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정신건강 문제를 넘어 신체 전반의 생물학적 노화를 앞당기고 만성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PTSD 환자에서 뇌 기능과 면역체계, 에너지 대사, 세포 손상 복구와 관련된 분자 수준의 변화가 광범위하게 나타났으며, 여러 장기에서 노화가 가속된 흔적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혈액 분석, 단백질 114종·대사물질 7종 차이 확인
미국 스토니브룩대 연구진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WTC) 구조 활동에 참여했던 구조대원 393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혈액은 사고 발생 약 18년 뒤 채취됐으며, 대상자 가운데 232명이 PTSD 진단을 받았다.
분석 결과 PTSD 환자군에서는 114종의 단백질과 7종의 대사물질이 PTSD 진단을 받지 않은 대조군과 유의미하게 달랐다. 특히 뇌 기능과 면역 활성, 에너지 대사, 산화 스트레스 방어, 세포 간 신호 전달과 조직 회복과 관련된 혈액 지표에서 변화가 확인됐다.
또한 PTSD 환자에서는 심장과 신장, 간, 폐 등 여러 장기에서 생물학적 노화가 가속화된 징후가 나타났으며, 신경세포 간 연결과 손상 회복, 기억과 사고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에서도 변화가 관찰됐다.
PTSD는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만성질환
연구를 이끈 벤저민 루프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만성 PTSD가 외상 경험 이후 수십 년이 지나도 여러 장기와 생물학적 시스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PTSD는 단순한 정신건강 문제가 아니라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는 인식을 더욱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상 경험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생물학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화하고 다양한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PTSD 환자에서 심혈관질환과 폐질환, 인지기능 저하, 기타 노화 관련 만성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인과관계 입증은 아직…추가 연구 필요
다만 이번 연구는 PTSD가 이러한 변화를 직접 유발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모든 생체지표를 한 시점에서만 측정했기 때문에 PTSD와 분자 변화 사이의 연관성만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연구진은 동일한 대상자를 장기간 추적해 특정 단백질과 대사물질 변화가 실제 질병 발생에 앞서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연구진은 연구 대상이 9·11 테러 현장 구조대원이라는 특수한 집단이었다는 점도 한계로 인정했다. 전투 참전 군인이나 학대 생존자 등 다른 유형의 외상을 경험한 PTSD 환자에게 동일한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고, 연구 참여자의 약 10%만 여성이어서 여성 환자에 대한 대표성도 충분하지 않았다. 혈액 검사는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러한 혈액 기반 생체지표가 질환의 진행이나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지를 추가로 검증할 계획이다. 아울러 PTSD를 장기적인 신체 건강 문제를 동반하는 만성질환으로 인식하고, 외상 생존자와 구조대원, 군인 등에 대한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Integrated proteomic and metabolomic analyses implicate redox-metabolic pathways in PTSD-associated multisystem disease and accelerated aging’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PTSD가 정말 신체 노화를 앞당기나요?
A. 이번 연구는 PTSD 환자에서 여러 장기의 생물학적 노화가 가속된 징후와 분자 수준의 변화가 확인됐음을 보여줬다. 다만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며, PTSD와 노화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한 연구다.
Q2. 연구진은 어떤 변화를 발견했나요?
A. PTSD 환자에서는 114종의 단백질과 7종의 대사물질이 대조군과 달랐다. 특히 뇌 기능, 면역 활성, 에너지 대사, 산화 스트레스, 세포 간 신호 전달 및 조직 회복과 관련된 혈액 지표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Q3. 이번 연구의 한계는 무엇인가요?
A. 연구 대상이 9·11 세계무역센터 구조대원으로 한정돼 있어 모든 PTSD 환자에게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또한 혈액을 한 시점에서만 분석했기 때문에 PTSD가 이러한 변화를 직접 유발했다는 인과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