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7일 (금)

요로감염 치료 위해…흔한 ‘이 주사’ 맞은 콩팥병 60대女, 정신착란까지?

만성 콩팥병 환자, 광범위 항생제 주사 투여 후...심한 환각과 정신착란 증세/콩팥의 여과 기능 저하 탓…항생제 성분 배출 안 되고, 뇌에 쌓여 신경독성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중년 여성이 주사를 맞고 있다. 콩팥병 환자는 칼륨이 풍부한 바나나, 토마토, 시금치 등 과채류와 인 성분이 많은 유제품, 견과류를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 특정 항생제 및 항바이러스제(세페핌, 겐타마이신, 아실로버 등),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위장약(오메프라졸, 에소메프라졸 등), 당뇨병약(메트포르민), 고혈압약(ACE 억제제 및 ARB 계열) 등 투여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성 콩팥병을 앓는 60대 여성이 흔히 쓰이는 광범위 항생제 주사를 맞은 후 갑자기 심한 환각과 정신착란(섬망) 증세를 보인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콩팥 기능이 뚝 떨어진 환자의 경우 항생제 성분이 몸 밖으로 제때 배출되지 못하고 뇌에 쌓여 신경독성을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포르투갈 구아르다 지역보건소 연구팀은 요로감염과 감염성 콩팥낭종 치료를 위해 4세대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인 세페핌을 정맥 주사로 맞은 63세 여성 환자가 약물 유발성 신경독성으로 급성 정신착란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약물을 끊고 하루 만에 극적으로 회복했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이 만성 콩팥병 환자는 어느 날 아침 심한 배뇨통과 오른쪽 옆구리 통증,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혈뇨, 구토 증상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다. 이 환자는 유전병(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콩팥병, ADPKD)도 앓고 있었다. 평소 콩팥 기능을 나타내는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았다(3.2mg/dL). 정상인은 이 수치가 통상 남성 0.7~1.3mg/dL, 여성 0.5~1.1mg/dL다.

이 환자는 응급실 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수치가 치솟고(7.2mg/dL) 염증을 나타내는 C-반응성단백질 수치도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콩팥에 생긴 낭종이 균에 감염되면서 콩팥 기능이 갑자기 악화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즉시 환자를 입원시키고, 정맥 주사 항생제인 에르타페넴을 투여했다. 치료 6일째가 되자 환자는 열이 내리고 비뇨기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연구팀은 소변 배양 검사 결과에 맞춰 항생제를 에르타페넴에서 또 다른 광범위 항생제인 세페핌 정맥 주사로 단계적으로 전환했다.

환자는 세페핌 주사를 처음 맞고 약 24시간이 지난 날(입원 7일째)부터 갑자기 몇 시인지 잘 모르는 시간적 방향감각 상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입원 8일째에는 증상이 더 심해져 의료진과 주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곤충이나 먼지, 커피 속의 머리카락, 바닥에 고인 물 등이 보인다며 극심한 환시 증세를 호소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심하게 동요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환자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항정신병 약물인 할로페리돌을 근육 주사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정신착란 증세의 원인 파악에 나섰다.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에서는 출혈이나 종양 등 구조적 이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신체적 감염이나 빈혈, 다약제 복용 등 정신착란을 일으킬만한 다른 요인들도 있었으나, 최근 6일 동안 에르타페넴을 맞을 때는 아무런 신경학적 증상이 없다가 세페핌 주사를 맞자마자 증상이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세페핌에 의한 신경독성을 강력히 의심하고 즉시 약물 투여를 중단한 뒤, 기존에 쓰던 에르타페넴으로 다시 바꿨다.

약 처방의 변경 결과는 극적이었다. 세페핌 투여를 중단한 지 채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환각이나 방향감각 상실 등 모든 정신병리학적 이상 증세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환자는 당시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스스로 기억해 냈다. 이후 별다른 정신과적 치료나 복약 조정이 없었는데도, 좋은 상태를 유지했다. 환자는 입원 15일째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Cefepime-Induced Delirium in a Patient With Chronic Kidney Disease: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환자가 주사로 투여 받은 항생제 세페핌의 85%는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된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거나 콩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진 환자는 약물이 몸에 쉽게 쌓여 신경독성을 일으킬 위험이 매우 높다. 세페핌 성분이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중추신경계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 수용체를 차단하면, 뇌세포가 과도하게 흥분하면서 정신착란, 발작, 환각 등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콩팥 기능에 맞춰 약물 용량을 적절히 줄여 투여해도, 이런 약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콩팥병 환자가 항생제 주사를 맞은 후 갑자기 정신착란 증상을 보이면, 약물 부작용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증상의 원인이 된 약물을 신속하게 찾아내 끊어주는 것만으로도 영구적인 뇌 손상 없이 환자를 안전하게 회복시킬 수 있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식이요법과 약물 복용 시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칼륨이 풍부한 바나나, 토마토, 시금치 등 과채류와 인 성분이 많은 유제품, 견과류를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 체내 염분과 수분이 쌓이면 혈압이 오르고 부종이 심해지므로 찌개, 젓갈 등 짠 음식을 피하고 수분 섭취량도 의사와 상의해 조절해야 한다.

또한 특정 항생제 및 항바이러스제(세페핌, 겐타마이신, 아실로버 등),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위장약(오메프라졸, 에소메프라졸 등), 당뇨병약(메트포르민), 고혈압약(ACE 억제제 및 ARB 계열) 등 투여에도 특별히 주의해야 하며, 전문의의 처방과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만성 콩팥병 환자가 항생제 주사를 맞을 때 왜 약물 부작용으로 정신착란(섬망)이 일어나나요?

A1. 항생제 성분은 보통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는 불순물을 걸러내는 콩팥의 여과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어, 약물 성분이 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계속 쌓입니다. 지나치게 많이 쌓인 항생제 성분이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중추신경계의 주요 억제 시스템(GABA 수용체)을 교란하면, 뇌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흥분하면서 환각·섬망 등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킵니다.

Q2. 병원에서 환자의 콩팥 기능에 맞춰 항생제 용량을 줄여서 투여해도 이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나요?

A2. 네, 생길 수 있습니다. 의료진이 환자의 신장 수치를 확인하고 그에 맞게 약물 용량을 적절히 줄여서 투여하더라도 신경독성 부작용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체질적 요인이나 콩팥 기능의 급성 악화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습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세페핌 같은 항생제를 투여할 때는, 용량 조절과 별개로 환자의 의식 상태나 행동 변화를 의료진이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Q3. 항생제 주사로 인한 정신착란 증상은 영구적인 뇌 손상으로 이어지나요? 치료법은 무엇인가요?

A3. 다행히 약물 유발성 신경독성은 원인이 되는 항생제 투여를 신속하게 중단하면 대부분 영구적인 손상 없이 완전 회복됩니다. 이 사례의 환자도 세페핌 주사를 끊은 지 24시간 안에 정신과적 이상 증세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오진을 피하고 원인 약물을 즉시 찾아내 차단하는 것입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성분 배출을 돕기 위해 신장투석을 하거나 증상 완화를 위해 단기 약물 처방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