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척추 나사 잘못 심고 사망까지"…英 척추외과 의사, 수백명 환자 피해 의혹

잘못 삽입된 척추 나사·과다 출혈·부적절한 행동 의혹까지…영국 척추외과의 환자 전면 재조사

척추에 나사를 잘못된 위치에 끼우고 수술 중 과다 출혈을 일으키는 등 오랫동안 많은 환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 영국 의사의 진료 행위를 조사한 보고서가 최근 공개됐다. 사진은 기사의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7세에 척추 교정 수술을 받다가 수술대에서 숨진 영국 소녀 사건이 19년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가 해당 수술을 집도한 척추외과 의사 존 브래들리 윌리엄슨의 진료 행위 전반을 재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다. 이 소녀 이외에도 수많은 환자가 윌리엄슨에게 수술받고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NHS는 그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면 재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영국 방송 BBC, 일간 더선 등이 보도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윌리엄슨이 수술한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심각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겪었고, 수백 명 규모의 환자들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NHS는 그에게 치료받은 환자 전원에게 대면 진료 검토를 제공할 방침이다.

보고서는 “윌리엄슨에게 수술받은 일부 환자가 피해를 입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수술 직후 발생한 여러 합병증이 축소되거나 의료기록에 남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윌리엄슨은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 그레이터맨체스터 소재 샐퍼드 로열 병원에서 근무하며 척추외과 책임자를 맡았다. 2011년까지는 로열 맨체스터 어린이병원에서도 수술을 집도했다.

2023년 환자 검토 결과에서는 2009~2014년 치료받은 환자 130명 가운데 23명에서 척추 나사 위치가 잘못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만성 통증을 겪었다. 수술 중 과도한 출혈이 발생한 사례는 5건이었다. 동의 절차 문제가 40건 이상 확인됐고, 35건에서는 수술 과정상 문제가 지적됐다. 어린이 환자 13명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논란은 2007년 발생한 17세 캐서린 오코너가 사망한 사건이다. 척추 교정 수술을 받던 캐서린은 수술 도중 약 14리터의 혈액을 잃고 숨졌다. 조사 결과 윌리엄슨은 이전에 집도한 경험이 없는 고위험 수술을 진행했다. 또 다른 전문의가 함께 수술해야 한다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대량 출혈에 대한 준비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당시 검시관에게 수술이 특별한 문제 없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속 조사 결과, 병원 혈액학과에 보낸 내부 문서에는 수술 중 '치명적 대량 출혈'이 발생했다고 기록했다. 후속 조사는 윌리엄슨의 용납할 수 없고 정당화할 수 없는 행동이 사망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캐서린 사망 사건은 재조사가 승인됐으며, 새로운 검시 심리도 올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윌리엄슨도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를 주도한 NHS 의료 책임자 이벳 오드 박사는 “수술실에 걸어 들어갔다가 다시는 걷지 못하게 된 사람, 지속적인 통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진료 과정 외에도 부적절한 행동 의혹도 다뤘다. 일부 환자와 직원들은 윌리엄슨이 성적인 언행을 하거나 위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5년 여성 직원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과 비위 문제로 해고되기도 했다. 해고 이후 민간 의료기관에서 근무를 이어갔지만 현재는 영국 내 의료면허를 박탈 당한 상태다.

국내 척추 분야 의료분쟁, 10건 중 8건이 수술 관련

척추 수술은 척추관협착증, 디스크 탈출증, 척추측만증, 척추 골절, 척추종양 등을 치료하기 위해 시행된다. 척추 수술은 척수와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를 직접 다루기 때문에 다른 정형외과 수술보다 난도가 높은 편이다. 척추 주변에는 다리 움직임과 감각, 배뇨·배변 기능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경 구조물이 밀집해 있어 작은 손상도 통증, 감각 이상, 근력 저하, 마비 같은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척추 변형 교정술이나 광범위한 척추 유합술은 수술 범위가 넓고 수술 시간이 길어 대량 출혈 위험이 있다. 척추를 고정하기 위해 삽입하는 나사못이나 금속 기구가 정확한 위치에 들어가지 않으면 신경이나 혈관을 압박해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최근 수술 기법과 마취 기술이 발전하면서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지만, 수술 범위와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 유합술이나 척추 변형 교정술처럼 수술 범위가 넓을수록 위험도는 높아진다.

국내에서도 척추수술 관련 의료분쟁은 적지 않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척추 분야 의료분쟁의 약 80%가 수술과 관련돼 있었다. 실제로 척추 고정용 나사못이 잘못 삽입돼 신경 손상이나 장애가 발생한 사례, 수술 후 혈종으로 마비가 나타난 사례 등이 보고됐다.

척추측만증이나 심한 척추 변형을 교정하는 대규모 수술에서는 출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교정 범위가 넓어질수록 수혈이 필요한 대량 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척추 수술 자체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수술의 필요성과 예상 효과, 발생 가능한 합병증을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