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는 나이가 들면 피할 수 없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최근 들어 위험 요인을 관리해 상당수를 예방하거나 발병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한 예로 2024년 국제학술지 ‘랜싯(The Lancet)’ 치매위원회는 교육 부족과 청력 손실, 고혈압, 흡연, 비만, 우울증, 신체활동 부족, 당뇨병, 과도한 음주, 외상성 뇌손상, 대기오염, 사회적 고립, 높은 LDL 콜레스테롤, 치료하지 않은 시력 손실 등 14가지를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위험 요인을 생애 전반에 걸쳐 관리하면 전체 치매 사례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발병을 늦출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된다.
문제는 위험 요인을 아는 것이 반드시 생활습관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치매 예방을 위해 대규모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개인의 위험 요인에 맞춘 실천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호주 커틴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랜싯 건강 장수(The Lancet Healthy Longevity)》에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치매 예방을 위한 공중보건 캠페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연구 제목은 ‘Population-level interventions for dementia prevention: a systematic review’다.
대규모 인식 제고 프로그램, 널리 알렸지만 행동 변화는 제한적
연구진은 호주, 벨기에, 칠레, 중국, 덴마크, 네덜란드, 푸에르토리코, 미국 등 8개국에서 시행된 치매 예방 관련 공중보건 개입을 다룬 연구 12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중매체를 활용한 대규모 캠페인은 치매 예방에 대한 정보를 폭넓게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관련 지식을 높이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또 실제 생활습관 변화로 이어지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반면 개인별 치매 위험을 평가하거나 온라인 교육과 지역사회 기반 프로그램 등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은 치매 예방 지식을 높이고 위험 요인을 줄이는 행동을 촉진하는 데 비교적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연구를 이끈 마리오 시에르보 커틴대 공중보건대학 교수는 “치매의 최대 45%는 생활습관과 건강 상태, 환경 등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요인과 관련돼 있다”며 “하지만 위험 요인을 단순히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식 제고 캠페인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의미 있고 지속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연구에서는 개인별 위험 평가와 체계적인 교육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3년에 걸쳐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 상태가 26% 개선됐다.
다만 연구진은 기존 연구 대부분의 추적 관찰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이러한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치매 위험을 낮추는지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행동 변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치매 예방에 대한 지식과 동기 부족, 시간과 비용 부담 등이 꼽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장기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그동안 관련 연구와 정책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던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근감소성 비만 있으면 치매 위험 34% 높아…체지방량보다 근력 중요 시사
시에르보 교수는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임상영양학’에 발표한 별도의 연구에서도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과 치매의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성인 48만 9972명을 평균 13.6년간 추적해 근감소성 비만과 전체 치매,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근감소증과 비만이 함께 나타나는 근감소성 비만이 있는 사람은 근감소증과 비만이 모두 없는 사람보다 전체 치매 발생 위험이 34% 높았다. 근감소증만 있는 경우에도 치매 위험이 30% 증가했다.
반면 근력이 유지된 경우에는 비만 자체가 치매 위험 증가와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통계적으로 낮은 위험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체지방량보다 근육 기능이 치매 예방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악력과 치매 위험 사이에는 뚜렷한 역의 연관성이 관찰됐다. 남녀 모두 악력이 높을수록 치매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개인 위험 알게 하고, 실천 방법까지 제시해야
공동저자인 블러섬 스테판 교수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치매를 피할 수 없는 노화의 일부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위험 요인을 알고 있더라도 시간과 비용, 동기 부족과 같은 장벽 때문에 생활습관을 바꾸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실제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보다 상호작용을 강화한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뇌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실천 방법을 단계적으로 안내하는 온라인 교육, 생활습관이 개인의 치매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맞춤형 위험 평가, 또래 교육자와 보건 인력, 지역사회 지도자 등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 참여하는 지역사회 기반 프로그램 등이 있다.
시에르보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위험을 이해하고, 특히 신뢰할 수 있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명확하고 실질적인 행동 방법을 제공받으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스테판 교수는 "앞으로의 공중보건 전략은 인식을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사람들이 실제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접근성이 높고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설계된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수십 년 동안 치매 환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방은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 중 하나"라며 "위험을 알리는 방식과 행동 변화를 지원하는 전략을 함께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주 묻는 질문]
Q1. 치매는 생활습관을 바꾸면 예방할 수 있나요?
치매를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존 연구에서는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을 관리하면 상당수의 치매를 예방하거나 발병을 늦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2024년 《랜싯》 치매위원회는 교육 부족, 청력 손실, 고혈압, 흡연, 비만, 신체활동 부족, 당뇨병, 사회적 고립 등 14개 위험 요인을 관리하면 전체 치매 사례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발병을 늦출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Q2. 근감소성 비만이란 무엇이며 치매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근감소성 비만은 근육 기능이 저하된 상태와 과도한 체지방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커틴대 연구진이 성인 약 49만 명을 추적한 결과, 근감소성 비만이 있는 사람은 근감소증과 비만이 모두 없는 사람보다 전체 치매 발생 위험이 34% 높았다. 악력이 감소할수록 이후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Q3. 치매 예방 캠페인은 왜 실제 행동 변화로 잘 이어지지 않나요?
치매 위험 요인을 알고 있더라도 시간과 비용 부담, 동기 부족 등이 생활습관 변화를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보다 개인별 치매 위험 평가, 단계별 온라인 교육, 지역사회 기반 프로그램 등 참여형 접근이 지식 향상과 위험 요인을 줄이는 행동을 유도하는 데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