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내달부터 대폭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먹는 탈모약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의 건강보험 혜택 기준을 개정해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개정에 따라 그동안 약값 전액을 부담해야 했던 중증 원형탈모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원형탈모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되는 병으로, 심한 경우 머리카락 전체가 빠지거나 전신탈모로 진행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 국가들도 원형탈모를 자가면역질환으로 인정하고 중증 환자에 대한 관련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원형탈모 등 질병성 탈모에 대한 지원은 확대되고 있지만, 그 외 남성형 탈모 등 일반 탈모 치료제까지 공적 의료보험 적용 범위를 넓힌 사례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정부가 일반 탈모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미용과 치료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탈모를 단순 미용 문제가 아닌 정신건강과 삶의 질 문제로 봐야 한다는 입장과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외모 관련 질환에 투입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의료 및 제약업계에서는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등 남성형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모발이식은 일부 중증 탈모 환자에 대한 적용 가능성이 언급되는 수준으로, 정책 논의의 우선순위는 약제 급여화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독일·일본, 질병성 탈모 대상 지원 위주
해외에서는 주로 질병성 탈모를 대상으로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영국 NHS(국가보건서비스)는 항암 치료나 전두탈모 등 의학적 원인에 따른 탈모 환자에게 NHS 가발 제공 및 비용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남성형 탈모 치료제와 모발이식은 원칙적으로 공적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독일과 일본 역시 원형탈모, 화상·외상, 항암 치료에 따른 탈모는 의학적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유전성 남성형 탈모는 개인 부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공공보험보다는 민간보험이나 직장 단체보험, 일부 주정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의료용 가발 비용을 지원받는 사례가 많다.
탈모 건보 적용 기준 경계 모호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단순히 미용 목적을 넘어 기능 회복과 질병 치료, 삶의 질 개선에 공적 개입이 필요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치과 분야다. 치아 스케일링은 치아가 깨끗해 보이는 심미적 효과가 있지만 치주질환 예방과 염증 관리를 위해 급여가 적용된다. 65세 이상 임플란트 역시 외형 개선 효과가 있지만 음식을 씹는 기능의 회복과 영양 상태 개선, 삶의 질 향상을 이유로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됐다.
유방암 환자의 유방 재건술도 마찬가지다. 외형 회복이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신체 이미지 손상과 우울, 자존감 저하 등을 고려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화상·외상 후 재건성형, 구순구개열 수술 등도 심미적 효과가 있음에도 기능 회복과 정신건강 개선 효과를 인정받아 급여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탈모 치료 역시 단순히 ‘미용’과 ‘치료’로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탈모는 우울, 대인기피, 사회적 위축, 취업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특히 외모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젊은 층의 탈모는 삶의 질 저하와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외형 회복 치료와 남성형 탈모를 동일선상에 놓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유방 재건술은 암이라는 명확한 질병과 신체 손실이 전제되고, 화상 재건 역시 객관적인 조직 손상이 존재한다. 반면 남성형 탈모는 심리적 고통은 크더라도 생명 위협이나 객관적 기능 장애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계 “건보재정 급여 우선순위 따져가며 추진해야”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정례브리핑에서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과제에 먼저 투입해야 한다”며 “탈모로 인한 고통과 사회적 요구에 공감은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중증환자의 치료 부담 완화와 필수의료 유지라는 가장 시급한 과제에 집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19일 성명에서 “핵심 쟁점은 탈모가 질병인가 미용인가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탈모 치료의 임상적 효과와 삶의 질 개선 정도, 비용 효과성, 환자의 경제적 부담, 다른 미충족 의료 수요와의 상대적 우선 순위,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원칙을 우선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