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하게 생활하던 한 여성이 어느 날부터 음식을 먹을 때마다 어지럼증을 느끼기 시작하다, 결국 식사 때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지경으로 악화됐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허트퍼드셔주 세인트올번스에 사는 사라 홀(50)은 10여 년 전, 39세 무렵부터 실신과 구토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식을 삼킬 때마다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증세가 심각해진 것은 2024년, 48세 때였다. 의식을 잃거나 쓰러지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에는 폐경 전후 변화나 저혈당, 탈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의식을 잃었다. 당시 12살이던 아이들 앞에서 가족 식사 중 쓰러진 뒤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전문의 진료를 받고 심장 모니터 검사를 시행한 결과, 의료진은 그의 심장이 24시간 동안 12차례 멈춘 사실을 확인하고, '심장억제성 연하 실신(cardioinhibitory swallow syncope)'으로 진단했다.
음식을 삼킬 때 미주신경이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심박수가 크게 떨어지거나 일시적으로 심장이 멈추는 것이다. 사라는 심장이 최대 1분 동안 멈추기도 했다.
기존 치료로 호전되지 않자 사라는 심장신경절제술(Cardioneural Ablation·CNA)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심장신경절제술은 기존 치료법인 심박조율기 삽입의 대안으로 시도되고 있었다. 영국심장재단과 국립보건의료연구원 임페리얼 생의학연구센터이 이 임상시험을 지원했다. 의료진은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심장 안으로 넣은 뒤 신경 활동을 분석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신경세포를 열로 제거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라는 2024년 시술을 받은 뒤 단 한 번도 의식을 잃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희귀 증상을 알리고 치료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알리고자 사연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삼키는 순간 심박수 뚝 떨어져 실신…'심장억제성 연하 실신' 뭐길래
심장억제성 연하 실신은 음식을 삼키는 과정에서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거나 일시적으로 심장이 멈추면서 실신이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다. 연하 실신(swallow syncope)의 한 유형으로,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사례가 150건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드물다.
국내에서도 연하 실신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1999년 대한내과학회지에 발표된 증례에서는 전이성 식도암 환자가 음식을 삼킬 때마다 반복적으로 실신했으며, 연구진은 식도 자극이 과도한 미주신경 반사를 일으켜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2005년 서울보훈병원 연구팀은 탄산음료를 마신 직후 반복적으로 의식을 잃은 73세 남성 환자의 사례를 보고했다. 검사 결과 음료를 삼키는 순간 심장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동정지(sinus pause)가 확인됐으며, 역시 과도한 미주신경 반사가 원인으로 추정됐다.
이 질환을 지닌 환자들은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어지럼증, 식은땀, 시야 흐림, 의식 소실 등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일부는 반복적인 실신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다.
원인은 음식을 삼킬 때 발생하는 과도한 미주신경 반사에 있다. 정상적으로 음식이 식도를 통과하면 신경 신호가 뇌로 전달되고, 미주신경은 소화를 돕기 위해 작동한다.
하지만 이 질환 환자에서는 반응이 지나치게 강하게 나타난다. 식도 자극이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동방결절과 방실결절을 억제해 심박수가 크게 느려지거나 일시적으로 멈춘다. 혈압도 함께 떨어지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실신이 발생한다.
증상은 음식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차가운 음료, 탄산음료, 뜨거운 음식, 덩어리가 큰 음식 등을 먹을 때 증상이 심해졌다는 보고가 있다. 일부 환자는 식도이완불능증, 식도열공탈장, 위식도역류질환(GERD) 같은 식도 질환을 함께 앓고 있지만, 특별한 식도 질환 없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진단은 심전도 검사와 24시간 홀터 모니터링 등을 통해 음식 섭취와 심장 박동 변화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유발 음식을 피하거나 약물 치료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인 환자도 있다. 과거에는 심박조율기(페이스메이커) 삽입이 주요 치료법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심장신경절제술(Cardioneural Ablation·CNA)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술은 심장에 과도한 미주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를 제거해 비정상적인 반사를 줄이는 방법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시술 후 실신 횟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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