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양을 먹어도 저녁엔 왜 더 불리할까?"
저녁 식사를 늦게 먹으면 체중 관리에 불리하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 이유를 활동량이 줄어서, 또는 야식이 대체로 고열량이라서라고 생각했다면 절반만 맞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부속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 수면·일주기의학 연구팀이 체내 시계(일주기 리듬)가 식후 칼로리 소모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을 정밀한 실험 조건에서 확인했다.
아침엔 칼로리 더 태우고, 저녁엔 덜 태워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 수면·일주기의학 연구진인 한초 E. 코 박사와 프랭크 셰어 교수팀은 체내 시계(일주기 리듬)가 식후 열생성(diet-induced thermogenesis), 즉 음식을 먹은 뒤 소화·흡수·저장 과정에서 태우는 칼로리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대사 분야 국제 학술지 《메타볼리즘(Metabolism)》에 게재됐으며,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이 6월 23일 발표했다.
어떻게 확인했을까. 연구팀은 과체중 또는 비만에 해당하는 건강한 성인 16명을 실험실에 입원시켜 36시간 동안 잠·활동·빛·자세 변수를 모두 통제한 상태에서 식후 에너지 소모량을 측정했다.
참가자들은 36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반누운 자세를 유지했으며, 희미한 조명과 일정한 실내 환경에서 머물렀다. 6시간마다 같은 열량의 시험식을 제공했다. 잠·활동·빛·자세 변수를 모두 없애 체내 시계의 영향만 가려내는 설계였다. 그 상태에서 생체 시간대별 식후 에너지 소모량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식후 칼로리 소모는 생체 아침 무렵에 가장 높고 생체 저녁 무렵에 가장 낮았다. 차이는 원분석 기준 44%, 보정 후 29% 수준이었다.
의지 문제만은 아닐 수 있어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같은 칼로리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주장의 생물학적 근거를 정밀한 실험으로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에서 저녁 늦게 식사 시간을 4시간 미루면 깨어있는 동안 소모하는 칼로리가 줄어든다는 결과가 있었지만, 행동 변화 탓인지 체내 시계 탓인지는 불분명했다. 이번 연구는 잠·활동·빛 같은 변수를 모두 제거한 상태에서도 체내 시계 자체가 이 차이를 만들어냄을 보여줬다.
코 박사는 "체내 시계가 식후 칼로리 소모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함으로써, 늦은 식사가 왜 체중 증가나 체중 감량 어려움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생활에서 어떤 의미일까. 이번 결과는 같은 열량이라도 저녁보다 아침 시간대에 먹을 때 식후 에너지 소모가 더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차이만으로 체중 증가나 감량 실패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아침 식사만으로 체중이 줄어든다고 해석해서도 안 된다.
핵심은 저녁 식사가 무조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몸의 시계가 아침과 저녁의 식사를 다르게 처리한다는 점이다. 저녁에 식사를 몰아먹는 습관은 체중 관리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메시지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대사 건강을 위한 식사 시간 권고안 개발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