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9일 (일)

술에 얼굴 빨개지는 사람, 무시하고 계속 마시면 ‘이 병’ 위험 커진다

美 플로리다대 동물 연구…얼굴 붉어지는 ALDH2 변이, 과음할수록 뇌 손상 위험 커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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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면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은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 물질을 효율적으로 제거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의 경우 만성적인 과음이 이어지면 독성 물질이 축적되면서 뇌 노화가 촉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성적인 과음이 뇌 노화를 앞당기고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병리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술을 마시면 얼굴이 쉽게 빨개지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은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 물질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그 영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완치할 치료법은 없다. 다만 기존 연구에서는 발병 위험을 낮추는 생활습관으로 뇌 건강에 이로운 식단, 규칙적인 운동, 금연, 충분한 수면, 활발한 사회활동, 절주 등이 보고됐다.

미국 플로리다대 약학대학 나가락쉬미 발라수브라마니안 박사는 “노화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지만 생활습관 역시 뇌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음주와 식습관, 운동, 수면 등이 노화하는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면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할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미국알코올연구학회(RSA)》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는 생쥐 모델을 이용해 만성적인 과음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생물학적 변화를 어떻게 유도하는지 분석했다.

발라수브라마니안 박사는 “과음은 장기적인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흔하지만 간과되는 위험 요인”이라며 “만성적인 음주는 뇌의 생물학적 노화를 앞당기고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대사 이상을 유발하는 동시에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인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 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도한 음주는 우울과 불안, 사회적 위축을 악화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기 전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서 흔히 관찰되는 증상”이라며 “음주가 신경퇴행을 유발하는 생물학적 기전과 개인별 취약성이 다른 이유를 규명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얼굴 붉어지는 ALDH2 변이, 독성 물질 축적과 연관

연구진은 술을 마신 뒤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반응과 관련된 ALDH2 유전자 변이(ALDH2*2)를 가진 생쥐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ALDH2(알데히드탈수소효소 2)는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하는 효소다. 하지만 ALDH2*2 변이를 가진 사람은 효소 기능이 떨어져 아세트알데히드를 효과적으로 분해·제거하지 못한다. 이 변이는 동아시아인에서 비교적 흔하며, 술이 마신 뒤 얼굴이 빨개지는 반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아세트알데히드는 분자 수준에서 뇌 환경을 변화시키고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병리 변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과음에 따른 뇌 변화는 성별에 따라 양상이 달랐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에서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는 위치와 영향을 받는 뇌세포 종류가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발라수브라마니안 박사는 “알코올 대사가 뇌에 미치는 영향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 않을 수 있으며, 성별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가 질환 취약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현재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대사 및 분자 기전과 아세트알데히드가 알츠하이머병 관련 뇌 변화를 어떻게 유도하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ALDH2*2 변이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세트알데히드를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만성적인 과음이 이어질 경우 뇌 노화와 신경퇴행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 바꿀 수 있는 위험 요인…사람 대상 장기 연구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음주를 뇌 건강 관리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혈압, 당뇨병, 운동 등이 인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 왔지만, 음주 역시 장기적인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활습관 요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전적 요인과 달리 음주는 개인이 스스로 조절하고 바꿀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이번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생쥐를 이용한 전임상 연구로, 과음이 사람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직접 유발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만성적인 과음이 뇌의 생물학적 스트레스를 높이고 뇌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기존 근거를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장기 연구를 통해 만성적인 과음이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신경염증, 신경퇴행, 혈액 기반 생체지표 등 알츠하이머병 관련 지표 변화와 실제로 연관성을 보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성인 남성 5명 중 1명 ‘고위험음주’

질병관리청은 최근 1년 동안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은 7잔 이상, 여성은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경우를 ‘고위험음주’로 정의하고 있다. 고위험음주는 간질환과 심혈관질환뿐 아니라 암, 정신건강 문제 등 다양한 건강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국내에서 고위험음주 비율은 적지 않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고위험음주율은 남성 19.9%, 여성 7.7%로 집계됐다. 남성은 2014년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지만 여성은 2020년 이후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연령별로는 남성은 40대, 여성은 20대에서 고위험음주율이 가장 높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더 잘 걸리나요?
A. 이번 연구는 그렇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ALDH2*2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잘 제거되지 않아 만성적인 과음이 이어질 경우 뇌 노화와 신경퇴행이 촉진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Q2. 이번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인가요?
A. 아니다. 이번 연구는 ALDH2*2 유전자 변이를 가진 생쥐를 이용한 전임상(동물) 연구다. 따라서 과음이 사람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직접 유발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

Q3.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A. 전문가들은 절주를 비롯해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단, 규칙적인 운동, 금연, 충분한 수면, 활발한 사회활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권고한다. 특히 음주는 개인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인 만큼 과음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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