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약품청(EMA)이 사노피의 결핵 치료제 ‘리파딘(Rifadin)’ 일부 액제 제형에 대한 안전성 재검토에 들어갔다. 항생제 성분인 리팜피신 자체가 아니라, 액체 제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쓰이는 부형제 ‘디에탄올아민(DEA)’의 잠재적 발암 위험이 쟁점이다. 해당 제형은 어린이에게 주로 쓰이는 경구 현탁액·시럽이라는 점에서 규제당국이 치료상 필요성과 장기 안전성을 다시 따져보기로 했다.
최근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리파딘 20mg/ml 경구 현탁액 및 시럽에 대한 검토 절차를 시작했다. 리파딘은 리팜피신을 함유한 항생제로, 결핵과 일부 중증 감염 치료에 사용된다. 이번 검토는 리파딘 전체 제품군이 아니라 20mg/ml 경구 현탁액·시럽 제형에 한정된다.
리팜피신은 결핵 치료에서 핵심적인 약물이다. 일반적으로 여러 항결핵제를 함께 쓰는 표준 치료에서 중요한 축을 맡는다. 이번에 문제로 지목된 것은 이 주성분이 아니라 부형제다. 부형제는 약효를 내는 성분은 아니지만, 약이 일정한 형태와 품질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정제나 캡슐, 시럽 같은 제형을 만들 때 약물의 안정성, 용해도, 보존성, 복용 편의성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DEA는 리파딘 액제 안에서 항생제 성분이 고르게 퍼지도록 하고, 약의 안정성과 복용시 내약성에 필요한 산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액체 제형은 약 성분이 가라앉거나 고르게 섞이지 않으면 복용량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현탁액이나 시럽에서 약물이 균일하게 분산되도록 하는 첨가제가 중요한 이유다.
동물실험서 발암 가능성…“실제 인체 노출량은 훨씬 낮아”
DEA가 논란이 된 것은 설치류 연구에서 잠재적 발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설치류가 장기간 매우 높은 용량의 DEA에 노출됐다. EMA는 다만 이 연구에서 사용된 용량이 사람이 DEA 함유 의약품을 복용할 때 일반적으로 노출되는 양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실제 환자에서 발암 위험이 확인됐다는 뜻은 아니다. 규제당국은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위험 신호가 실제 의약품 사용 환경에서도 치료 이익과 위해성의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따져보게 된다.
재검토는 네덜란드 의약품 당국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네덜란드 당국은 DEA의 잠재적 발암 위험이 리파딘 경구 현탁액의 유익성-위해성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CHMP는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유럽연합(EU) 내 판매허가를 유지할지, 허가 조건을 변경할지, 허가를 정지 또는 취소할지 권고할 예정이다.
국내에도 리팜피신 성분 결핵 치료제는 허가돼 사용되고 있다. 다만 대표 품목은 정제와 캡슐제 중심이다. EMA가 재검토하는 사노피 리파딘 20mg/ml 경구 현탁액·시럽과 같은 액제 제형의 국내 허가·유통은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오래 사용돼 온 필수 항생제라도 제형과 부형제 안전성 기준이 바뀌면 다시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CHMP의 최종 권고에 따라 리파딘 액제는 성분 변경이나 표시사항 강화, 사용 제한, 허가 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