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곤하고 의욕이 없다"는 하소연에 아내가 검색했다.
"테스토스테론 주사 맞으면 좋아진다고 나오네."
50대 남성이나 그 배우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다. 그런데 정작 병원에서 호르몬 수치를 제대로 두 번 확인했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이 실제 처방 기록 200건을 들여다봤다. 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진단 절차를 빠짐없이 거친 환자는 12%로, 8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이 내용은 6월 13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 ‘ENDO 2026’에서 공개됐으며, 아직 학술지 정식 논문으로 게재되지 않았다.
"피곤하다"는 말 한마디서 시작됐다
연구팀은 무작위 표본을 뽑아 진료기록을 분석했다. 모두 성선기능저하증(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 진단을 받고 2020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미시간대 의료시스템에서 테스토스테론을 처음 처방받은 외래 환자였다. 평균 연령은 52.5세.
검사를 받게 된 계기 중 가장 많았던 건 막연한 피로감이었다. 그런데 피로감, 성욕 감소, 발기부전 같은 증상은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비만, 당뇨, 일부 약물의 영향과도 겹친다. 증상 설문만으로 남성 갱년기나 성선기능저하증을 확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혈액검사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실제로 낮은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흔히 '활력 주사'로 불리지만, 정작 이 연구에서 가장 많이 쓰인 형태는 주사가 아니라 바르는 제형이었다. 전체 처방의 68.5%가 이런 국소 제형(젤·패치)이었고, 처방을 내린 곳도 비뇨기과나 내분비내과보다 1차 진료 의사가 더 많았다.
처방 전 확인 절차도 이 통념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건 검사 시점이다.처방 전 확인 절차도 이 통념과는 달리 움직인다.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검사 시점이다.
검사를 두 번, 꼭 아침에 해야 하는 이유
미국내분비학회 가이드라인은 증상만으로 진단하지 말고, 아침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반복 측정해 실제로 낮은지 확인하라고 권고한다. 원인을 알아보려면 황체형성호르몬(LH)·난포자극호르몬(FSH) 검사도 필요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테스토스테론은 새벽에 가장 높고 오후로 갈수록 떨어진다. 측정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같은 사람도 수치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두 번 이상 재야 하는 이유도 있다. 전날 잠을 못 잤거나 스트레스가 컸던 단 하루의 수치만으로 "낮다"고 단정할 경우 실제로는 정상인 사람이 일시적인 컨디션 저하만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연구팀은 오전 5~10시 사이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두 차례 확인했는지, LH 또는 FSH 검사를 했는지, 치료 전 금기 사유가 없었는지를 기준으로 진료기록을 평가했다. 추가로 전립선특이항원(PSA)과 전혈구검사 같은 치료 전 안전성 점검이 이뤄졌는지도 확인했다.
절차를 다 거친 건 8명 중 1명꼴
실제로 200명 중 세 기준을 모두 충족한 환자는 24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하나 이상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한 셈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선임저자 마리아 파파레온티우 미시간대 부교수(대사·내분비·당뇨 분과)는 "이번 연구 결과는 환자 진료를 개선하고 부적절한 테스토스테론 처방을 줄일 기회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이런 결과는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일관된 테스토스테론 처방을 촉진하는 질 개선 노력과 임상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진단 절차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왜 그냥 넘기면 안 될까
절차 부족은 단순한 행정 누락처럼 보일 수 있지만 몸에 영향을 직접 남긴다.
외부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면 뇌하수체가 고환에 보내는 호르몬 신호가 줄어든다. LH·FSH 분비도 함께 줄어든다. 그러면 정자 생성도 감소할 수 있다. 장기간 보충요법을 받은 남성 중 일부는 실제로 정자 수가 크게 줄거나 일시적인 불임을 겪는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내분비학회 지침은 가까운 시일 내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는 남성에게는 치료를 시작하지 말도록 권고한다.
진단 기준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처방받을수록, 당초 치료가 꼭 필요했는지조차 모른 채 이런 위험을 떠안는 남성도 많아진다.
병원에 가기 전, 이 세 가지만 물어보자
테스토스테론 치료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수치가 분명히 낮고 증상이 뚜렷한 사람에게는 삶의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치료다.
문제는 약을 쓰기 전 거쳐야 할 확인 절차를 건너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다음 진료를 앞두고 있다면, 혹은 이미 처방을 받고 있다면, 의사에게 딱 세 가지만 확인해보자. 호르몬 수치를 두 번 측정했는지, LH·FSH 검사를 실시했는지, 치료 전 안전성 확인을 했는지.
셋 중 하나라도 빠졌다면 다시 물어볼 권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