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뇌 속에 ‘제3의 눈’ 찾았다”…사람 머리 한가운데 숨어 있는 이 기관의 정체는?

영국·스웨덴 연구진 “송과선과 망막, 같은 조상 구조에서 진화”

밤이 되면 졸음을 부르고 몸의 생체시계를 맞추는 기관으로 알려졌던 송과선(pineal gland)이 사실은 아주 먼 조상 시절 빛을 감지하던 고대 ‘제3의 눈’에서 시작됐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AI로 생성한 인포그래픽

밤이 되면 졸음을 부르고 몸의 생체시계를 맞추는 기관으로 알려졌던 송과선(pineal gland)이 사실은 아주 먼 조상 시절 빛을 감지하던 고대 ‘제3의 눈’에서 시작됐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송과선은 솔방울샘이라고 불리며, 뇌 한가운데 깊숙한 곳에 있는 아주 작은 내분비 기관이다. 모양이 솔방울처럼 생겨서 ‘송과(松果·소나무 열매)’라는 이름이 붙었다. 크기는 보통 5~8mm 정도로 작고, 양쪽 뇌를 연결하는 부위 근처 중앙에 위치한다.

영국 영국 서식스대 신경과학 토머스 베이든 교수팀과 스웨덴 연구진은 인간 망막과 송과선이 공통된 고대 광감지 구조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밝혀내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진의 목표는 척추동물 눈과 망막이 수억 년에 걸쳐 어떤 과정을 통해 진화했는지 추적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새로운 실험이나 뇌 스캔을 진행하지 않고, 어류, 칠성장어 등 인간과 진화적으로 가까운 동물들의 기존 연구 자료와 유전자 데이터를 종합 검토했다.

분석 과정에서 ‘복합 조상 중앙눈(composite ancestral median eye)’이라는 고대 광감지 구조에 주목했다. 초기 조상 생물은 머리 양옆 눈과 중앙의 빛 감지 구조를 함께 지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약 5억 년 전 일부 초기 무척추 조상은 땅속 생활과 여과섭식을 시작하면서 양쪽 눈 기능을 점차 잃었다. 하지만 낮과 밤 변화, 위아래 방향, 주변 빛 환경을 파악할 필요는 남아 있었기 때문에 중앙에 위치한 빛 감지 기관은 유지된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배든 교수는 BBC 사이언스 포커스와 인터뷰에서 “깊은 물속에서도 시간과 위아래 방향을 파악해야 하는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원래의 양쪽 눈은 없어졌지만 중앙 구조는 그 역할에 적합했기 때문에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지금까지 송과선은 눈과 별개로 진화한 독립 기관으로 여겨졌지만 송과선과 눈 속 망막이 사실상 같은 고대 구조에서 갈라져 나온 결과물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현재 인간의 송과선은 빛 자체를 직접 감지하지 않는다. 대신 눈을 통해 전달된 밝음과 어둠 정보를 바탕으로 멜라토닌을 분비한다. 멜라토닌은 몸에 밤이 됐다는 신호를 보내 수면과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연구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고대 중앙 구조 일부가 머리 양옆으로 이동해 현재의 망막으로 발전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배든 교수는 이를 두고 “어찌 보면 망막이 눈보다 먼저 존재한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일부 동물에서는 제3의 눈 흔적이 지금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에만 사는 파충류 투아타라(Tuatara)는 머리 위쪽에 수정체와 망막을 갖춘 빛 감지 기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햇빛 변화와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간에게 실제 숨겨진 눈이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인간 송과선과 망막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며, 눈과 뇌 구조의 진화사를 다시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체의 송과선은 뇌 반구체 두 개 사이에, 뇌의 거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이 위치적 특성이 중시돼 '인간의 영혼이 송과선에 있으며 인간의 모든 생각이 여기에서 만들어진다'고 상상되기도 했다. 기존 연구는 송과선을 퇴화한 눈으로 여겼다.

일반적으로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 조류의 송과선은 빛에 반응하는 감광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일주기 리듬을 보이는 세포를 가지고 있어 감광에 따라 멜라토닌 분비를 조율한다. 이에 비해 포유류의 송과선은 감광성 기능을 잃은 신경내분비 기관으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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