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에도 축구 팬들의 실망과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홍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실망과 분노를 담은 영상들이 수백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6월 29일 유튜브에 ‘홍명보 때문에 화가 나서 만든 위로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한 영상은 현재 조회수가 1300만 회를 돌파했다. 해당 숏폼 콘텐츠는 대표팀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22·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가 홍 전 감독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장면을 담은 AI 제작 영상이다.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카스트로프는 2025년 8월 홍명보 당시 감독이 발표한 9월 평가전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체코전과 멕시코전에 출전하지 못했고, 한국이 0-1로 패한 남아공전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월드컵 첫 경기를 치렀다.
허구로 제작된 영상임에도 해당 영상엔 “속이 다 시원하다”, “국민 모두가 저 마음일거다 아직도 화나네” “개 사이다네” 등 1만 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앞서 한국이 패한 남아공전 리뷰 및 리액션 영상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남아공전을 실시간으로 리뷰하며 격한 분노를 표출한 축구 유튜버 감스트의 영상은 현재까지 조회수 370만 회를 넘어섰다.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등 2002년 월드컵 신화의 주역들이 경기력과 전술 운용에 대해 아쉬움과 쓴소리를 전한 뉴스 클립이나 유튜브 쇼츠 영상들도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온라인상에 확산되고 있다.
홍명보 전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실망과 분노는 단순히 월드컵 32강 탈락이라는 결과 하나만으로 설명할 순 없다. 홍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을 시작으로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운영과 책임론이 이어졌고, 월드컵 본선에서는 경기력과 선수 기용, 전술 운영 등을 둘러싼 실망감이 누적됐다. 팬들 사이에 그간 쌓여 있던 좌절과 답답함이 경기 패배를 계기로 한꺼번에 표출된 것이다.
“속이 시원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줬다”는 댓글이 잇따른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심리학에서는 분노와 같은 강한 감정이 타인과 공유되는 과정에서 공감과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실망과 답답함을 대신 표현해주는 사람을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낀 이용자들이 댓글을 통해 서로의 감정에 호응한 것이다.
다만 이런 감정 공유가 반드시 건강한 감정 해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분노와 실망을 반복적으로 접하면 일시적으로는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지만, 오히려 해당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해 더 오래 붙잡아둘 수도 있다.
실제로 2002년 미국에서 국제학술지 《성격 및 사회심리학(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발표된 대표적인 심리학 연구에서는 분노를 계속 떠올리거나 반복적으로 표출하는 행동이 오히려 분노와 공격성을 키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감정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는 분노가 해소되기 어렵다. 팬들의 실망과 분노가 잦아들려면 논란의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신뢰 회복도 함께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