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폭염 뒤 아이가 축 처졌다면…단순 피로 아닌 ‘열사병’ 신호일 수 있다

의식 흐림·구토·경련 땐 즉시 119…찬물·물수건으로 체온 낮춰야

어린이는 체온 조절 능력이 미성숙해 성인보다 더 빨리 탈수와 고체온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더운 날 야외 활동 중 두통이나 구토, 멍한 반응을 보인다면 단순 피로가 아닌 열사병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여름이 다가오면서 열사병과 열탈진 등 온열질환 위험도 커지는 시기다. 특히 야외 활동이 많은 어린이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 오래 머물 경우 두통이나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쉽게 지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체온조절 기능이 미숙하고 땀샘 기능도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땀으로 열을 배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갈증이나 더위를 스스로 인지하거나 표현하는 능력도 부족해 상태가 빠르게 악화될 위험이 크다.

더운 날 야외 활동 후 아이가 축 처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깨워도 반응이 둔하거나 걷기 힘들어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면 열사병을 의심해야 한다. 경련을 일으키거나 반복해서 구토하고, 피부가 지나치게 뜨겁거나 창백한 경우도 위험 신호다.

한상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열사병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이라며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아이를 그늘이나 시원한 곳으로 옮긴 뒤 찬물이나 차가운 물수건 등을 활용해 체온을 최대한 빨리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상태를 지켜보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열사병은 체온을 얼마나 빨리 낮추느냐가 예후를 좌우하는 질환으로, 신속한 냉각 조치가 이뤄질수록 뇌 손상과 다장기부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장기부전은 뇌·심장·신장·간·폐 등 여러 장기가 연쇄적으로 손상돼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열사병은 중심체온이 40℃ 이상으로 상승하고 체온조절체계가 무너지면서 의식 저하, 경련 등 중추신경계 이상과 함께 다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초응급질환이다. 중증 환자군에서는 사망률이 50%를 넘는다는 보고도 있어 빠른 인지와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폭염이 예보된 날에는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 야외 활동을 되도록 줄이는 것이 좋다. 실제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분석 결과(2013~2022년)에 따르면 6~13세 어린이 온열질환자의 약 60%는 운동장이나 공원 등 야외 공간에서 발생했으며, 절반가량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차량 내부는 짧은 시간 안에도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아이를 차 안에 혼자 두지 말아야 한다. 야외 활동이 불가피하다면 물을 자주 마시게 하고, 통풍이 잘되는 헐렁한 옷과 모자 등을 착용하도록 하는 것이 권장된다. 다만 의식이 떨어진 아이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면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이나 질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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