교한 3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 아직 구체적인 생존기간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승인 약제보다 병의 진행을 늦추고 전체 생존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환자 치료 선택지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로슈는 KRAS G12C 억제제 후보물질 ‘디바라십’이 3상 임상시험 ‘Krascendo 1 연구’에서 기존 승인 치료제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유의하게 개선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중간분석에서는 전체생존기간(OS)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무진행생존기간은 치료 후 암이 더 악화되지 않고 지낸 기간을 뜻한다. 전체생존기간은 치료 시작 후 환자가 생존한 기간이다. 항암제 임상에서 두 지표는 치료 효과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쓰인다.
이번 연구에는 이전 치료를 받은 KRAS G12C 변이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338명이 참여했다. 과거 KRAS G12C 억제제나 범KRAS·RAS 억제제를 투여받은 환자는 제외됐다. 환자들은 디바라십 1일 1회, 암젠의 루마크라스(성분명 소토라십) 1일 1회,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크라자티(성분명 아다그라십) 1일 2회 투여군으로 나뉘었다.
약으로 겨냥 어려웠던 KRAS, 표적치료 경쟁 본격화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형이다. 과거에는 조직검사 결과와 병기 중심으로 치료를 정했지만, 최근에는 암세포가 가진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 표적치료제를 선택하는 방식이 중요해졌다. EGFR, ALK, ROS1, BRAF, MET, RET, NTRK, HER2, KRAS 같은 유전자 변이가 대표적인 치료 결정 인자로 꼽힌다.
KRAS는 세포 성장 신호를 조절하는 유전자다. 정상적으로는 필요할 때만 성장 신호를 켜고 끄는 역할을 하지만, 변이가 생기면 신호가 계속 켜진 상태가 돼 암세포 증식을 촉진할 수 있다. KRAS G12C는 KRAS 유전자의 12번째 아미노산 위치에서 글리신이 시스테인으로 바뀐 변이다. 비소세포폐암, 특히 폐선암에서 비교적 자주 확인되는 변이로 알려져 있다.
KRAS G12C 변이는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약 10~13%에서 보고된다. 진행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에서도 10~13% 안팎으로 관찰되며, KRAS 변이 가운데 흔한 유형 중 하나다. 폐암 환자 전체로 보면 일부에 해당하지만, 비소세포폐암 환자 수가 많은 만큼 실제 치료 대상 환자 규모는 작지 않다.
이 변이가 중요한 이유는 치료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KRAS는 오랜 기간 약으로 직접 겨냥하기 어려운 표적으로 여겨졌다. 단백질 구조상 약물이 잘 붙을 공간이 부족하고, 세포 안에서 강하게 작동하는 신호 단백질이라는 특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KRAS G12C 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이 개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21년 루마크라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승인을 받으며 첫 KRAS G12C 표적치료제로 등장했고, 2022년에는 크라자티가 뒤를 이었다. 두 약제는 이전 치료를 받은 KRAS G12C 변이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사용된다. 이로써 KRAS G12C는 단순한 예후 관련 변이가 아니라,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표적 변이로 자리 잡았다.
디바라십은 로슈가 개발 중인 경구용 KRAS G12C 억제제다. 변이 KRAS 단백질을 비활성 상태로 묶어 암 성장 신호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로슈는 디바라십이 기존 약제와 비교해 표적 선택성과 결합력이 높은 차별화된 분자라고 설명해 왔다.
이번 연구는 디바라십을 화학항암제와 비교한 것이 아니라, 이미 승인된 같은 계열 KRAS G12C 억제제와 직접 비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로슈는 앞서 디바라십과 도세탁셀을 비교하는 연구를 중단하고, 루마크라스·크라자티와 맞붙는 방식의 3상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결과가 규제기관 심사로 이어지면 KRAS G12C 변이 폐암 2차 치료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디바라십의 우위 정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로슈는 무진행생존기간과 전체생존기간의 구체적인 수치, 위험비, 반응률 등 세부 데이터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는 향후 학회에서 전체 데이터를 발표하고, 규제당국에 허가 신청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로슈는 디바라십의 2차 치료 비소세포폐암 허가 신청을 2027년 계획 목록에 올려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