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산염이 풍부한 채소를 먹은 뒤 설탕이 들어간 껌을 씹으면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연구진은 효과가 일시적이고 크지 않은 만큼 고혈압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은 비트주스 섭취 후 설탕이 함유된 껌을 씹으면 체내 아질산염 생성이 증가하고 혈압 강하 효과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질산염은 비트, 시금치, 케일 등의 채소에 풍부한 성분으로, 입안 세균에 의해 아질산염으로 바뀐 뒤 체내에서 산화질소로 전환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를 개선해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입속 환경이 이러한 전환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타액이 더 산성화되면 질산염이 아질산염으로 바뀌는 과정이 촉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검증했다.
설탕 함유된 껌 씹자 아질산염 생성 증가, 무설탕 껌은 동일한 효과 확인 안돼
연구에는 건강한 성인 14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약 400mg의 질산염이 함유된 비트주스 70ml를 마신 뒤 설탕이 들어있는 풍선껌 또는 무설탕 껌을 3~6시간 동안 씹었다. 30분마다 새 껌으로 교체했으며, 최소 일주일 뒤 서로 다른 종류의 껌으로 동일한 실험을 반복했다. 연구 기간 동안 혈압 측정과 함께 혈액 및 타액 검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설탕이 들어있는 껌을 씹었을 때 타액은 더 산성화됐다. 타액의 pH는 무설탕 껌을 씹은 경우보다 평균 1.4 낮게 나타났다. 또한 입안의 아질산염 수치는 무설탕 껌을 씹었을 때와 비교해 45%, 혈중 농도는 2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압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설탕이 함유된 껌을 씹은 경우 수축기 혈압은 평균 2.7mmHg, 이완기 혈압은 평균 1.9mmHg 더 낮았다.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정상 혈압을 기준으로 약 2% 수준의 감소 효과라고 설명했다.
고혈압 치료 대체 수단은 아냐
연구를 이끈 앤드류 웹 박사는 “질산염이 아질산염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타액의 산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혈압 조절을 비롯한 여러 생리 기능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지만 그동안 연구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연구에서 자몽주스를 비트주스와 함께 마시면 타액의 산성이 감소하면서 질산염 전환이 오히려 억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반대로 타액의 산성을 높였을 때 전환 과정이 촉진되는지를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설탕이 들어있는 껌을 건강관리 수단으로 권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웹 박사는 “효과는 수시간 정도로 단기적으로 지속됐으며, 설탕이 함유된 제품을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치아 건강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동저자인 레딩대 샬럿 밀스 박사도 “입안 세균은 비트와 같은 식품의 질산염을 혈압을 낮추는 유익한 물질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번 연구는 설탕이 이러한 과정이 일어나는 환경을 일시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결과는 어디까지나 개념 검증 수준의 연구”라며 “향후 치아 건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식이 질산염이 이미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보조제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질산염의 체내 전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혈압 조절뿐 아니라 운동 수행 능력 개선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향후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보다 큰 규모의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임상약리학저널(British Journal of Clinical Pharmacology)》에 ‘Lowering salivary pH with sugar-containing gum augments salivary nitrite production and blood pressure reduction with dietary nitrate (beetroot juic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왜 비트주스와 껌을 함께 먹으면 혈압이 더 낮아지나?
비트에 풍부한 질산염은 입안 세균에 의해 아질산염으로 바뀐 뒤 혈관을 확장하는 산화질소로 전환된다. 연구진은 설탕이 들어 있는 껌이 타액을 더 산성화해 이 전환 과정을 촉진한 것으로 분석했다.
Q2. 혈압은 실제로 얼마나 낮아졌나?
설탕이 함유된 껌을 씹은 참가자들은 무설탕 껌을 씹었을 때보다 수축기 혈압이 평균 2.7mmHg, 이완기 혈압이 평균 1.9mmHg 더 낮아졌다. 다만 감소 폭은 크지 않았다.
Q3. 혈압 관리를 위해 단 껌을 씹어도 되나?
연구진은 이를 권장하지 않았다. 효과가 수시간 정도의 단기적 현상에 불과하며, 설탕이 함유된 제품을 장기간 섭취하면 치아 건강과 대사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