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담배 액상에 들어 있는 향료가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망고향과 수박향 등 일부 과일향 전자담배는 수천 개의 유전자 활동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켁 의과대학 아마드 베사라티니아 교수팀은 전자담배 사용이 인체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온콜로지(Frontiers in Oncology)⟫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건강한 젊은 성인 83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참가자는 전자담배 사용자 35명, 흡연자 24명, 비사용자 24명으로 구성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볼 안쪽 점막 세포를 채취한 뒤 RNA 시퀀싱 기법을 이용해 수천 개 유전자의 활동 상태를 조사했다. 분석 과정에서는 연령과 성별 차이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분석 결과,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사용자와 비교해 총 3124개 유전자에서 발현 변화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약 29%가 전자담배 사용 빈도와 사용량에 영향을 받은 반면, 약 67%는 향료 종류와 기기 특성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했다.
향료별 차이도 뚜렷했다. 달콤한 향은 영향을 받은 유전자의 2.9%, 민트·멘톨향은 0.9%와 관련된 반면 과일향은 31%와 연관됐다. 여러 향을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64.3%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망고향과 수박향이 다른 향료보다 유전자 기능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기기 종류도 차이를 보였다. 액상을 직접 채워 사용하는 리필형 전자담배(mod) 사용자는 다른 기기 사용자보다 더 강하고 일관된 유전자 조절 변화를 보였다. 연구진은 제품의 화학적 성분과 기기 설계가 인체 생물학적 반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전자담배 사용자는 흡연자보다 유전자 활동 패턴의 변동성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변화된 유전자들과 연관된 질환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관련성을 보인 분야는 암이었다. 이어 내분비계 질환, 위장관 질환, 신경계 질환 순으로 나타났다.
베사라티니아 교수는 “각 향료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생물학적 영향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자담배 제품의 건강 위험성을 평가할 때 향료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전자담배가 암이나 다른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질병 발생과 관련된 분자 수준의 변화가 확인된 만큼 향료 성분과 유전자 변화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연구진은 전자담배 액상에 포함된 개별 화학물질 가운데 어떤 성분이 유전자 발현 변화를 일으키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관련 물질이 확인되면 제조 과정에서 해당 성분을 제거하거나 농도를 낮춰 잠재적 건강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