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층의 다약제 복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이 여러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만큼 체중을 줄이면 복용 약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돼 왔으나, 고령층의 다약제 복용 대부분은 비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65세 이상 고령자에서 비만이 다약제 복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일반내과학저널(Journal of General Internal Medicine)》에 발표했다.
고령층 42%가 다약제 복용…비만군에서 더 높아
다악제 복용은 일반적으로 처방약 5가지 이상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령이 되면 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흔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약물 간 상호작용과 부작용, 치료 부담 증가, 삶의 질 저하 등의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연구진은 2021~2023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자료를 활용해 체질량지수(BMI) 18.5kg/㎡ 이상인 65세 이상 성인 1944명을 분석했다. 가중치를 적용하면 미국 전체 고령자 약 5320만 명을 대표하는 자료다.
분석 결과, 고령층의 42%가 다약제 복용 상태였다. BMI가 30kg/㎡ 이상인 비만 고령층에서는 이 비율이 51%로, 비만이 아닌 고령층의 36%보다 높았다.
비만이 설명하는 다약제 복용은 일부에 그쳐
연구진이 비만이 다약제 복용에 실제로 기여하는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전체 다약제 복용 사례의 15%만이 비만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약 330만 명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 제1저자인 앨리사 첸 박사는 “의료계에서는 GLP-1 계열 약물로 비만을 치료하면 비만 관련 질환도 함께 개선돼 복용 약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비만이 다약제 복용에 기여하는 비율은 약 15%에 그쳤고, 대부분의 다약제 복용은 비만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비만과 관련된 합병증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의 전체 약물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GLP-1 계열 약물이 메스꺼움, 위산 역류, 설사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추가적인 일반의약품이나 처방약이 필요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신저자인 알렉산드라 M. 하지덕 박사는 “고령층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은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분야”라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약물이 고령층의 건강관리와 의료 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보여주는 첫 단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비만 치료만으로 다약제 복용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복용 중인 약물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불필요한 약을 줄이는 합리적인 약물 조정 전략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고령층의 장기적인 건강과 약물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고령층도 다약제 복용 부담 커
국내에서도 고령층의 다약제 복용은 중요한 보건의료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약평론가회가 개최한 건강포럼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이 3개월 이상 복용하는 약물 수가 평균 4.1개이며, 5개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다약제 복용군은 40%에 달하는 것으로 소개됐다. 또 2024년 메타분석에서는 국내 65세 이상 다약제 복용률이 42%로 스위스(41%), 미국(37%), 일본(29%)보다 높았으며, 75세 이상에서는 70%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건강보험 청구자료에서 65세 이상 노인환자 736만 명 가운데 90일 이상 5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한 환자는 264만 명(36%)으로 집계됐다. 다약제 사용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입원과 응급실 방문 위험이 1.2~1.8배, 사망 위험은 1.6~2.8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다약제 관리는 단순히 약의 개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환자별 약물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사와 약사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 약물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처방 정보 연계 시스템과 약물관리 플랫폼 마련, 처방 재검토에 대한 제도적 지원 등 국가 차원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면 고령층이 복용하는 약이 줄어드나요?
A. 이번 연구에서는 비만이 고령층 다약제 복용에 기여하는 비율이 약 15%에 그쳐,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비만 관련 질환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전체 약물 부담을 크게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Q2. 다약제 복용은 왜 문제가 되나요?
A. 일반적으로 처방약 5가지 이상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다약제는 약물 간 상호작용과 부작용 위험을 높이고, 낙상과 인지기능 저하, 입원 및 사망 위험 증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Q3.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A. 전문가들은 단순히 약의 개수를 줄이기보다 환자별 약물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불필요한 약을 줄이는 처방 재검토를 활성화하는 한편, 의사와 약사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 약물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