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매일 먹는 마늘인데…근육엔 직접 안 가고 '지방' 먼저 건드린다, 왜

지방조직이 항노화 단백질 분비…근육보다 먼저 반응한 곳

중년 여성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계단 이동은 하체 근력과 균형 능력이 필요한 대표적인 일상 활동이다. 최근 연구에서 숙성 마늘 추출물 성분이 근육 기능과 관련된 새로운 신호 경로에 관여할 가능성이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것을 먹고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것이다."

환웅이 쑥과 마늘을 건네며 곰에게 내린 조건이다.

그 이후로 한국인은 수천 년째 마늘을 섭취하고 있다. 1인당 연간 소비량 6kg 안팎으로 세계 최상위권이다. 하루 평균 서너 쪽씩 먹는 셈이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마늘의 성분이 골격근을 강화한다는 결과가 마우스 실험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마늘이 근육을 돕는 방식은 예상과 달랐다. 놀라운 것은 그 경로의 시작이다.

근육을 살리는데 왜 지방으로 먼저 가나

"단백질 먹고, 운동하라."

근감소증을 걱정하는 중년이 흔히 듣는 조언이다. 근육이 언제나 첫 번째 목적지다.

그런데 마늘에서 발견된 경로는 다른 곳을 향했다.

일본 도쿄의 노화 전문 연구기관 IRPA(프로덕티브에이징연구기구)와 와쿠나가제약 공동 연구팀은 숙성 마늘 추출물(AGE·생마늘을 알코올 용액에 담가 10개월 이상 숙성시킨 추출물)에서 S1PC라는 성분을 뽑아냈다.

S1PC는 근육으로 곧장 가지 않는다. 첫 목적지는 지방조직이다. 거기서 LKB1이라는 효소를 깨운다.

지방조직은 단순한 에너지 창고가 아니다. 항노화 단백질 eNAMPT를 혈액으로 내보내는 분비 기관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선행 연구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다.

깨어난 LKB1이 이 분비를 촉진하고, eNAMPT는 혈류를 타고 뇌의 시상하부로 향한다. 거기서 자율신경계로 신호를 보내고, 그제서야 근육이 반응한다.

지방 → 뇌 → 근육.

근육은 직접 자극받아야 커진다는 통념과는 다른 길이다.

의외의 주인공은 지방조직

연구팀은 생후 15개월 된 마우스에게 S1PC를 8개월간 매일 투여했다. 골격근 수축력이 올랐고, 31개 항목으로 측정한 노쇠 지표가 개선됐으며, 흐트러졌던 체온 조절 능력도 회복됐다.

인간 임상도 진행됐다. 20~49세 건강한 일본인 남녀 44명에게 S1PC 25mg을 단 한 번 복용하게 했다. 40세 이상이면서 정상 체지방을 가진 참가자에서 복용 2시간 후 혈중 eNAMPT 수치가 올랐다. 체지방이 충분한 사람일수록 반응이 더 뚜렷했다. 체지방이 일정 수준은 있어야 이 경로가 더 잘 작동할 가능성을 시사한 결과다.

지방조직이 그저 살만 찌우는 곳이 아니라 노화와 근육 기능을 조절하는 신호 기관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체중 관리의 중요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 한계도 명확하다. 인간 임상에서 확인된 것은 혈중 eNAMPT 수치 상승에 그쳤다. 실제 근력 향상이나 노쇠 개선 효과는 마우스 실험 결과일 뿐이다.

매일 먹는 마늘인데, 생마늘로는 부족한가

한국인은 중국인에 이어 세계에서 마늘을 두 번째로 많이 먹는다. 그렇다면 이 연구는 이미 '남의 얘기'일까.

핵심은 '숙성'이다. S1PC는 생마늘에도 극미량 존재하지만, 숙성 과정에서 알리신(마늘 냄새 원인 물질)이 분해되면서 농도가 크게 높아진다.

생마늘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이 성분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렵다. 알리신이 숙성 중 분해되는 만큼 AGE는 냄새가 거의 없다.

현재 시중에서 AGE 계열 영양제를 찾을 수 있다. 단 S1PC 함량은 제품마다 달라 성분표 확인이 필요하다. 흑마늘도 숙성 과정에서 S1PC가 일부 생성될 수 있지만, 제조 방식에 따라 함량 차이가 크다.

한계와 배경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세포 대사(Cell Metabolism)》 2026년 5월호에 게재됐으며 동료 심사를 통과했다.

짚어둘 대목이 있다. 연구비는 마늘 추출물 제품을 판매하는 와쿠나가제약이 댔고, 연구팀은 이 성분으로 미국에 특허도 공동 출원했다. 사람이 오래 먹었을 때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지방조직은 그저 남은 칼로리를 쌓아두는 곳으로 여겨져 왔다. 이번 연구는 그 통념에 균열을 낸다.

마늘 추출물 속 성분이 지방을 깨우고, 지방이 뇌에 신호를 보내고, 뇌가 근육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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