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는 2일 공동성명을 내고,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전담간호사·PA간호사)의 교육기관 지정·평가를 대한간호협회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간호협회가 교육과정 운영에 더해 교육기관 지정·평가, 자격관리까지 단독으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세 단체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간호협회는 이에 앞서 여러 차례 성명과 집회를 통해 통합 관리 필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정부의 최종 방안이 주목된다.

의협·병협·의학회 "교육·평가 한 단체가 맡으면 객관성 담보 못 해"
세 단체는 이날 성명에서 진료지원업무가 '환자의 진료 및 치료에 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 이후, 의사의 지도와 위임에 근거하여 수행되는 업무'라며 간호사의 독자적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교육기관으로 의사협회·병원협회 등 관련 단체와 300병상 이상 병원까지 지정될 예정인데, 이들 기관에 대한 평가까지 간호협회가 도맡는 것은 이해당사자가 심판을 겸하는 구조라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세 단체는 평가의 독립성과 이해상충 방지, 외부 검증 절차가 보장돼야 하며, 정부가 교육·평가 분리 원칙을 유지하고 관련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적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수술실·중환자실·심장혈관센터 등 고위험 영역은 의료기관 유형과 진료과목, 환자군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이 달라, 표준화된 기본교육 외에 병원별·진료과별 현장 교육과 내부 자격관리, 지속적 역량평가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미국 PA(Physician Assistant), 영국 PA·AA(Anaesthesia Associate), 호주 NP(Nurse Practitioner) 등 해외 사례 역시 각국 고유의 면허·자격·규제체계 안에서 운영되는 제도로, 간호협회가 교육·평가·자격관리를 독자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세 단체는 전담간호사에 대한 표준화된 교육과 교육의 질 향상 자체에는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혀, 교육 참여 의지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간호협회 "교육·평가 분리가 오히려 비효율·안전 공백 부른다"
대한간호협회는 반대로 교육과 평가를 나누는 쪽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가 교육체계를 '교육과정 운영·수료증 관리'와 '교육기관 지정·평가'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간호협회는 지난달 22일 성명을 내고 이를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라고 비판했다. 교육기관의 시설·강사진·실습 체계를 파악하는 주체와 이를 평가하는 주체가 다르면 정보 단절이 생기고, 교육 현장 데이터가 평가·개선으로 이어지는 환류 구조가 끊긴다는 논리다.
지난달 19일 공개한 자체 실태조사에서 응답 간호사 8890명 중 82.2%가 진료지원업무를 '간호법에 명시된 바에 따라 의사의 지도와 위임에 근거해 수행하는 간호사의 업무'라고 답했다면서 의사의 지도·위임 체계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간호협회는 지난달 3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58만 간호사의 간곡한 외침, 대통령님 면담을 요청합니다'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면담을 공식 요청한 데 이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인근에서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체계 정상화 2차 촉구대회'를 열었다. 신경림 회장은 대통령 면담 요청문에서 "간호 전문직의 교육과 자격관리는 전문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간호계가 책임져야 한다"며 "교육기관 지정과 평가 권한을 외부 기관이 통제하려는 것은 간호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호협회는 통합 관리를 요구하며 구체적인 방안도 이미 내놓았다. 지난 5월 복지부 공청회 국면에서 간호협회는 공통 이론·실기 120시간, 분야별 이론·실기 80시간, 현장실습 200시간 등 총 400시간의 표준 교육과정을 자체 제안했다. 자격 요건으로는 간호사 면허와 3년 이상 임상경력, 교육 이수 및 자격시험 합격을 제시했고, 자격증은 5년마다 갱신하도록 했다. 중환자·응급, 내과, 수술, 재택 등 11개 분야별 자격 고시(안)도 함께 공개하면서 분야별 자격시험을 통한 체계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사·병원 단체와 간호사 단체 모두 '환자 안전'과 '전문성 확보'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어, 정부가 어느 쪽 방안을 최종 채택하느냐에 따라 진료지원업무 교육·평가체계의 운영 주체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