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50대 조기 실직자들의 고통 중 하나가 건보료(건강보험료) 납부이다. 한 달에 내는 20만~30만 원은 퇴직자에겐 큰 돈이다. 재취업, 자영업에 실패한 사람은 용돈을 아끼기 위해 외출도 삼간다. 퇴직-은퇴인들은 집, 재산에도 매기는 건보료가 너무 버겁다. 직장 다닐 때는 회사가 절반을 부담했지만, 지역 가입자로 바뀌면 100% 본인이 내야 한다. "건보료가 이렇게 부담될 줄 몰랐다"는 하소연이 많다. 평생 땀 흘려 마련한 서울의 집 한 채를 팔려고 해도 여의치 않다. 몸 관리를 잘 해서 1년에 한두 번 병원 가는 사람은 건보료가 너무 아깝다.
"약이 눈 앞에 있는데...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
환자 가족들의 기자회견이 열린 29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이들은 탈모 치료제보다는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치료를 위한 건강보험 확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모였다. 이날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탈모로 인한 심리적 고통과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모든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내는 만큼, 탈모 치료제 급여화(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사회적으로 숙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탈모 고통을 인정하는 것과 유전성 탈모 치료제를 급여화(건강보험 적용)하는 방향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건강보험은 건강할 때 함께 부담하고, 질병과 의료비 부담이 큰 사람에게 필요한 치료를 우선 보장하는 사회보험"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암·희귀질환·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과 같은 중증질환 환자들은 여전히 높은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부담으로 고생하고 있다. 효과 좋은 신약이 나와도 부자 환자는 비싼 약값을 내고 치료받지만, 가난한 환자는 생명 연장의 기회를 잃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약이 눈 앞에 있는데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은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한국에서 결코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건강보험 적용 미뤄질 때마다... 환자, 가족들은 절망한다"
국민청원(청원 24) 게시판에도 희귀-중증질환의 건강보험 적용을 호소하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환자가족들이 "한 달에 수백만 원 이상의 약값을 온전히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면서 "비싼 약값 때문에 생명을 포기하지 않도록,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대폭 확대하고 환자 부담을 암 환자 수준(5%)으로 낮추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신약의 급여화(건강보험 적용)는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친다. 제약사에서 제시한 약값이 너무 비싸 경제적인 효율성이 떨어지면 보험 적용이 미뤄진다. 이때마다 환자, 가족들은 밤잠을 설친다.
고액의 진료비로 고민하는 암 등 중증질환, 희귀·중증난치질환자는 본인 부담률을 경감하는 건강보험 산정특례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외래·입원 시 암 등 중증질환은 5%, 희귀·중증난치질환은 10%를 본인 부담으로 하는 제도다. 이는 산정특례 대상 질환의 진료비 및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한 합병증에 대해 적용하고 있다. 산정특례 등록기준을 충족하여 대상자로 등록해야 한다. 산정특례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질환의 확진에 필수적인 검사항목 등을 정한 등록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등록기준 완화 및 본인부담 인하는 질환의 중증도, 의료비 부담,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한 관련 전문가 자문 및 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내가 힘들게 내는 건보료...어디서 줄줄 새고 있나?"
환자단체연합회는 "청년 탈모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 그러나 청년층의 탈모 치료비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건강보험 재정보다는 별도의 국고 지원 방식으로 검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어 "건강보험 재정은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치료에 우선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자들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 내가 내는 건보료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건보 재정이 곧 적자로 돌아선다는 뉴스가 나오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건강보험 재정의 낭비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의사들의 과잉 진료, 환자들의 '병원 쇼핑', 가짜 요양병원-약국, 외국인 문제 등 풀어야 과제가 산적해 있다. 퇴직-은퇴자의 경우 집 등 재산에도 건보료를 매기는 제도는 선진국에선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한국은 퇴직자들의 건보료 경감 소식 대신에 건강보험 적자 타령만 계속 들리고 있다. 직장인처럼 소득에만 건보료를 매기는 날은 언제 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