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쥐도 코끼리도 평생 심장 박동수가 약 15억 번으로 비슷하다.”
심박수는 1분간의 심장 박동수로, 심신 건강과 운동의 기본 지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박수가 올라간다. 스마트폰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심박수가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심박수는 운동 강도를 측정하는 데에도 쓰인다.
이처럼 중요한 심박수와 관련된 지식 중 이 글의 서두에 인용된 경험칙이 있다. 물리학 연구자 제프리 웨스트가 저서 《스케일》에서 이를 내놓았다. 영국 출신인 웨스트는 케임브리지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고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그는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에 위치한 독립 비영리 산타페연구소의 소장을 지냈다.

생쥐의 심박수는 800회 정도로 알려졌다. 코끼리의 심장은 1분에 약 30회 뛴다. 덩치가 지상 포유류의 양 극단에 위치한 두 동물의 평생 심장 박동수가 약 15억 번으로 일정하다면, 심장이 생쥐보다 약 26분의 1로 느리게 뛰는 코끼리의 수명은 생쥐의 26배 정도가 된다. 실제로 코끼리의 수명은 약 75년으로 생쥐의 수명 2~3년의 25배에서 38배 범위에 든다.
몸집 작을수록 심장이 빨리 뛰는 이유는
몸집이 작은 포유류일수록 심장이 빨리 뛰는 이유가 뭘까. 《생명과학대사전》은 ‘심박수’ 항목에서 “소동물일수록 체중에 대한 체표면 비율이 크고, 따라서 체표로부터의 열방산에 대해 대사활동을 왕성하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설명을 구체적으로 풀어본다. 단순화해서 포유류의 몸이 정육면체라고 하자. 한 변이 2인 포유류 A의 몸무게는 부피와 동일한 8이라고 하자. 한 변이 1인 포유류 B의 몸무게는 1이 된다. 체표면은 A는 24이고, B는 6이다. 체중당 체표면이 A는 4인데, B는 6으로 A보다 50% 넓다.
포유류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몸에서 열을 만들고 조절해야 한다. B처럼 몸집이 작으면 체중당 체표면이 A보다 넓어지고 그에 따라 열방산, 즉 빠져나가는 열이 많아진다. 그래서 작은 포유류일수록 상대적으로 열을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더 자주 먹고 더 빨리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퐐발하게 대사해야 한다. 이는 빠른 심박수를 요구한다.
웨스트는 이를 몸집이 커지는 방향으로 설명한다. “몸집이 두 배로, 즉 100% 커질 때 대사율은 100%가 아니라 75%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몸집이 커질수록 체중당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것이다. 체중이 더 나가면 대사 효율이 좋아져 심장이 덜 뛰어도 된다. 코끼리 심박수가 생쥐 심박수보다 훨씬 낮은 이유다.
'15억회'는 경험칙이고 예외가 있어...특히 인간
‘15억 회’는 경험칙이어서 이론적으로 설명할 부분은 없다. 생쥐의 심박수를 평균 수명 2~3년에 적용했더니, 또 다른 포유류와 코끼리의 심박수를 각 동물의 분으로 환산한 평균 수명과 곱했더니 모두 15억 전후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 경험칙에는 예외도 많을 듯하다. 대표적인 포유류가 인간이다. 심박수를 65라고 하고 80세까지 더하면 약 27억으로 약 15억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발달한 의료의 혜택을 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수명을 60세로 낮춰도 약 20억이 나온다.
한편 체중과 대사율의 관계는 1930년대 스위스 생물학자 막스 클라이버에 의해 발견됐다.
웨스트는 책에서 이 경험칙을 주로 도시와 성장, 세계의 지속 가능성 등에 확장했다. 그러나 포유류 심박수와 수명의 관계를 접한 사람 중 상당수는 다음을 궁금해한다.
심박수 떨어뜨리면 수명이 길어질까
‘심박수가 느린 동물의 수명이 긴 경향을 보인다. 이 관계는 각 인체에도 통하지 않을까? 평생 심장 박동수가 정해져 있다면, 운동을 통해 심박수를 낮추면 수명이 연장되지 않을까?’
성인 심박수는 안정 시에 50~70으로 나타난다. 나이가 어릴수록 높아, 10세는 약 90인데 5세는 약 105, 신생아는 약 130번 뛴다.
운동, 특히 유산소운동을 하면 심박수가 떨어진다. 마라톤 선수 중에는 심박수가 30대인 사람도 적지 않다. 유산소운동을 하는 중에는 심박수가 빨라지지만, 그 결과 낮아진 상태로 유지되는 심박수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심장 박동 수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적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유산소운동을 하는 사람은 수명이 늘어나지 않을까?
심박수와 수명, 또는 심박수와 건강수명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없다. 없는 것이 당연한데, 왜냐하면 낮은 심박수는 운동의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좋지 않은 원인으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나쁜 원인을 꼽으면,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심장이 전기 자극을 만들어내는 기능의 저하가 있다.
또 떨어진 심박수가 미래의 건강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고지혈증만 예로 들면, 원인은 유전과 비만, 술, 당뇨병 등이 있다. 심박수가 낮아도 이런 원인이 있거나 이런 원인을 만들면 고지혈증에 빠진다.
이상, 웨스트의 경험칙으로부터 그가 주장하지 않은 가설을 검토했다. 오답노트가 정답을 확실하게 익히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이 작업에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다.
자연에는 비약이 없고, 건강에는 왕도가 없다. 운동으로 심박수가 떨어졌다고 해서 미래의 건강도 보장되지는 않는다. 건강은 계속 노력해야 지킬 수 있는 상태이지, 한번 획득하면 유지되는 경지가 아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거울 나라에서는 제자리에 머무르려면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 건강하게 지내려면 늘 ‘최선’을 다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꾸준히 ‘차선’ 정도는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