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이 가까워지면 파인애플을 먹어라." 영미권 임신·육아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언이다. 매운 음식이나 라즈베리 잎차, 대추야자처럼 출산을 돕는다는 민간요법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왔다.
파인애플 속 브로멜라인 효소가 자궁경부 숙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추측 때문이었다. 물론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지만 최근 임산부 2400명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되면서 이 속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조산사 앤지(Angie)는 최근 자신의 틱톡 채널 '에코 미드와이프(The Eco Midwife)'를 통해 임신 후기 파인애플 섭취와 출산의 관계를 소개했다.
코메디닷컴이 앤지가 언급한 연구를 자세히 찾아보니 올해 4월 학술지 ⟪메디신(Medicine)⟫에 발표된 논문이었다. 나이지리아 연방대학교병원 내과의 추크우카 엘렌두 박사 연구진이 2018~2023년 출산한 나이지리아 여성 2400명의 자료를 분석해 파인애플 섭취군과 비섭취군의 자궁경부 숙화 정도, 진통 시간, 분만 방식 등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자궁경부 숙화 정도를 평가하는 비숍 점수(Bishop score), 진통 시간, 분만 방식, 신생아 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분석 과정에서는 산모 연령, 출산 경험, 체질량지수(BMI), 임신 주수, 사회경제적 요인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도 함께 보정했다.
임신 3기에 파인애플을 섭취한 여성 1200명과 섭취하지 않은 여성 1200명의 출산 결과를 비교한 결과, 파인애플을 먹은 여성들은 입원 당시 자궁경부 숙화 정도를 평가하는 비숍 점수가 더 높았다. 자궁경부가 출산을 준비하는 상태가 더 양호했다는 의미다. 진통 시간도 평균 1.7시간 짧았다. 자연 질식분만 가능성은 약 1.8배 높았고 제왕절개 비율은 더 낮았다.
신생아 건강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출생 체중, 아프가 점수(Apgar score), 신생아중환자실(NICU) 입원율은 두 집단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파인애플 섭취량이 많을수록 진통 시간이 더 짧고 자연분만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파인애플에 함유된 브로멜라인이 자궁경부 조직 변화에 관여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브로멜라인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로 파인애플 심지 부분에 많이 들어 있다.
이번 연구는 무작위 임상시험이 아닌 관찰연구로 파인애플이 직접 출산을 빠르게 만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연구진 역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틱톡에서 앤지는 "파인애플을 좋아한다면 임신 말기에 먹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출산을 촉진하는 효과를 확실하게 입증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인애플은 국내에서 "임신 초기에 먹으면 유산 위험이 높아진다"는 속설로 알려져 있다. 위 연구결과처럼 파인애플에 들어 있는 브로멜라인이 자궁수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일반적인 식사 수준의 파인애플 섭취가 유산이나 조산을 일으킨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산부인과 전문가들은 파인애플 과육에 포함된 브로멜라인 양이 많지 않고 대부분 소화 과정에서 분해된다고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