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5일 (토)

“절대 먼저 말하지 않아요. 대신 먼저 듣습니다”

[K-BEST 병원 리더의 건강학] 박인선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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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선 병원장. 사진=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재활은 빠를수록 좋다”거나 “수술이 끝났다고 회복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박인선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장의 대답은 달랐다.

“말은 안 해요. 먼저 들어요. 충분히 들어요.”

그는 회복기 재활을 설명하면서 치료실이나 장비부터 말하지 않았다. 환자와 보호자가 어떤 마음으로 병원 문을 들어서는지부터 이야기했다.

뇌졸중, 척수손상, 고관절 골절, 큰 수술…. 가까스로 생명을 지킨 가족들은 처음엔 ‘살아난 것만으로 고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회복기 병원으로 옮겨오는 순간,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된다.

다시 걸을 수 있을까? 밥은 먹을 수 있을까? 말은 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가도 될까? 가족이 감당할 수 있을까? 간병비는 또 얼마나 들까?

급성기 병원에선 미처 쏟아내지 못했던 불안과 분노가 그제야 터져 나오기도 한다.

이 병원은 왜 이리 좁냐, 이전에 있던 대학병원은 달랐다, 서울에서는 이랬다, 진짜 재활로 다 나을 수 있는 거냐….

박 병원장은 그런 말에는 바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 시간을 ‘큰 산이 앞을 가로막는 순간’이라고도 했다.

충분히 말하게 둔다. 하루 이틀 기다린다. 길게는 1주일, 2주일도 기다린다.

그런 다음에서야 진짜 상담이 시작된다.

“환자와 가족관계를 먼저 봅니다.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가죠. 우리 같은 재활병원은 사이콜로지(psychology)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가 말하는 사이콜로지는 교과서 속 심리학이 아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 분노, 체념, 기대, 가족관계의 균열을 읽어내는 일이다.

몸은 치료실에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마음이 다시 움직일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 환자와 가족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도할 용기를 낼 때, 그때부터 재활도 비로소 시작한다.

“재활병원은 의사가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봐야”

재활병원을 선택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도 그는 같은 이야기를 했다.

“재활병원에 가면 먼저 의사를 만나세요. 그리고 물어보세요. ‘환자의 상태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치료 목표는 무엇입니까? 퇴원하면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되나요.’”

병원 규모나 최신 장비 보유 여부보다 먼저, 의사가 환자의 현재 기능을 어떻게 평가하고 앞으로 회복 방향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정통 재활의 시작점이라고 했다.

그는 재활의 목표가 모든 환자에게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환자의 기능과 가족 상황, 생활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걷기보다 삼킴 기능을 회복하는 게 먼저이고, 어떤 분은 독립 보행보다 휠체어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힘들어 하던 동작을 환자가 결국 해내자 박인선 병원장이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그에겐 이런 순간들이 작은 보상이다. 사진=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

“돈 안 되는 재활도 필요하면 해야”

박 병원장의 말투는 직설적이다. 재활이라는 이름 아래 치료의 본질보다 수익 모델이 앞서는 현실을 경계했다.

근육병이나 만성 퇴행성 병처럼 완치는 어렵지만 기능 유지가 중요한 환자들이 있다. 급성기 치료 대상은 아니지만, 꾸준한 운동과 관리가 없으면 기능이 더 빨리 떨어진다. 이런 환자들은 제도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정공법으로 갑시다. 정말 환자한테 필요한 걸 합시다. 얄궂은 짓은 우리는 못 합니다.”

그래서 병원 강당을 운동치료 공간으로 바꿨다. 환자와 보호자, 간병인이 함께 배우고 집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신체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역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그에게 건강은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몸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지키며, 가족과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힘이다. 그래서 재활의학은 병원 안의 환자만 치료하는 학문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삶이 무너지기 전에 사람을 붙잡아주는 의학이기도 하다.

박 병원장은 스스로를 “재활의학에 미친 아줌마 의사”라고 부른다. 그는 환자의 팔다리만 보지 않는다. 마음, 가족의 불안, 퇴원 뒤 살 자리, 다시 맡을 역할까지 함께 묻는다. 그게 진짜 재활의학이라고, 40년 가까이 온갖 환자들을 두루 겪어온 의사의 결론이다.

그는 지금도 ‘희망’과 ‘설렘’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꿈꾼다. 몸은 의술로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몸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사람을 일상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오래 지켜봐 왔다.

박인선 병원장은 스스로를 “재활의학에 미친 아줌마 의사”라고 했다. 사진=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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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6-07-06 09:12:56

    참 고맙고 좋은병원 이군요.알게돼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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