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숫자 10까지 못 세고 만화만 봐"…18살에 갑자기 4살 행동, '이 병' 탓이었다고?

어린이 영화만 보고 숫자도 잊어…반복된 발작 끝에 항-NMDA 수용체 뇌염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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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여행을 다녀온 뒤 갑자기 네 살 아이처럼 행동하고 어린이 영화만 반복해서 보던 18세 여성이 희귀 자가면역 뇌염 진단을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배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하단=SNS

그리스 여행을 다녀온 뒤 갑자기 네 살 아이처럼 행동하고 어린이 영화만 반복해서 보던 18세 여성이 희귀 자가면역 뇌염 진단을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 등 보도에 따르면 햄프셔주에 사는 엘리스 세이모어는 2025년 9월 그리스 여행 중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빠졌고, 귀국 후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며 '미니언즈'와 '슈퍼배드'를 반복해서 시청했다.

갑자기 숫자 10까지 세지 못하고 알파벳도 말하지 못했으며, 남자친구의 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귀국 비행기에서는 3시간 30분 동안 아무 말 없이 영화 '겨울왕국(Frozen)' OST만 반복해서 들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행동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후 목과 등이 뻣뻣해졌고 샤워 중 발작을 일으켜 병원으로 이송됐다.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발작이 계속됐다. 일반의 진료 중 다시 발작을 일으켜 입원했다.

처음에는 정신병 증상으로 오해받았지만, 요추천자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면역 활성 증가와 뇌 염증, 비정상적인 뇌 활동이 확인됐다. 혈액검사 결과 '자가면역 항-N-메틸-D-아스파르테이트(NMDA) 수용체 뇌염'으로 최종 진단받았고 면역글로불린과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말하기와 글쓰기, 기타 연주까지 다시 배워야 했다. 다행히 점차 회복했고 올해 2월에는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현재도 기억력 문제는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와 퇴행 행동…자가면역 뇌염의 신호

항-N-메틸-D-아스파르테이트(NMDA) 수용체 뇌염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뇌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뇌염의 대표적인 형태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진 자가항체가 뇌 신경세포 표면의 NMDA 수용체를 공격하면서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NMDA 수용체는 기억, 학습, 언어, 감정 조절, 판단력 등 고등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떨어지면 행동 변화와 인지장애, 발작, 정신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소아 뇌염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자가면역 뇌염은 전체 뇌염의 약 5~12%를 차지하며, 자가면역 뇌염 가운데 약 절반이 항-NMDA 수용체 뇌염이었다. 해외에서는 항-NMDA 수용체 뇌염의 연간 발생률이 인구 100만 명당 약 1.5명으로 추정된다.

이 사례처럼 환자가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것도 이런 뇌 기능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전두엽과 변연계, 해마 등 행동과 감정, 기억을 담당하는 뇌 회로가 손상되면서 판단력이 떨어지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며, 익숙한 어린이 영화나 노래에 집착하거나 퇴행 행동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항-NMDA 수용체 뇌염에서는 성격 변화, 혼란, 기억력 저하, 이상 행동, 정신병적 증상이 초기 증상으로 흔하게 보고된다. 처음에는 감기와 비슷한 발열이나 두통으로 시작한 뒤 며칠에서 수주에 걸쳐 행동 변화, 불안, 환각, 언어장애, 기억력 저하, 발작, 이상운동, 의식 저하 등이 차례로 나타나는 일이 많다.

젊은 여성에서 비교적 흔하며 일부는 난소 기형종(기형종양)과 관련이 있다. 종양이 없는 환자도 적지 않으며, 일부에서는 단순포진바이러스 뇌염 이후 발생하기도 한다. 확진은 뇌척수액이나 혈액에서 항-NMDA 수용체 항체를 확인해 이뤄진다.

치료는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정맥면역글로불린(IVIG), 혈장교환술이 1차 치료로 사용되며, 반응이 충분하지 않으면 리툭시맙 등 면역억제 치료를 시행한다. 난소 기형종이 확인되면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상당수 환자가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하지만, 기억력 저하나 집중력 저하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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