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를 늦춘다며 전 세계 장수 연구자들과 바이오해커들 사이에서 주목받아온 약물 조합이 오히려 뇌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네티컷대 의대 면역학자 스티븐 크로커 교수팀은 항노화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는 다사티닙(dasatinib)과 퀘르세틴(quercetin) 조합(이하 D+Q)이 쥐의 뇌에서 미엘린(myelin)을 크게 손상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에 발표했다.
다사티닙은 원래 백혈병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이고, 퀘르세틴은 양파·사과 등에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으로 건강보조제 형태로 널리 판매된다. 실제로 해외 장수 커뮤니티에서는 젊음을 유지하는 약물 스택(stack), 노화세포 청소라 불리며 D+Q 복용법이 공유돼 왔다.
연구진은 원래 D+Q 조합이 다발성경화증과 연관된 뇌 손상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이를 위해 생후 6~9개월 된 젊은 쥐와 22개월 된 고령 쥐에 D+Q를 투여했다. 동시에 미엘린을 생성·유지하는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분석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정상 쥐의 뇌에서는 신경섬유 주변을 두꺼운 미엘린 층이 감싸고 있었지만, D+Q를 투여한 쥐에서는 이 보호층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 확인됐다. 손상은 고령 쥐보다 젊은 쥐에서 더 심했다.
연구진은 좌우 대뇌를 연결하는 구조인 뇌량에서도 손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항암치료 후 집중력 저하와 기억력 장애 등을 호소하는 ‘케모 브레인(chemo brain)’과 유사한 형태로 알려져 있다.
추가 분석에서는 미엘린 생성 세포가 죽은 것이 아니라 미성숙한 상태로 되돌아간 모습도 관찰됐다. 세포 내부 에너지 대사 이상도 함께 확인됐다. 크로커 교수는 “약물이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세포는 구조를 단순화하고 더 어린 상태로 되돌아가지만 기능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변형된 세포가 이전에 다발성경화증 환자에서 보고된 특정 세포 집단과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 약물로 유도된 손상 상태가 다발성경화증의 병리와 닮아 있어, 질환 메커니즘 연구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D+Q는 노화세포를 제거해 염증과 노화 관련 질환을 줄일 가능성 때문에 항노화 연구 분야에서 큰 관심을 받아왔다. 현재 제2형 당뇨병과 알츠하이머병 치료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사람들이 의료진 감독 없이 장수 효과를 기대하며 해당 약물을 임의 복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D+Q가 뇌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다발성경화증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엘린 생성 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능이 떨어진 미성숙 상태로 남아 있다면, 다시 회복시켜 뇌 손상을 복구하는 접근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크로커 교수는 “손상된 세포를 다시 회복시켜 뇌를 복구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